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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휘케치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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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창훈 Mar 02. 2022

[휘케치북] 22.03.02

추천곡과 더불어 소소한 일상과 생각을 담았습니다

‘감당 - 최유리’


이젠 휴일에도 새벽 내내 잠들지 않고 아침을 맞이 하는 것이 나름 익숙해졌습니다.

물론 침대에서 잠깐 몸을 뉘었다가 두세 시간씩 점프하듯 시간을 넘어간 일도 있지만

대게 잘 깨어있고 글을 쓰고 끼니를 해결합니다.

업무와 생활 리듬을 맞춰야 시간을 허투루 사용하지 않을 듯해서 노력하고 있고,

한국땅에서 시차를 만들어 지낸 지 두 달이 이제 막 지났습니다.


창밖으로 어둠이 조금이라도 옅어지면 동이 트는 아침이 시작되는 것이고

푸른빛으로 채도만 달리하던 하늘이 땅 밑에서부터 붉어지면 아침 산책하기 좋은 시간이 됩니다.

3월 2일 6시 30분부터 어둠은 옅어졌고 기상청에서 알리는 일출 시간은 07시 3분이었습니다.


해가 뜨는 하늘은 해가 질 때 하늘과 어딘지 닮아있습니다.

분명 다름에도 닮은 듯 함은

봄의 새싹이 돋아날 때와 가을의 꽃과 낙엽이 질 무렵이 어딘가 닮아있는 것과 결이 같고

우리가 훗날 나이 들고 주름이 가득할 때 다시 어린아이와 같아지는 것과도 결이 같으니 오묘한 이치입니다.


여명, 그래 이것을 우리는 여명이라고 불렀습니다.

창밖의 여명이 주는 감흥을 만끽하고자 기어이 신발을 신었습니다.

미풍조차 불지 않아 아주 연약한 잎사귀 하나 움직이지 않는 아침에,

한강 물결도 미동 없이 잔잔하니 세상이 그대로 비춰 거울과 같았습니다.

난간에 잠시 팔을 걸치고 서서 그 고요하고 깨끗한 세상을 바라보는데 새끼 오리 세 마리 만이 그 물결에 파동을 일으키며 서쪽으로 나아갑니다.


동쪽 여의도 방향으로 걷는 길에 지저귀는 새소리에 나무 위를 올려다보니 까치가 둥치를 틀었습니다.

얼마 전부터 두 마리 까치가 나뭇가지를 입에 물고 이리 뛰고 저리 날며 분주하더니 

멀지 않은 곳에 둥지를 틀고 있었나 봅니다.

사람들이 많이 지나다니는 산책 길목이어서 필연히 이목을 끌게 생겼으니 까치는 사람들과 다툼 없이 지내는 방법을 이번 봄에 배우겠습니다.


풀어진 흙의 질감을 발을 디딜 때마다 느껴보는 길 끝에

노랗고 뽀얀 여명에 휩싸인 여의도 전경에 시선을 빼앗기고 

이후로 우측을 보며 그 풍경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걷다가 멈춰 서서 뒤돌아서니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걸어오던 할아버지께서 그런 전경에 아랑곳하지 않고 흙길만을 따라 걷고 있습니다.

걷고 보고 생각하고

가볍게 나온 산책길에도 목표가 분주하고 산만한 나와 달리

걷는 것 하나에만 온전히 목표를 둔 모습을 보니 그 내공을 따라잡으려면 아직도 멀었다는 생각을 합니다.


추천곡은 늘 깊게 파고들어 여운을 주는 최유리의 곡 중 하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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