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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메리 Dec 13. 2021

그냥 일기

12월 13일 월요일


노곤한 몸으로 침대에 누웠다. 바로 잘까 하다가, 오랜만에 일기를 쓰려한다. 아무런 주제 없이, 어떤 퇴고도 없는 편안한 끄적임. 중학교 때부터 밤마다 써왔던 일기인데, 지금은 일기장이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겠다. 일기를 쓰지 않았단 것은 단순히 밤에 일기 쓸 짬이 부족했거나 쓰기 귀찮았음을 의미하기보다, 자신을 되돌아보길 의도적으로 피한 것에 가깝지 않을까. 뭐가 됐든 오늘 있었던 일을 좀 적어보자.


어제 병원에서 자서 덕분에 아침 6시에 일어났다. 간호사님이 오가는 소리와 온갖 차 빼라는 방송 소리에 눈이 저절로 떠진다. 공시생에겐 아주 딱 좋은 기상 조건이다. 6시여도 창밖은 좀 깜깜했다. 아침을 언니와 챙겨 먹고 병원에서 씻고선 독서실로 갔다. 독서실에 도착해서 키오스크로 좌석을 지정하려는데 이미 등록된 회원이라고 경고문이 떴다. 알고 보니 어젯밤 독서실 이용 후 퇴실 처리를 하지 않은 거였다. 시간당 6-7천원인 이용 시간을 어이없게 버린 셈이다. 낙담하며 독서실로 들어가는데 사장님이랑 마주쳤다.


키가 190처럼 보이고 운동복에 검은 뿔테 안경을 쓴 이 사장님을 몇 개월 전 내가 수사관 지망생 다운 패기로, 일반 자영업자일 거라 건방지게 확신했다가, 알고 보니 이 크나큰 5층 건물의 소유주임을 깨달아 큰코다친 사건이 있었다. 물론 사장님은 내가 큰코다친 지 어쩐지 전혀 모른다. 최근엔 우연히 지하주차장에서 잠시 사장님을 마주쳤는데 옷차림은 트럭을 몰고 가야 할 것처럼 보이나, 제네시스 G90? 여하튼 최근에 나온 비싼 차에 타는 것을 봤다.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며 앞으로는 건방지게 사람을 추측해선 안 되겠다고 깨달았다. 물론 사장님은 깨달음을 준지 어쩐지 모른다.


왜 무슨 문제 있어요? 사장님이 말을 걸어왔다. 난 허탈하게 웃으며 아 그냥 제가 어젯밤 퇴실을 깜빡해서요. 말했다. 사장님이 아!? 이러더니 급히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그리곤 진정 건물주다운 면모를 보여주셨다. 그럼 시간 되돌려드릴게요~ 어제 몇 시부터 몇 시까지 있었죠? 당황한 나는 아니,, 제가 잘못한 건데요,,라고 말하였지만 사장님은 쿨하게 휴대폰 몇 번 두드리더니 내가 실수로 까먹은 시간을 다 원상복구 시켜주셨다. 감사하단 말씀을 드리곤 독서실에 앉아 아… 역시 성공한 사업가다…싶으면서 아… 역시 이 독서실은 취미였어… 하는 상념에 잠시 잠겼다가 공부를 시작했다.



오후 4시엔 머리도 식힐겸 산책을 했다.


저녁 즈음 다시 병원에 들러 언니와 저녁을 먹었다. 그리곤 다시 독서실에 돌아와 공부했다. 밤이 되어 집에 돌아와 빨래를 돌렸다. 내일은  개월 만에 친구를 보러 저녁에 군산에 간다. 매일같이 보자고 했는데도 내가 항상 거절만 했던 미안한 친구다. 문득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고맙게 느껴져서 내일은  보기로 했다. 아침에는 등산을 가보려고 한다. 배와 바나나가 썩기 직전인 상태로 그대로 있는  아까 보고선  생각이다. 장갑과 등산 스틱도 새로 샀다. 선물 받은 등산 신발에 어울리는 등산 양말도 생겼다.  뜨자마자 일어나면 무조건 산에 가보려고 한다. 혼자 하는 산행이 처음이지만, 처음이기에  설렌다. 몸과 마음을 단련시키는  도움이   같다. 그럼 내일을 위해 오늘은 이만 자야겠다. 일기 ~




교수님께서 전화 또 주셨는데 제가 놓쳤습니다…. 그리고선 연락드릴 타이밍이 용기가 없어 잡지를 못하고 있네요. 솔직히 교수님께서 왠지 제게 어떤 도움을 주시려할까 겁이나 연락을 못 드리고 있습니다…. 제가 오해했다면 죄송하지만 전 괜찮습니다 교수님..부디 제 글에 하트 하나만 주시는 것으로 제 마음에 평안이 오는 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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