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생일? 가짜 생일?

나는 소중 하니까~~

by 아이리스 H
겨울에 태어난 아름다운 당신은
눈처럼 깨끗한 나만의 당신
겨울에 태어난
사랑스러운 당신은
눈처럼 맑은
나만의 당신
........
.......
Happy birthday to you~
Happy birthday to you~

어딘가에서 이 노래가 들릴듯한 날씨다.'겨울 아이' 이 노래는 나를 위한 곡이 아닐까? 내가 세상에 첫선을 보이던 바로 그날 하얀 눈이 처마 밑까지 내렸다는 전설이 전해져 내려온다.


만삭의 몸으로 시장 다녀오시다가 미끄러져 눈밭에 두부를 놓치고 하얀 눈 속에서 두부를 겨우 찾아오셨다는 울 엄마의 옛이야기 속 주인공은 바로 나다. 엄마 뱃속에서 나도 깜짝 놀랐다는 사실.


추운 방에서 덜덜 떨며 아기를 낳으려는데 눈길에 산파는 더디오고 나는 엄마 뱃속에서 탈출하려고 몸부림을 쳤을 것이니 그 아픔을 기억하는 자는 엄마와 나뿐이다.


그날이 여전히 생생하신 엄마는 늘 이맘때가 되면 이 시리고 몸살이 오곤 하신단다. 나도 얼마나 힘들었는데 폭설과 강추위에 발가벗고 나오느라 얼마나 추웠겠는가? ㅎㅎ


약하고 작게 태어나 사람 구실을 할 수 있으려나? 눈이 녹고 따뜻한 봄날이 지나 호적정리를 하러 가신 아버지는 생년월일을 올리시며 나이도 한 살 줄이고, 날짜도 양력 12월 28일로 올리셨단다.


이렇게 나의 가짜 생일과 한 살 어린 채로 초등학교에 입학까지 무난했던 과거가 고맙다. 그때 그 시절...


양력 12월 28일, 음력 11월 27일 그렇게 나는 두 개의 생일이 존재한다. 간혹 생일이 1월로 넘어가거나 생일이 없는 날도 있었다. 신기하게도 올해는 28일이 생일이고, 30일이 음력 진짜 생일이 되었다.


그리고 오랜만에 한국에서 내 생일을 맞이했다. 천천히 나이 먹으라고 12월 끄트머리에 내 생일이 걸렸다.


좋아하는 모카빵에 초를 켜놓았다.


혼자 놀기 달인이 되어가는 중 ~ 겨울 생일이신 분 함께 할까요? 미역국도 끓이고 찰밥도 했고, 김치부침개도 해놓고 새로 담근 배추김치, 파김치, 알타리김치까지 풍년이다. 아름다운 생일 노래도 틀어놓고 진수성찬을 즐겼다.





어릴 적 내 생일은 언제나 겨울방학에 있었다. 게다가 얼마나 춥고 춥던지? 폭설이 내려 꼼짝하지도 못 할 때가 많아서 생일 상은커녕 오직 미역국뿐이었던 기억이다.


친구들은 생일파티도 하고, 선물을 주거니 받거니 하지만 난 항상 친구들 생일만 챙겨주고 아무것도 못 받는 손해 보는 생일을 보냈다.


학창 시절도 매번 그랬고, 어른이 되어서도 음력 내 생일을 기억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가끔은 12월 28일이라도 챙겨 먹으려 했지만 크리스마스 후유증이 있거나, 여행을 가거나, 연말 즈음이라 모두들 바빴다.


여하튼, 생일이 늘 아슬아슬 12월에 턱걸이를 하거나 1월로 넘어가 조용히 사라졌다.


결혼 후에도 아이 키우고 워킹맘으로 살다 보니 내 생일을 그리 챙겨보지 못한 것 같다. 남편이 몇 번 장미꽃을 사 와서는 겨울이라 꽃값이 비싸다며 이 돈으로 맛난 거 실컷 먹을 수 있는데..


그래도 꽃이 좋아?라고 물었다. 난 꽃이 좋다. 특히 겨울에 사는 비싼 꽃을 받게 되어 특별한 겨울 생일이 좋아졌다.


꽃피는 봄날도 , 흐드러지게 꽃이 많은 여름날도, 낙엽 지는 가을도 아닌 하얀 눈이 내려오는 추운 겨울날에 태어남을 좋아하게 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내 맘대로 정하는 생일이 아닌지라 그저 하늘에서 아니 울 엄마랑 울 아버지가 날 그리 만들었으니 이제라도 챙기며 살아가기로 했다.




아~~~ 기다리고 기다리던 생일을 조용히 지나려 했지만 아침부터 카톡이 생일 알람을 울리고 아침잠을 깨운다. 눈 비비고 일어나 핸드폰을 열었다. 1등 축하자는 와우~~ 하노이다.


누구? 남편 땡 , 그럼 아들? 땡, 하노이에서 만난 동갑내기 친구 딩동댕! 어머어머!! 내 마음을 적중했다. 화살로 쏘았다면 10점 만점 ㅎㅎ


일단 예쁜 꽃다발 사진 받고...

