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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유진 May 12. 2021

어정쩡한 수사물에 고어 몇 방울 [스파이럴]

이럴거면 직쏘를 예토전생 시키자

쏘우를 처음본게 2004년 즈음이니, 성인이 되고 나서 처음으로 당당히 봤던 고어 작품 중 하나였다. 초창기까지의 쏘우는 좋았지만, 메인 캐릭터 '직쏘' 의 죽음 이후 점점 산으로 가며 스토리보다는 잔인함에 초점을 맞춰 변질된 시리즈. 이번엔 스핀오프 작품인 <스파이럴> 이 개봉했다. 닉 퓨리로 유명한 '사무엘 잭슨' 도 주연을 맡고, 쏘우 시리즈의 부흥을 이끌었던 '보우즈만' 감독이 다시 메가폰을 잡은 영화 <스파이럴> 은 어땠을까.



STORY

열혈 경찰 '재키' 는 동료를 잘 믿지 않고 홀로 일하려 한다. 그의 아버지는 과거 리더였던 '마커스', 아버지의 그늘 아래 우여곡절이 많았으며 동료들과 갈등도 많다. 그가 믿을만한 사람은 없기에. 그런 그에게 신입 '윌리엄' 이 파트너로 배정되고, 두 사람은 지하철 터널에서 일어난 끔찍한 살인 현장으로 출동.


그런데 희생자는 과거 동료였던 인물이며 이미 세상을 떠나고 없는 직쏘를 따라하는 듯한 범죄 행위에 경찰은 이를 위험으로 인지, 즉각 대응 수사에 나선다. 그러나 실마리는 보이지 않고, 동료는 하나둘 희생되어 가는데 대체 누가 경찰에게 감정이 있어 이런 일을 벌이는 것인가.


평범한 수사물에 그저 약간의 고어함만...


<스파이럴> 의 80% 이상을 이끄는 장르는 '수사물' 이다. 사건이 발생하고, 이에 남은 이들은 분노하며 다음 증거를 찾아 나서고 계속 범인을 쫓는다. 그런데 여기엔 '추리' 가 없다. 과거 <쏘우 시리즈> 가 기발한 방법으로 잔인하게 사람을 죽이는 장면 외에 폐쇄된 공간에서 반전을 유추케 하는 긴장감이 포인트였는데 영화 <스파이럴> 에 그런 긴장감과 추리는 없다.

오로지 경찰들만 상대로 악행을 가하는 범인을 쫓아 보이지도 않는 것을 찾아나선 경찰들. 그들은 단합하지 않으며 모두가 어영부영 흘러가기만 할 뿐. 같은 경찰 동료의 죽음임에도 그렇게 적극적으로 보이지 않으며 심지어 무언가 숨기고 있는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런데 문제는 그들 중 의심을 제공할 만한 조연이 없다는 것. 모든건 주인공인 '재키' 만 끌어안고 갈 뿐이다.


경찰 아닌가. 추리력이 없다. 관객으로 하여금 함께 누가 범인일까 라던가, 각 사건의 연관성을 꿰어 이후의 스토리를 에측케 하는 그 어떤 소재도 제공하지 않기 때문에 그냥 밋밋한 수사물을 보고 있는 듯하다. 긴박감도 없고, 그저 놀래키기 위한 깜놀 구간과 과도하게 시끄러운 음악이 단발적으로 나올 뿐. 또한 오프닝과 중간에 나오는 몇몇 고어한 장면들은 분명 <쏘우 시리즈> 의 전통을 잇고는 있으나, 오픈된 무대에서 잠깐씩 보여지는 이런 시퀀스는 이벤트성으로 보이기 까지도 한다.

'직쏘' 라는 살인마가 죽었다는 것만 알면 되기에, 전작을 복습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독립 작품이라 쳐도 이건 범죄물이라고 하기에도 뭐할정도로 평면적인 전개에 허무하게 끝나버리는 결말은 멍 때리게 만들었다. 아직 밥도 다 못 먹었는데, 후식으로 쿠키도 주지 않고 곧바로 나가라고 재촉하는 듯한 마무리. 시원치 않았다.


'사무엘 잭슨' 의 주연 발탁은 홍보만 그러했을 뿐, 그의 비중은 많지 않다. 주연 '크리스 락' 을 띄워주기 위해 그의 비중을 너무 과도하게 올린건 아닌지. 수사물임에도 동료들과 협업하지 않는 꽉 막힌 전개는 그럭저럭 따라갈 수 있을진 몰라도 결국 보고나면 임팩트는 없다. 반전도 뻔하고..



왠지 후속작이 나올거 같은 마무리를 제공한 영화 <스파이럴>. 그런데 이제 쏘우 세계관도 그만 보내줘도 되지 않을까. 차라리 이럴거면 직쏘를 예토전생 시켜 전면에 내세우던가. 확실히 장르물의 힘은 초반부에 집중되기에 너무 길어지면 그걸 보며 성장한 이들의 눈높이도 달라지고 여러모로 답답할 뿐이다.


어정쩡한 수사물에 고어 몇 방울 (★★☆)

https://youtu.be/UD-_vl5JcZ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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