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호단 Jul 14. 2021

가볍게, 쉽게 미술의 비밀을 살피기

도서 처음 보는 비밀 미술관


백과사전 같다.


포장재를 열고, 책을 보자마자 든 생각이었다. ‘비밀’, ‘미술’이라는 키워드만 훑어보고 선택한 책이라 얼마나 두꺼운지, 어떤 목차로 이루어졌는지 사전 정보가 없었다. 이렇게 많은 이야기를 한 책에 다룬단 말인가. 미술, 특히 미술 작품은 잘 모를 때가 가장 감상하기 쉽다. 전문가들이 몇 세기를 걸쳐 분석한 자료들을 읽다 보면 배움과 더불어 부담감이 생긴다. 전시장에서 미술 작품을 마주할 땐 공간에 담긴 모든 물체를 나 스스로 분석해야 한다고. 그래서일까. 미술은 오랫동안 배움의 영역이다. 춤, 노래, 글, 그림, 영상 등 다른 예술 분야와 견주어 보아도 진입장벽이 견고하다.


커다랗고 두꺼운 벽을 마주했다고 상상해보자. 대개 그 위용에 뒤돌아서거나 반대로 벽을 부수고자 하지 않을까. 하지만 다른 선택지가 있다. 이걸 벽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고작 생각이 바뀐다고 내가 벽을 마주한 현실이 달라지는가? 당연히 바뀐다. 사람은 생각하고, 그 생각 중에서 특정 부분을 믿는다. 그 믿음이 행동 양식과 사고방식에 영향을 주어 ‘가치관’이라는 이름으로 개개인 고유의 것이 된다.


그러니 미술을 만날 때에도 무언가를 배워야 한다는 무거운 마음은 한 편에 제쳐두는 게 좋다. 논픽션 글은 정보를 전달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저자가 알려주는 모든 내용을 수용할 필요 없다. 새로 나온 아이템을 구경한다는 느낌으로 페이지를 넘기는 정도로 충분하다. 이 마음으로 책의 구성을 살펴본다.



소제목은 여덟. 소제목마다 대여섯 개의 작품 이름과 그 작품을 표현하는 저자의 한 마디가 담겼다. 서양 미술사에 관심이 있었거나 관련 수업을 한 번이라도 들은 사람에겐 아주 낯익은 작품들이다. 물론 모른다고 해서 특별히 어려운 점은 없다. 이 책의 기획 의도 자체가 미술 작품의 잘 알려지지 않은 점을 밝히고자 한다. 레이어를 층마다 분해하여 캔버스 아래의 그림을 발견하거나 사물들의 의미를 당시 시대상과 연관 지어 추측해보는 식이다. 초심자에게도 가뿐하다.


오히려 미술 관련 전공자는 내용 면에서는 흥미로운 지점이 없을 수도 있다. 여기서 책의 두 번째 기능이 등장한다. 이 책의 특징은 첫째, 앞서 말했듯 크기가 크다. 인덱스를 제외하곤 230페이지라서 의외로 짧다. 두 번째, 텍스트가 적고 그림이 많다. 한 작품을 깊게 다루지 않아서 서양 미술을 모르는 사람이 읽어도 괜찮다. 마지막으로 디자인이 잡지와 전시관을 섞은 것 같다.


챕터를 시작하기 전, 양면을 가득 메운 그림이 나온다. 다음 장으로 넘기면 톤 낮은 원색을 배경에 둔 텍스트가 나온다. 챕터의 서문이라고 볼 수 있다. 미술관이나 갤러리를 가면 입구에서 가장 먼저 마주하는 전시 벽 같다. 그 다음부턴 하나의 미술 작품을 4페이지에 걸쳐서 말한다. 처음 두 페이지에선 전체 이미지를, 그다음 페이지에선 부분을 확대하거나 같이 살피면 좋을 작품들을 짧게 보여준다.



이러한 형식은 미술 관련 전공자들이 참고하기 좋을 것 같다. 자신이라면 이 전시장 같은 책을 어떻게 구성할지, 어떤 작품들을 하나의 카테고리로 묶고, 전체를 관통하는 키워드를 무엇으로 설정할지. 특히 가독성이 떨어지는 부분도 있어서 여러 방면으로 고민하는 것도 좋겠다. 이를테면 그 색의 조합을 고집해야 하는 이유가 있는지, 가독성을 포기할 만큼 이 카테고리를 잘 표현하는 상징색인지 말이다.


서두에 말한 것처럼 미술을 ‘배우는’ 느낌을 강조하고 싶지 않아 책에 서술된 사실들은 이곳에 담지 않았다. 미술을 즐겁게 볼 마음이 생겼다면, 이제 책 표지를 넘길 때다.    







처음 보는 비밀 미술관

모든 그림에는 시크릿 코드가 있다  


원제

The Secrets of Art


지은이

데브라 N. 맨커프(Debra N. Mancoff)


옮긴이

안희정


분야

예술>미술, 에세이>예술 에세이


판형

190*246


면수

240쪽


제본

양장


정가

28,000원


발행일

2021년 6월 10일


ISBN

979-11-5581-338-6 (03600)


펴낸곳

윌북




*위 글은 아트인사이트(https://www.artinsight.co.kr/)에서 도서를 증정 받아 기고하였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친구 둘이 떠나는 그리스 여행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