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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창훈 Feb 14. 2022

[휘케치북] 22.02.14

추천곡과 더불어 소소한 일상과 생각을 담았습니다

‘사랑해 그리고 기억해 - god’


도입부에서 사람을 확 사로잡는 곡이 몇몇 있는데

대게 인디씬의 노래들이 그 섬세함으로 진솔한 가사를 고유하게 얹어 그렇고

허밍이나 추임새만으로 필이 충만한 팝이 그렇고

비트의 장인들이 모인 힙합씬의 몇몇 곡이 그렇습니다.

제 취향의 곡들 중엔 그렇습니다.


흔히 대중가요 kpop이라 부르는(정의하긴 힘들지만) 곡들 중 제가 듣는 곡에는 이런 특징이 정말 드문데

(대중들을 사로잡는 것에 특화된 곡들이면서도 의아한 일이지만)

이 지오디의 노래 <사랑해 그리고 기억해>가 그 드문 것 중 하나입니다.


목소리가 나오기 전 전주부터 대니의 도입부까지가 참 좋습니다.

그러니까 이 노래를 틀어두면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사람들마다 신이 나서 따라 합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보내야만 했- 떤”

가사와 무관하게 말입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늘 그렇듯 정체였고

한강 옆에서 지지부진하게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차창밖에는 한강변의 탐스러운 나무들이 줄지어 서있는데

몇몇 나무의 끝이 희뿌옇게 연두로 보여 소스라치게 놀랐습니다.

아니겠지 하며 눈을 부릅뜨고 비비고 다시 바라본 강변은 여전히 희뿌여서 연두인 듯 아닌 듯했는데

차가 앞으로 가면서 보면 옅은 갈색인가 싶기도 하고

무튼 그랬습니다.

봄이 오는 것입니다.

오늘은 비가 온다는데 입춘이 지났으니 이제 봄비가 오는 것이고

이 비가 내리고 난 뒤면 조금 더 많은 싹이 틀지도 모릅니다.


봄은 저 멀리 남쪽에서부터 시작되는데

제가 아는 봄은 늘 한강에서 시작돼서 희우정로에서 벚꽃과 함께 만개합니다.

한강의 나무들은 종을 알 수 없지만 저마다 가늘고 탐스러운 가지를 하늘로 뻗치고 있어서

그곳에 아주 작은 새 잎이 고개만 내밀어도

멀리서 보기에 희뿌연 연둣빛이 되고

점차 완연해지다가 3월이 되면 한강을 따라 양 옆이 온통 연두로 물들어 버립니다.


봄이 옵니다.

“돌아보면 너무나 아름다웠어 내 인생에 다시 못 올 순간들이었어”

이런 순간을 또 다시 다가오는 봄에 만날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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