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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휘케치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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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창훈 Mar 02. 2022

[휘케치북] 22.03.01

추천곡과 더불어 소소한 일상과 생각을 담았습니다

<Dance with me baby - 최정윤>


3월 1일의 서울은 아침까지 비가 오고 흐렸고

아직 새싹은 돋아나지 않았으며

며칠 전부터 풀린 한낮 기온에 땅이 느슨했습니다.

흙속으로 스며든 빗물이 여기저기 숨어있을 씨앗과 새싹에게 감미로운 자양분이 됐을 것이고

이제 땅속의 생명은 밤낮의 큰 일교차에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면서 부풀어 오른 흙 틈으로 숨 쉬며 세상 밖으로 나올 것입니다.


날이 포근하기 때문에 일찍 한강으로 나가서 오랫동안 석양을 즐기고 싶었으나

포근해진 온도만큼 잠에서 헤어 나오기가 힘들어서 생각보다 더 늦게 나간 산책길입니다.

낮에 올라간 온도는 밤이 되면서 급격히 낮아졌기에 평소와 다름없이 두텁게 옷과 목도리를 두르고 

높은 지대에 서서 핑크빛 하늘을 바라보다가 이내 발걸음을 옮겨 서쪽으로 걸었는데

해가 땅 밑으로 내려갈 때쯤이면 번지는 노을은 부담 없이 은은해서 사색하기 좋았고 느리게 걸으며 세상을 둘러보기도 좋았습니다.


망원 한강공원 입구 쪽 비탈길에 한참 서서 노을과 조명으로 아롱지는 물결을 바라보다가 몸을 돌렸는데

마침 듣고 있던 곡이 산책길에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어서 걸음을 집이 아닌 망원역 쪽으로 돌려 내디뎠습니다.

최정윤의 <Dance with me baby>입니다.

<Silly Love Song>이나 <달라>와 같은 곡도 비슷한 결로 인디풍의 발랄한 사랑 노래인데

새로운 달, 새로운 날을 맞이하면서 왠지 이런 노래가 듣고 싶더군요.

같은 거리, 같은 시간, 같은 온도의 산책을 하면서도

어떤 음악을 듣느냐에 따라 발걸음과 세상을 보는 눈과 기분이 다릅니다.


아직 보이지 않는 초록 잎사귀와 부풀어만 있는 꽃나무 들에 왠지 시무룩해서 지난 글을 들췄습니다.

꽃이 언제 폈고 풍경은 어떠했는지

그럴 때 어떤 노래를 들었었는지 궁금할 때마다 휘케치북에서 검색하는 일이 늘었습니다.

나 자신에게는 순기능으로 작용하는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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