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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혜숙 Dec 11. 2021

여행에서 만난 금쪽같은 감동

- 오베르의 빈센트 반 고흐 무덤에 가다

"여행은 쉼이고 숨이다."라는 말이 있다. 여행은 일상에서 지친 몸과 맘을 쉬면서 새로운 힘을 충전하고, 살아 움직이게 하는 숨이 있는 힘이다. 코로나로 2년 동안 해외는 물론 1박 2일 국내여행도 못했다. 어서 코로나 종식되어 자유롭게 큰 숨을 쉬기를 바란다. 올 9월에 백신 접종을 완료하고 나서야 친구와 여행하는 기분으로 빈센트 반 고흐가 살았던 아를의 이름을 딴 '카페 아를'에 갔다. 의정부에 있는 '아를'은 나의 최애 카페다.

고흐가 좋아했던 '9월의 꽃'이라는 노란 해바라기 한 다발을 사 가지고. 카페 야외에 있는 고흐의 <자화상> 사진 앞에서 해바라기를 들고 사진을 찍으면서 전에 파리 여행에서 만난 금쪽같은 감동의 추억을 소환했다.


 '15년 8월 여름에 10년 만에 해외여행을 했다. 그동안 암 투병하고 무리가 될까 몸조심하느라 국내 여행도 못했다.  가고 싶었던 파리를 조카가 기획해서 설레며 자유 여행을 갔다. 그때 가장 인상적이고 감동적인 것은, 바로 파리 근교의 작은 시골 마을 오베르 쉬르 우아즈에 가서 빈센트 반 고흐(1853~1890)의 무덤을 본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화가의 무덤이라도 보고 싶다고 했더니 조카가 준비하여 조카와 친구랑 함께 아침 일찍 파리에서 기차를 타고 갔다 


오베르는 파리 오르세 미술관에서 빈센트 반 고흐의 <자화상>과 <오베르의 교회> <아를의 별이 빛나는 밤>을 보고 더욱 가고 싶었던 곳이다. 오르세 미술관 앞 상점에서 고흐의 <해바라기> <밤의 카페> 그림이 있는 쿠션과 컵 받침도 샀다. 지금도 쿠션은 우리 집 소파에 놓고 컵 받침은 물을 마실 때마다. 그의 그림을 매일 보고 있다.

오베르 역에 내리니 먼저 온통 노란 해바라기가 우리를 반겼다. 역 근처 가게에서 빈센트 반 고흐가 좋아했던  해바라기 한 다발을 샀다. 그를 만날 생각을 하니 마음이 설레고 가슴이 두근두근하다. 지하도에도 해바라기 벽화로 노랗다. 걷다 보니 그의 동상을 만나서 반갑게 인사를 했다.  

고흐는 정신과 치료를 받는 중에 심장병 약 부작용으로 노란색을 잘 보지 못해서 노란색을 더 진하게 그렸다. 나는 노란색이 너무나 좋다. 해바라기의 인상이 커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희망을 느끼는 밝은 노란색이 좋다. 옷도 노란색 블라우스를 입고 갔다. 

빈센트 반 고흐의 그림에 나오는 한적한 작은 마을의 <오베르 교회>에서 사진도 찍었다. '아, 이 길을 그가 얼마나 많이 걸었을까? 그가 다녔다던 이 교회에서 고흐는 어떤 기도를 했을까?' 생각하니 그의 숨결을 느낀다

목사를 꿈꾸며 탄광촌에서 힘든 사람들에게 따뜻하고 진실한 전도사를 하기도 했던 그의 마음을 생각한다.

좀 걸어가니 공동묘지에 빈센트 반 고흐는 사랑했던 동생 테오랑 함께 나란히 있었다.  서양 미술사에서 가장 위대한 화가 중 하나인 그의 무덤은 너무나 초라하다. 평생 가난하게 살았던 그의 모습이다. 테오에게 1주일에 한 번쯤 편지를 썼다는 고흐! 형제의 우정을 상징하는 무덤가의 담쟁이덩굴조차 쓸쓸하다. 함께 간 조카와 친구 우리 모두 놀라며 마음이 뭉클하고 짠했다. 

