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 삶의 변화가 필요한 순간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시작, 한 치 앞도 모르는 이것이 인생의 묘인가

by 전혜인 HyeIn Jeon

연재글의 첫 시작을 고민하다가, 첫 시작은 어쩌다가(?) 여기까지 오게 되었는지 지난 날을 되짚어보며 출발점을 적어보고자 한다. 아마도 이 웹진에서 가장 긴 글이자, '나'라는 사람에 대한 소개가 되지 않을까 싶다.


사업과는 거리가 정~말 멀었던 지난 날의 나의 삶. 비영리 미술관에서 재직한 기간이 7년을 향해 가고 있던 어느 날이었다.


2020년 팬데믹 19 상황으로, 당시 20주년을 앞두고 있던 미술관의 모든 해외 교류 사업이 중단되었다. 열심히 지난 몇 개월 간 예산을 받기 위해 노력하고, 초청 국가의 정부 협조도 구하고, 전시 현장 베뉴도 탐방하고, 작가님들이랑 미팅도 진행하며 전시를 빌드업하던 중에 그렇게 올-스탑. 인천공항으로 향하고 있던 작품들은 다행히 다시 미술관으로 돌아왔다. 조금만 더 빨리 운송을 준비했더라면, 어쩌면 작품들은 국제 미아처럼 어딘가를 표류하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무튼 그렇게 예정되어있던 프로젝트와 전시들이 기약없이 중단되면서, 다시 "할 수 있는" 일을 만들어야 했다.


직접 만남을 최대한 피하고, 많은 인원이 모일 수 없었던 시기. 인원 제한도 코로나 19의 추이에 따라 바뀌면서 이에 따라 새로이 기획하는 프로젝트 역시 바뀔 수 밖에 없었다. 온라인에서 시도되는 재미있는 프로젝트들도 많았지만, 직접 방문해서 봐야만 하는 작품들, 주제적으로 풀어지고 전달할 메시지의 감도가 오프라인과는 달라질 수 밖에 없는 온라인 전시.. 여러 고민으로 프로젝트가 내부에서 번복되는 것이 수 차례 되었을 때, 문득 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제대로 못할 바에야 이 시기를 기회삼아 나를 채우는 것이 더 현명한 선택인건 아닐까. 내가 당장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구분해보는 것부터 해보기로 했다.


그렇게 써내려간 결과로, 우선 나는 먼저 스스로 당시 나의 생활을 바꿔보기로 했다. 전세계 누구 하나 피해가기 어려운 재난이었지만, 그럼에도 무기력하고 답답하게 만드는 팬데믹 시기에서 내 삶의 변화를 스스로 만들어보기로 한 것이다. 당시 누군가의 글에서 삶의 변화가 필요 할 때, 삶을 바꿀 수 있는 세 가지의 방법을 보았다. 이 세 방법이 당시 나의 실천 리스트가 되었다.


첫 번째는 내가 주로 머무는 공간, 환경을 바꾸는 것이었고, 두 번째는 자주 만나는 사람이 아닌 새로운 사람들과의 만남을 갖는 것이었다. 6년 간 머물렀던 문배동을 떠나 당시 출근지었던 광화문과 좀 더 거리가 있는 새로운 동네로 이사를 갔고, 당시 투자 스터디와 직장인 모임 등 기존에 자주 만났던 친구들과 동료들과는 다른 커뮤니티에서 활동을 시작했다. 그러나 이러한 실천만으로는 뭔가 아쉬웠고, 부족했다.

그래서 마지막 세 번째 시간을 쓰는 방식을 바꾸는 것까지 실천해보았다. 직장인이었기에 우선은 주말을 제외한 평일에 평소와 같은 루틴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시간을 써보기로 했다. 점심시간인 12시부터 1시에 회사 앞에 골프 레슨을 받고, 퇴근 이후에는 주 2회는 무조건 야근을 하지 않고 PT를 받으며 운동을 했다. 그리고 자기 전에는 투자 스터디에 작성할 글을 적고, 일기도 쓰며 하루를 마무리 했다. (가끔 운동하고 샤워 후 시원한 맥주 마시며 일기를 썼는데 그게 참 기쁨이었다.) 그렇게 3달을 채워갈 무렵, 내 인생을 보다 멀리 가기 위해서 나의 시간을 다시, 제대로 써보기로 했다.


지금 다시 보아도 너무나 멋진 미술관의 수많은 프로젝트들과 선배들의 노고가 담긴 미술관의 역사, 기관이 해왔던 그 간의 역할을 보면서, 내가 이 기관을 함께 이끌 수 있는 직원이 과연 맞을지, 그럴 자격이 있는지 스스로 반문을 하게 되었다. 계속 일을 하면서도 채워질 수 없었던 이론에 대한 갈증과 내가 스스로 원한다고 믿었던 것, 생각하고 좋아했단 많은 것들이 정말 내가 원하는 것이 맞았을까에 대한 질문이 들면서, 잠시 쉬며 나의 다음을 위해 준비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결론을 내렸다. (어쩌면 당시 지쳐있던 나는 도망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오랜 시간 함께했던 미술관을 떠나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사회인으로 첫 시작을 했고, 업무에 대한 태도와 기준을 배웠던, 나를 끊임없이 성장시켜준 소중했던 미술관을 떠나 그렇게 새로운 모험을 시작했다. 마음을 분명 먹고는 있었지만.. 어느 날 갑자기 FA 시장에 나오게 된 나는 앞으로 무엇을 하는 사회인으로 살아갈 것인지 고민을 시작하며.. 우선은 안가본 길을 가보기기 위한 제반 여건을 마련해보기로 했다..!


2021년 겨울, 그렇게 지금의 아트리(ARTRY)가 시작되었다.


수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