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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ehyun Aug 23. 2016

산을 지나, 다시 사막 :-)

2016년 8월 22일 (Day + 92)

<CDT(5,000km 미국종단) Day + 92>

걷기 시작한 지 89일째 되던 날인

8월 19일.
드디어 절반!!
1,550마일(약2,500km)을 지나 와이오밍에 도착했다.


그동안 제로데이도 많이 가졌고 초반에 천천히 걸었는데,
눈이 많이 내리기 전에 캐나다 국경에 도착해야하기 때문에
이제 조금 속도를 내야한다.

드디어, Wyoming !!

콜로라도는
정말 오르락 내리락 무한반복이었다.
지리산, 한라산의 두배정도 되는 높이를 계속 왔다갔다했다.
이런 높은 산이 처음이라
처음에는 잠을 자다가 숨이 차서 깨기도 했다.

로키산맥의 최고봉 Mt.Elbert (14,440ft) (4,401m)
14er(콜로라도의 14,000ft가 넘는 peak들)중 하나인 Mt.Torreys

뉴멕시코에서처럼 물을 얻을 수 있는 캐쉬박스도 볼 수 없었고
나무에 걸려있던 사과, 시원한 맥주 등
그런 트레일 매직을 만나지는 못했지만
정말 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그 사람들이 더 많은 트레일매직을 만들어주었다.

콜로라도에서는 산에서 정말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Colorado Trail (CT) 과 루트가 대부분 겹치기 때문에:-)

콜로라도의 마지막 마을 '스팀보트 스프링스'에서는 Greg의 집에서 머물렀다.
트레일에서 25마일 떨어져있는 마을에 가기위해 히치하이킹을 하다가 우연히 Greg를 만났고
Greg의 집으로 초대해주었다.
덕분에 이틀을 그 집에서 푹 쉴 수 있었고, 스테이크도 직접 구워주었다.
그동안 내 몸무게가 궁금했는데, 그의 집에서 몸무게를 체크할 수 있었다.
5kg이 빠졌다.
소화가 매우 빠른 나는 두시간마다
"배고파" 소리가 자동으로 나온다.
두시간마다 먹는데도 5kg이 빠졌다니ㅜㅜ
몸은 가벼워졌지만 많은 추억들로 가득가득 채우고 이제 와이오밍을 걷는다.

Wyoming에 도착해 사막의 풍경을 다시 만난 순간. 앞은 사막 & 뒤는 숲 :-)


벌써 절반을 지나왔다니..!!!
하지만 콜로라도-와이오밍 경계를 지나면서도 그냥 평소와 같았다.
사진 몇장을 찍은 뒤 바로 다시 걷기 시작하면서 생각했다.
'캐나다 국경에 도착할 때도 비슷하겠지?'
하지만 허무함에 실망하거나 후회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든다.
왜냐하면 이 길을 걷고 있는 지금도
내가 가지고 있던 생각들이 아주 조금씩 바뀌고 있다는 걸 느끼기 때문이다.
다 걸은 뒤에 나는 조금 더 변해있겠지?
그 변화가 나만 느끼는 아주 작은 변화라도
그 모든게 앞으로 내가 살아가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WY(Wyoming) & CO(Colorado) 그 사이에서 :-)


찢어진 신발, 몇번을 꿰매서 신은 양말, 다 찢어져 손바닥 절반이 드러나 보이는 장갑,
큰 도시(덴버)에 갔을 때 "나한테 냄새나는 것 같아..." 하던 부끄러움까지.

큰 도시에 가면 부끄러워질 수 있는 그런 모습이지만
이 길을 다시 걷지 않는 이상
느낄 수 없는 이 모든 것들이 좋다!

너덜너덜해진 내 장갑 :'(


지금까지 내가 겪었던 경험들이 지금 나를 여기 있게 만들어 주었으니까,
지금 스쳐 지나가는 아주 작은 시간들도 나한텐 너무 소중하다.
앞으로 남은 2,500km도 화이팅!!


그림자도 없고 너무나도 건조한 사막이지만, 사막의 노을을 다시 만나서 좋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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