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눈썹 연장을 받으러 갔다가 샵의 원장과 AI로 인해 변화할 세상과 앞으로 사라질 직업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큰아들이 고등학생이고 작은 아이가 초등학생이라는 원장은 아이들이 혹시나 AI로 대체되어 사라질 직업을 선택하면 어쩌나 걱정이 된다고 한다. 이젠 더 이상 의사해라, 변호사해라, 엔지니어해라가 아니라 '사람만 할 수 있는 일'을 직업으로 택하라 해야 될 것 같다고 한다. 공감이 되었다.
슬로 라이프를 즐기며 사람과의 관계와 소통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나는 요즘 핫한 AI, Chat Bot 같은 단어만 들어도 움찔하게 된다. 기술이 가져다 줄 '편함'보다는 우리의 모든 생활을 참견하고 결국은 우리의 두뇌까지도 지배하게 될까 하는 걱정이 앞선다.
지난 주말에 다녀온 '찰스'의 장례식에서 친구 '데이빗'은 강단에서 이별사를 읽기 전에 "지금 읽을 '찰스에게 보내는 이별편지'는 ChatGPT의 도움으로 작성했습니다."라고 해서 눈물을 흘리고 있던 사람들을 크게 웃게 만들었다. ChatGPT가 쓴 시형식의 편지는 훌륭했다. 장례식이 끝나고 많은 사람들이 '감동스러운 시'라며 데이빗인지 ChatGPT인지에게 'Good Job'이라며 칭찬을 했다. 남편은 데이빗에게 누가 쓴 게 중요한 게 아니라며 교차하는 만감을 섞어 훌륭하게 읽어 준 데이빗의 역할이 99퍼센트 였다고 칭찬을 했다.
요즘 머리를 쥐어짜며 손가락에 힘을 주어 쓰고 있는 소설에 AI를 활용하면 훨씬 완성도 높은 스토리를 지어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왠지 섭섭하다. 손녀가 인터넷에서 찾은 레시피에 따라 부친 바삭한 부침개가 할머니께서 옛날 방식으로 부쳐 주신 정성이 가득한 부침개보다 훨씬 바삭하고 맛있어서 할머니의 부침개는 결국 아무도 젓가락을 들이대지 않는 '찬밥' 신세로 전락하는 거 마냥 '인공 지능의 힘'을 빌리지 않은 글은 아무리 공을 들여 성의껏 썼을지라도 결국 완성도 떨어지는 그저 그런 맛없는 스토리로 쓰레기통에 처박히게 되지 않을까.
"원장님, 저 주말에 하와이 가니까 평소보다 속눈썹을 진하게 촘촘하게 붙여 주세요."
"어머 하와이 가세요?"
"ㅎㅎ 속눈썹 너무 많이 붙이면 더울 땐 눈에서도 땀이 나더라구요. 눈에 모피를 입은 느낌이랄까 ㅎㅎ. 추울 때는 자연스러운 속눈썹이 보기 좋은 데 여름이나 열대 지방에서 여름옷 입고 지낼 때는 두꺼운 속눈썹이 더 잘 어울리는 거 같애요. "
"ㅎㅎ 눈에서 땀이 난다는 건 처음 들어 보네요. 일리는 있네요. 본인 눈썹에 인조모를 붙여 놓은 거니까 옷 입은 느낌이 들 수도 있겠네요.ㅎㅎㅎ. 그런데 인모로 속눈썹 연장하면 좀 쳐지는 느낌이 들 수도 있을 텐데 인모로 바꿔볼까요?"
"아니요, 인조모로 해 주세요. 인조여도 자극도 없고 가벼워서 더울 때 빼고는 제가 속눈썹 연장했는지도 잊고 지낸다니까요. 속눈썹 연장 안 한 제 눈이 어떻게 생겼었는지 이젠 기억도 안 나요."
"저 참 잘하죠? ㅎㅎㅎㅎㅎ"
"네, 원장님 잘해요."
"제 생각에 AI이건 로봇이건 아무리 그 분야가 발전에 발전을 하더라도 속눈썹 연장하는 건 사람 아니면 못 할 거예요. 그래서 저는 제가 나이 들어서 손이 떨리거나 눈이 어두워져서 일을 못하게 되는 상황이 아니라면 일을 계속할 수 있을 거 같애요. 그것들한테 제 밥그릇 뺏길 일은 없을 거 라 장담해요."
"그럴까요?"
"그럼요, 속눈썹이라는 게 같은 모양의 사람이 없어요. 그리고 얼마나 까다롭고 컴플레인이 많은데요. 그걸 로봇이 다 담당할 수 있을까요? ㅎㅎ"
"아, 네. ㅎㅎㅎ"
"그런데, 하와이 가시는 거면 왁싱도 하세요. 저 왁싱도 잘해요."
전부터 왁싱은 왜 안 하냐고 나에게 은근 영업을 하던 원장이다.
"글쎄요. ㅎ 원장님하고 너무 친해지니까 조금 어색하네. 원장님한테 왁싱받기가. ㅎㅎ"
"저는 털만 봐요.ㅋㅋ 다른 건 안 봐요."
"그러고 보니 원장님 상반된 일 두 가지를 겸해서 하고 있네요. 털이 필요한 데는 붙여 주고, 필요 없는 데는 뽑아 주고"
"그런가요? ㅎㅎ 저는 그런데 왁싱일이 더 편하고 좋아요. 컴플레인이 없어요."
"그래요?"
"속눈썹은 연장하고 나서 며칠 지나서 맘에 안 든다, 너무 잘 빠진다 별의별 컴플레인도 많고 까다롭게 트집 잡는 손님들도 많은 데 왁싱은 한번 뽑은 털이 다시 자라는 건 조물주가 만드신 사이클에 따라 생긴 대로 자연의 흐름에 따라 되는 거니까, ㅋㅋㅋ 거기에 대해 누가 무슨 불만을 하겠어요?"
"그렇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