원은희 작가님의 생일 그림카드 받고... (지인의 허락 받음요)

원은희 작가님 생일 축하 그림 카드


준비한 귀걸이 선물사 진도 받고...

( 하노이 오면 주겠다고)

긴 줄 귀걸이 좋아합니다. 취향저격

1분 만에 내 입꼬리가 당겨 올라갔다. 눈도 반짝반짝 레이저를 발사한다. 어제 아침의 일이다.


"생일~ 축하해! 즐거운 하루 보내~"


3분 짧은 안부에 감동... 했다.


해외가 처음이었던 나에게 베트남 하노이는 무척 낯설었다. 난 탕롱 넘버원 아파트 25층에 살았고, 친구는 26층에 살고 있었다. 어쩌다 우연히 우리는 해외에서 동갑내기 친구로 만나 5년 넘게 인연을 맺고 살아간다.


내 생일날에 미역국과 반찬을 친정엄마처럼 차려 주었던 친구. 트렁크 두 개로 잠시 머물다 가려던 나의 마음과 발을 붙잡아 준 고마운 친구다. 정 많고 따뜻한 마음을 그땐 몰랐었다.


낯선 곳에서 새롭게 만난 누군가의 과잉친절이 부담스러웠다. 살짝 거리두기를 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서로를 믿고 챙겨주는 사이가 되었다.


그 친구는 늘 많은 사람들이 주위에 있었다. 나뿐만 아니라 이웃을 잘 살피고 돕는 수호천사랄까? 가진 것을 잘 나눠주고 베풀고 필요한 것들을 한국에서 공수하고 좋은 정보를 잘 공유한다.


그 친구 덕분에 해외살이가 좀 수월했다. 내가 그곳에서 이사를 가게 되던 날, 새벽부터 친구는 김밥을 싸서 내려왔다. 친구네 집에서 조금 멀리 보이는 곳으로 이사를 하는 것인데 짐 정리하려면 배고프다며... 김밥을 안겼다. 얼마나 고맙고 마음 뭉클했는지 잊을 수가 없다.


험한 세상이라지만 곳곳에 천사 같은 사람들도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것도 먼 타국에서...





베트남 오면 장미 백송이 사주겠다고 말한 남편보다 귀걸이 사두었다고 빨리 오라고 사진 보내온 친구가 오늘은 더 좋다. 작은아들과 큰아들에게 받고 싶은 선물을 전송했다. 엎드려 절 받기를 하며 신이 났다. 하하하 힘들게 키웠으니 당당하게 선물 요구하는 건데... 뭐가 문제일까?


50대 생일을 챙겨 먹겠다는 엄마요, 아내여서 행복하다. 하소연할 때가 없으니 브런치에라도 공개해야지... 진짜 생일? 가짜 생일 제발 둘 중 하나라도 챙겨주세요!! 가족 여러분 매일매일 생일처럼 살 수없으니 딱 하루 생일만은 잊지 말고 아셨죠~~ 혼자서도 잘 산다고.. 괜찮다고 말하는 거... 진심 아닙니다.


눈이 내리고 춥다고 모두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오지 않았던 어린 시절 내 생일은 날씨만큼이나 쓸쓸했다. 어제저녁 생일 기념 브런치 북을 편집하여 스스로 자축했다.


작가님들의 라이킷이 정말 감사했다. ㅎㅎ

어느 작가님께서 댓글까지 남겨주셨다. "신이시여~~ 날 버리지 않으셨군요"




가끔 카톡에 생일 알람이 떠서 축하 메시지를 보냈더니 하하하 웃으며 "진짜 생일 아니여 ~~ 가짜 생일 호적에 적힌 날이여" 친구도... 언니도... 지인들도... 나만 그런 게 아니었다는... 핸드폰으로 알람을 정할 때 생년월일 등록을 하게 되니 호적 생일과 진짜 생일이 다를 수도 있었다. 나이도, 생일도, 이름도 다른 이가 있었다.


12월 28일 호적상 양력 생일, 목요일(30일) 찐 음력 생일 (11월 27일) 올해는 두 번의 생일을 나 홀로 자축하며 보내야 하지만 필요한 것을 반강제로 얻었다. 두 아들이 보낸 선물이 오후에 도착했다. 미안해하지 말고 당당하게 필요한 선물을 받고 행복하기로 했다.


바쁘니까, 추우니까, 이해하니까, 네 마음 다 아니까, 내년에 해주면 되지, 그럴 수도 있지... 그러려니... 모른 척 넘어가기 없기다. 나는 소중하니까... 어쩌다 혼자서 생파를 하게 되었지만 슬프지 않다. 흐뭇하다. 이건 진심이다.


누군가에게 나도 수호천사까지는 못되어도 고맙고 감사한 마음을 전하는 겨울 아이로 살고 싶다.


2021년

작가님, 구독자님, 아이리스의 글을 읽으시는 모든 분께 올 한 해 진심으로 감사했음을 꾸벅 인사드립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