그림을 좋아해서 중학교 2학년 때 미술반 출신인 나는 그의 무덤 앞에서 해바라기를 헌화하고, 그림을 잘 그리는 미대 출신인 조카는 자기 작품 한 점을 바쳤다. 아! 빈센트 반 고흐!

중학교 졸업 40여 년 만에 빈센트 반 고흐 무덤까지 오다니 나는 너무나 가슴이 벅차고 감동했다. 그도 감동했을까?  하늘도 감동했는지 갑자기 소나기가 왔다.  그때 여행에서 만난 금쪽같은 감동은 아직도 생생하다.

빈센트 반 고흐의  <해바라기> 1888년    암스테르담 국립 반 고흐 미술관

<해바라기>를 그리려고 가난한 빈센트 반 고흐는 동생 테오가 준 돈으로 파리의 미술상에게 18가지의 서로 다른 노란색을 주문했다고 한다. 아를에서 고갱을 기다리며 고갱에게 화사한 방을 꾸며주고 싶어 희망을 가득 담아 그렸다고 한다. 밝은 희망을 담아 그린 노란 해바라기에 그의 설렘, 기쁨과 행복한 마음을 느낄 수 있다.


 오래전에 본 고흐에 대한 영화에서 고갱은 그의 해바라기를 보고 너무나 아름답고 훌륭한 그림이라고 감탄하고 그를 칭찬하던 모습이 떠오른다.  그가 어릴 때부터 해바라기를 좋아해서 "아주 멋진 꽃이야. 나는 해바라기를 이다음에 꼭 그려내고야 말겠어"하고 말했다고 한다.


“나는 그림에 내 가슴에 내 영혼을 그려 놓는다. 

그리고 그림을 그리는 동안 내 마음을 잃는다.” 는 빈센트 반 고흐의 말이 생각난다.   

 

중학교 미술 시간에 빈센트 반 고흐의 너무나 생동감 있는 <해바라기>를 보고 좋아해서 언젠가 그처럼 그림에 내 영혼을 그려 놓고 싶었다. 그런 내가 마침내 힘든 코로나 시국에 인생 2 모작인 63세부터 슬기로운 집콕 생활로 유튜브 보며 독학하며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다 빈센트 반 고흐 덕분이다. 너무나 감사하다. 


살아서는 자연의 아름다운 것에 감탄하고 사람을 사랑했지만 너무나 가난하고 외롭게 살았던 빈센트 반 고흐!

권총 자살로 슬프게 37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했지만, 죽어서는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위대한 화가로 인정을 받았다. 그의 바람대로 사람들을 위로할 수 있는 그림을 그려, 사람들에게 위로와 희망을 준 예술가를 생각하며 그의 명언을 떠올린다.   

  

“사람을 사랑하는 것보다 더 예술적인 것은 없다.”

“아름다운 것에 가능한 많이 감탄하렴. 많은 사람들이 충분히 감탄하며 살지 못하고 있거든.”   


나도 그처럼 사람을 사랑하고 아름다운 것에 많이 감탄하며 글과 그림으로 표현하며 살고 싶다.

나에게 위로와 희망을 주는 따뜻한 선물이 되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그런 선물이 되는 글과 그림이 되고 싶다.

빈센트 반 고흐의  < 별이 빛나는 밤 > 1889년      뉴욕 근대 미술관

                    

여행을 끝내고 서울에 와서 별이 빛나는 밤에, 돈 맥클린이 고흐의 동생 테오가 쓴 고흐 일대기를 읽고 빈센트 반 고흐를 기리기 위해 만든 팝송 ‘빈센트’를 들었다.

아름다운 자연에 감탄하고 그의 그림 <감자 먹는 사람들>처럼 가난하고 힘든 사람들을 사랑했던 아름다운 영혼 빈센트를 생각하며...

“Starry, Starry night”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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