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아기 and 남편, 가족여행
매년 여름 휴가 기간은 도시의 삶에 충실하며 보내고,
가을에 늦은 방학을 갖곤 했는데 올해는 가을까지 너무너무 바빴던 관계로 11월이 돼서야 드디어 휴식을 가질 수 있었어요.
올해도 역시 여행에 아기가 빠질 수 없겠죠. 하룻밤 이상 아기를 친정이나 시댁에 떨어뜨려 놓은 적도 없고, 슬프나 기쁘나 가족은 운명공동체이기에 함께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아기도 가족 여행을 함께 다니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기와 해외 여행을 하는 게 쉽지는 않죠. 제약이 많고 챙길 것도 많습니다. 여행지 선정도 보다 까다롭습니다. 아기와 함께 여행하려면 비행 시간이 그리 길지 않고, 여행하기 적합한 기후여야 하겠죠. 11월이면 동남아나 태평양의 휴양지가 적절하겠지만 동남아는 약 6시간이 걸리는 비행 시간과 생각보다 비싼 항공료가, 태평양은 늘 그랬듯이 저에게 매력적인 여행지가 아닌 관계로 배제하고 생각하다보니 마땅히 갈 만한 곳이 떠오르지 않아 여행지를 정하는데 골머리를 앓고 있었죠.
동남아나 태평양을 배제하자 중국 인근의 대만, 홍콩, 마카오(물론 중국이지만)가 떠오르지만 다 모두 최근 몇년 사이에 다녀온 곳이기에 다른 여행지를 물색했습니다. 그 다음은 일본이 있지만, 일본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에 저만의 해외 지도에서 깨끗하게 지워서 없는 나라나 마찬가지입니다. 물론 최근에 정말 많은 사람들이 여행지로 선택하고 있고, 일본은 여행지로서 아주 매력적인 곳이라 마지막까지 갈등했던 것도 사실이지만 처음 마음 그대로 가져가려고 무던히도 애를 썼습니다.
그러자 결국 남는 건 우리 머리 위에 있는 나라들, 북한, 몽골, 러시아가 떠오르지만 겨울이 오고 있으니 시베리아 고기압을 마중하러 위로 올라갈 필요는 없겠다 싶었고, 그럼 남는 곳은 중국 본토입니다.
그렇네요. 중국 본토를 떠올리고 보니 왜 지금까지 한번도 중국을 여행지로 거론되지 않은 건지 스스로 좀 의아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동북쪽은 비행시간도 2시간 가량이라 아기와 가기에도 부담없고, 역사도 오래된 도시들도 많다보니 볼거리도 다양할텐데 말이죠.
하지만 베이징이나 상하이 같은 도시는 너무 많이 알려져 있지만 관광지의 성격보다는 정치적이거나 사업차 들르는 곳으로 제 머리 속에 들어와 있거나, 몇년 전 보았던 미세먼지가 뿌옇던 대기의 모습이 강인하게 머리 속에 자리잡혀 여행지에서 늘 배제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래서 도시의 이미지가 참 중요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베이징은 중국의 수도지만 어딘지 딱딱하고, 너무 많은 사람과 큰 건물들만 떠오르고, 상하이는 자고나면 건물이 들어선다는 아주 상업적인 도시의 이미지가 먼저 떠올라서 다른 것들은 모두 묻혀버렸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사실 떠나기 전 큰 기대가 없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직접 눈으로 보고 다녀와서 보니 상하이는 아름다운 곳이었습니다. 거대한 간판과 건물들이 "어서와, 대륙은 처음이지"라고 말해주는 것 같았는데, 다른 작가의 글을 보니 상하이는 베이징에 비하면 아기자기하고 귀여운 곳이라더군요. 상하이의 큰 규모에 압도당했던 저는 베이징도 가보고 싶어졌습니다.
상하이에만 머무르는 게 아쉬워 마지막 날에는 고속열차로 30분 걸리는 물의 도시, 쑤저우에도 다녀왔습니다. 중국말 중에는 하늘에 천당이 있다면 지상에는 쑤저우가 있다는 말이 있다고 하네요. 얼마나 아름다우면 그런 이야기가 나오는지 기대치가 높았습니다.
중국 본토를 다녀오고 보니 이웃나라인데 이렇게 몰랐나 라는 생각에 반성을 많이 하게 됩니다. 늘 보는 made in china와 연일 뉴스를 장식하는 중국인 관광객들, 정치인들 덕에 중국을 잘 안다고 착각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직접 다녀온 중국은 이색적이었고 우리와 다른 점이 많았으며 한편으로는 어딘지 모르게 아주 비슷하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하나둘씩 이야기를 풀어볼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