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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혜민 Oct 12. 2023

OTT 플랫폼 vs. 드라마 제작사

롱블랙 2023.10.12


스튜디오드래곤 주가가 빠지고 있는 대표적인 이유가 넷플릭스에 종속되는 수익구조 때문이라고 한다.

오리지널 콘텐츠로 드라마를 제작하게 되면 방영 독점권을 가지게 되는 것뿐만 아니라, IP 자체도 OTT 플랫폼에 종속이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드라마 제작사가 OTT 플랫폼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크게 2가지가 있는데,

1) 드라마 제작 시 들어가는 비용을 투자해 준다는 것

2) OTT를 통해 대규모 독자층에 노출될 수 있다는 것


놀라운 사실은, 예전에 드라마 제작비가 200억 원을 넘으면 '대작'이라고 불리고는 했는데, 요즘 기획력이 뛰어난 드라마라고 하면 200억을 넘는 건 기본으로 보인다. 무빙이 그렇게 대단한 출연진을 어떻게 감당했는가 고민했는데, 돈으로 감당했던 것이다.


그러나 모든 산업이 그렇듯, OTT 산업이 성숙화 과정을 거치면서 드라마 제작사의 협상력은 점차 높아지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경쟁 심화로 보인다. 디즈니플러스, 프라임비디오, 애플TV 등 OTT 후발주자들과의 경쟁도 있지만, 파라마운트와 같은 전통적 유통채널에서 FAST(Free-ad supporting streaming TV) 형태로 새로운 유통 방식을 제안하고 있다고 한다.


새로운 산업 양상 내에서는 OTT 역시 양질의 콘텐츠를 확보하기 위해서 경쟁을 해야 할 것이고, 제작사 상대로 갑질에 가깝게 유리했던 수익 배분 구조에서 양보를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지금 준비하고 있는 사업에 대한 시사점이라 하면, 나중에 나도 콘텐츠를 확보할 때, IP 소유권을 어떤 식으로 구축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다. 책의 경우 저작권이 작가에게 종속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IP에 대한 접근권이 없는 플랫폼은 Upside가 하나도 없다. 결국 자산(asset)을 확보하지 못하고 경쟁 플랫폼에 속절없이 트래픽을 뺏기는 사례들이 얼마나 많은가. 


결국 원작자가 IP를 가져가주는 것은 도덕적으로 원작자에게 종속이 되는 것이 맞고, 그렇지 못할 경우 장기적으로 backfire이 생겨나는 것은 불가피한 현상인 것 같다. 내 새끼 같은 내 저작물에 대한 저작권을 장기적으로 포기하고 싶은 크리에이터는 아무도 없을 테니까. 다만 IP의 가치를 높여준 플랫폼과 원작자 간에 IP upside를 같이 나눠가질 수 있는 상생의 구조가 필요할 것 같고, 넷플릭스가 지금 그 불가피한 흐름을 따라가는 것 같다. 


그래서 오히려 넷플릭스는 이 상황을 예측했으며, 위기로 보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여담이지만 하나의 산업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새로운 산업의 호황기와 성숙기로 접어드는 라이프사이클을 모두 겪어본 넷플릭스에게 "이 또한 지나"가는 흐름일 수 있으며 전략적이고 지혜롭게 잘 넘어가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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