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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휘케치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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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창훈 Feb 16. 2022

[휘케치북] 22.02.16

추천곡과 더불어 소소한 일상과 생각을 담았습니다

‘Better Run - Honey Mooncie’


달리기를 하려고 한강으로 나갔는데

여의도 쪽은 뿌옇고 서쪽은 청명하더군요.

도심의 높은 빌딩 숲에 미세먼지가 엉겨 붙은 것인가 하며 눈살을 찌푸리고는 서쪽으로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바람이 앞에서 불어오는 통에 몸은 힘겹고 숨은 금방 벅차올라서 

딱 망원동 만큼의 일직선을 달리고는 그대로 출구로 내뺐습니다.


바람이 서쪽에서 불어오니 서쪽은 맑고 동쪽은 희뿌연 것인가 하는 생각을 하며

앞으로도 바람이 서쪽에서 불어오는 날이면 서쪽으로 달려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어찌 됐건 한강을 따라 걷고 달릴 때는 경치를 즐기기 위한 의도도 있기 때문입니다.

동쪽에서 바람이 불어오면,

그것은 생각할 필요가 없는 일입니다. 

동쪽에서 바람이 분다면 대기가 맑고 시야엔 이상이 없을 테니까.


그 길로 크게 돌아 시장으로 갔습니다.

산책도 운동이라 생각하며 걷는 길에 망원동에 새로 생긴 카페와 가게들을 곁눈질로 구경하고

시장에 나온 물건들을 살피는 동안 과일 두 봉지를 손에 들었습니다.

그러다 반찬가게에 늘어진 나물들을 지나치지 못하고 섰습니다.

하나에 삼천 원이란 말에 고구마대와 시금치 나물을 고르고 멸치를 노려보다가 

지난 설에 멸치를 싸준다는 엄마를 만류하고 온 것이 기억나서 그냥 뒀습니다.

원두가 아직 남았지만 시장에 나왔을 때 사가자는 생각에 원두도 한 봉지 사고

올리브유에 굽고 볶을 생각으로 버섯도 사서 시장을 벗어나는 양손이 가득합니다.

장 보러 나온 셈입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망원동길은 유난히 소담하고 청량했습니다.

평일 한 낮을 준비하는 사장님들의 움직임과 찬거리를 준비하기 위해 나온 사람들

방학을 맞아 맛집 탐방은 온 이들과 

점심시간에 밥을 먹기 위해 나온 몇몇 직장인들이 있었습니다.


몽글한 낭만을 순식간에 퍼트리는 곡입니다.

<Better Run>

한낮, 맑고 햇살이 내리쬐는 날에 

어딘가를 한가로이 걷다가 앉아 따뜻한 커피 한잔을 하고 좋은 글을 보고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앉아 별다른 말 업이 한가로운 오후를 보낼만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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