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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유진 May 29. 2021

때로는 즉흥적인 것이 만드는 놀라운 드라마 - 스프링송

무작정 질러보는 감성 연출은 득일까 독일까...

초여름에 접어드는 지금과 맞지는 않지만 좀 더 일찍 봤더라면 감성 충만했을 영화 <스프링송>. 실제 2인조 밴드로 활동하는 '준상, 준화' 가 주인공을 맡고, 무작정 뮤직비디오 촬영을 위해 떠난 일본에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다룬 <스프링송> 은 배우 유준상이 감독으로써는 세 번째로 이름을 알리는 작품이다.


의외로 이 작품이 널리 알려지지 않아 리뷰 글도, 본 이들도 그리 많지 않은데 너무 즉흥적이라서 무엇을 말하고파 만들었는지 모르겠다 하는 이들도 많으나 의외로 감독의 의도는 간단하다.


뮤직비디오에서 남녀 주인공은 대체 무슨 대사를 주고받을까라는 궁금점에서 시작했어요


그 호기심에서 시작하여 즉흥적으로 일행을 일본으로 끌어들인 무작정 감독의 뮤직비디오 촬영기 <스프링송> 은 어땠을까. 



STORY

밴드로 활동중인 '준상, 준화' 는 신곡 '스프링송' 의 뮤직비디오를 찍기 위해 일본으로 향한다. 그러나 30대를 앞둔 '준화'는 아직 성공하지도 못한채 언제 찾아올지 모를 밝은 미래에 대한 고민으로 쉽사리 집중하지 못한다. 그리고 아름다운 경치를 두고도 계획없이 넘어온지라 예쁜 그림이 나오지 못하는 상황.


즉석에서 '준상' 은 함께 뮤지컬 했던 배우 '아키' 를 부르지만 콘티도, 기획도 없이 오로지 느낌만으로 추상적인 감정을 요구하는 '준상' 은 만족스럽지 못한다. 변화를 위해 여배우를 추가하기로 하여 후배 '소진' 도 일본으로 넘어오지만 도무지 무엇을 그리고픈지 모를 감독의 무작정 질러보는 촬영기에 다들 혼란스러운데..



즉흥의 묘미를 추구하는 사람

배우 '유준상' 은 소탈해보이는 이미지가 매력적이다. 2001년 경인가, KBS 주말 드라마 <태양은 가득히> 에서 처음 알게 된 그는 꽤 오랫동안 내가 주목하지는 않았지만 최근에는 드라마 <경이로운 소문> 을 통해 다시 큰 화제가 되었다.


이미 그는 몇 년전부터 감독이자 작가로도 활동중이었으며 이번 작품 <스프링송> 은 세번째에 해당한다. 평소 즉흥적으로 무언가를 추진하길 좋아한다는 그의 뜻대로 이번 작품의 스토리는 모든 것이 즉흥적인 것의 연속이다.


나 또한 궁금은 했다. 뮤직비디오의 구성이 발전하면서 그 안에 들어있는 인물들은 대체 어떤 감정과 대사를 가지고 연기를 하는걸까. 대개 노래 가사와 맞지 않는 완전 별개의 드라마를 보여주는게 한국 뮤직비디오의 특징인지라 구체적인 시나리오는 어떻게 구성되어 있을까가 궁금했다. 분명 스토리와 콘티가 있을텐데..


그러나 <스프링송> 은 다르다. 제목처럼 봄을 기다리는 노래라지만 그가 그리고픈 봄의 느낌은 어떤 것일까.새학기의 설레임인가 따뜻함인가 아니면 다른 무언가인가. 명확한 콘티도 없이 무작정 예쁜 경치를 담기 위해 떠난 일본이지만 애초에 계획이 없으니 무엇을 해야할지 모르는 것이다. 그래서 순간마다 누가 던진 말이나 즉흥적으로 떠오른 것에 이끌려 계속 일을 크게 벌려나간다.


예상치 못한 배우진의 추가 변경 및 장소, 연출 상황 설정 등. 스토리가 없기에 그는 배우들에게 대략적인 감정만 요구한채 말도 안 되는 것들. 예를 들어 한 명은 외국어로 아무 대사나 말한다거나 전혀 봄을 기다리는 상황과는 맞지 않는 대사를 요구하며 이를 담아내고.


배우들의 연기를 끌어내기 위해 여러 문학 작품의 대사들이 인용되고 이게 의의뢰 최종 결과물로 나왔을 떄 꽤 괜찮아서 놀랍지만...


대체 연속성이란 없는 이런 것으로 어떻게 이야기를 만든다는 것인지 모두 의아해하지만 따른다. 그리고 여기엔 불투명한 미래에 불안한 파트너 '준화' 도 있지만 그는 막연한 보조 도구를 찾기 위해 돌아다닐 뿐 '준상' 과 충분한 교감이 되지 않았기에 같은 밴드의 노래를 준비하고 있음에도 답답할 뿐이다.


그러나 말도 안되는 단편적인 장면들의 모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최종본은 꽤 감성적이면서 멋진 작품이 되었다. 이를 보며 연출기법, 음악, 연기 등이 커버하는 무근본의 이야기가 얼마나 대단한지 깨달았다. 약 1시간 30분 내외의 짦은 시간 중 85% 정도는 대체 무엇을 말하고픈지 알 수 없는 답답함이 있겠으나, 마지막 5분 내외의 봄의 영상은 그 자체로 단편 영화로 쳐도 될 정도로 꽤 감성적이다.



결국 남는건 단편적인 감성 소재들

그러나 최종본이 좋았다쳐도 앞선 대부분의 전개가 즉흥적인 것 뿐이라 끈기있게 볼 힘이 필요하다. 영화는 결국 어떤 봄을 기다리는 노래를 들려주고 팠는지 명확하게 언급하지 않은채 음악, 영상미 등의 부가적인 감성 소재들의 이미지만 남겨 놓았다.

확실히 'J N JOY 20' 가 만든 OST 는 봄에 어울리는 좋은 음악으로 가득차있으며, 작품 곳곳에 잔잔히 깔리며 감수성을 자극하지만 과연 이 감성이 현재 보고 있는 화면과 상황에 어울리는지는 아이러니한 부분이 있다. 그래서 <스프링송> 은 정석적인 감성을 다루고 있다고 보기는 어려울 수도 있다. 각 요소가 가진 감성은 와닿지만 전체로 뭉쳤을 때는 확고한 무언가가 떠오르지 않기 때문에.



그럼에도 보고나면 힐링 된다. 일본의 예쁜 겨울 풍경이 그리 많이 나오지는 않으나 엉뚱한 캐릭터들의 연기와 상황. 이것이 한국 독립영화의 매력 아닌가. 그리고 계속해서 도전하는 감독 유준상 님의 노력에 다시 한 번 감탄하며 차기작을 기다려본다.


https://youtu.be/rOacGN7A0Z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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