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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리스 h Oct 11. 2024

누구를 탓 하리요~~반성문

콩꼬비자?

한국행 비행기를 티켓팅했다.


갑자기  보고 싶은 아들... 엄마... 친구들...

참지 말고 보러 가기로 했다.

브런치 작가의 여정 초대도 가고 싶었다.

친구 딸 결혼식에도...


바쁜 스케줄을 비우고 2주 가을 만끽하러

마음 가는 데로 한국으로 여행?

8일~22일 행복해질 시간들로 마음도 몸도

분주해졌다. 몸은 하나인데 홍길동처럼

하노이와 타이빈을 오고 가며 바빴다.


트렁크 먼지를 털었다. 어느새 8년을 함께한

가방이 이제는 스크래치도 많고 보낼 때가

된 듯 허름하다. 닦아봐도 별로다. 이럴 땐

참지 말고 새 거를 하나 사는 게 답이다.

알뜰살뜰 모은 돈을 풀었다.


마침 세일 중인 트렁크를 연보랏빛으로

사고 나니 기분이 급 좋아졌다. 역시 여행은

함께 할 가방이  한몫  그래도 세일하고 있는

제품을 사는 게 마음이 편안하다.


급하게 가려던 마음을 두 남자는 알았는지?

가지 마 가지 마 가지 마~~를 외쳤다.

아니야 잘 다녀올게~~ 그렇게 짧은 시간은

흘러갔다. 난 새 트렁크를 들고 공항으로 출발


줄을 서서 기다리는 동안 배웅 나온 남편에게

걱정 말고 가라고 손짓을 했다. 내 차례가 되었다.

짐을 올리니  17킬로쯤 티켓팅을  마치고

좌석을 묻는다. 창가 반대 복도 쪽을 택했다.




그때였다.


저몯쭛 ~ (잠시만요)

무슨 일? 가방은 꼬리표를 달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여권을 체크하며 고개를 갸우뚱?

문제가 있나 보다... 직원이 급히 다른 곳으로

나를 데리고 갔다.


분명 거주비자가 11월 20일이라 쓰여 있고

문제가 없는데~~~ 콩고 비자 (비자가 없다)

비자기간이 넘어갔다고 한다. 뭐라고??

남편에게 전화를 하니 차를 돌려 달려왔다.


8년  베트남살이중 이런 일 처음이다.

정말 졸았다 쫄면이 울고 갈 상이다.

에고 ~~ 영어든 벳남어든 마음껏 표현

하고 싶은데 혀가 뇌가 정지되었다.


쫄면 안되여~~ 당당하게


비행기를 탈 수 없는 지경이다. 리얼?

통역사에게 전화를 하고 이리저리 알아보는 동안

시간은 흐르고 마음속이  타들어 다.

그때 아기를 안고 나에게 걸어온 벳남 그녀는


"도와드릴게요 무슨 일인가요?"


한국말을 한다 모르는 사람의 도움을 받았다.

알고 보니 내 비자는 복수비자가 아닌 단수비자

였다 1년에 한 번 한국을 다녀오면 비자가

무용지물이 되어 지금은 한국에 갈  없으며

조사를 받은 후에 갈 수 있다고 말해주었다.


오 마이 갓~~


베트남은 여행하기 좋은 나라로 알려지면서

해외 모든 나라의 사람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45일 무비자 , 3개월, 6개월, 1년 비자까지

다양하게 선택이 가능하다.


거주증 은 대부분  2년~5년으로 되어 있으며

거주증이 없는 경우 대부분 비자를 만든다.

당연히 멀티비자값을 회사 직원에게 주었고

그런 줄만 알고 있었는데 황당하다.


 직원은 둘째 아이 임신 중 출산을 앞두고

회사를 그만두었는데 엄청 큰 사고를 치고

사라진 거였다. 단수비자로 한 번만 한국에

다녀올 수 있는 싼 비자를 붙였던 거였다.


왜? 몰랐을까?


회계업무를 보던 그녀를 우리는 너무 믿었다.

그녀의 불합리한 선택(멀티비자값을 받고

단수비자를...) 나는 어쩌다 불법체류자가 되어

이 글을 쓰고 있는 것일까?





세상에나...


한국에 있어야 할 나는 지금 하노이 에 있다.

어이없는 실타래를 풀려고... 끙끙

너무 쉽게  세상을 살았나 보다.... 자책하며

아무도 믿지 말라던 그 말을 이해하게 되었다.


믿지 못할 세상이라고...  3년 넘게 한솥밥을

먹은 직원이 비자값을? 어찌했던 걸까?

이곳에 사는 동안 단 한 번도 비자문제로

비행기를  탄 적은 없었고 늘 자유롭게

복수비자를 또는 거주증을 보유하고 살았다.


 비자가 이렇게 된 줄도 모르고

4월 한국에 다녀온 후 트렁크 가방 속에서

잠자던 여권으로 다시 한국을 가려했던 무지함

남편도 통역사도 너무 바빠서 대충 지나쳤다.


단수비자는 한번 한국을 다녀오면 무용지물

멀티비자는 언제든 한국에 다녀올 수 있어서

금액차이가 크다. 어째 이런 일이...

속상하고 화가 나지만 수습이 먼저다.


내 여권을 제대로 챙겨보지 못한 나의 허술함도

비자에 도장이 찍혀 있음에도 그려려니

비행기 티켓팅까지 끝내고 

어쨌든 리체크가 필요했던 상황이었다.


아는 게 힘! 모르면 당한다.

꼼꼼하게 체크하고 살자.


허둥거리는 동안 들어가 버린 가방을 다시 찾아서 공항을 빠져나왔다. 남편도 나도

에휴에휴 뭐라 할 말을 못 찾고  통역사에게

묻고 알아보느라 차 안공기는 무거웠다.

텅 빈 마음을  위로하기도 전에 우리는

국제경찰서로 가서 일을 해결해야 했다.

세상에 태어나 법 없이도 잘 살아왔던 우리는

정말 쫄았다. 후들후들... 웬일이야


번호표를 뽑고 나니 종이두장을 준다

한 장은 빽빽한 벳남어와 영어로 신상을 쓰고

한 장은 반성문을 쓰라고 한다. 이름을 쓰고

주소 전번 등등 쓰고...


빈 A4용지에 벳남어로 반성문을 썼다.

기가 막히다 정말 누구의 잘못인가?

반성문을 쓸 사람은 과연 누구인가?

단수비자를 붙이고 멀티비자인 줄 알았던

무지함 (콩비엣 :몰라요)을 반성하란다.



10월 8일

아침도 거른 채 공항으로 경찰서로

종횡무진 어쩌다 불법체류자 신세가 되어

여권을 경찰서에 뺏긴 채 집으로 돌아왔다.


이 와중에 배꼽시계는 알람을 울린다.

꼬르륵꼬르륵... 먹고 힘내기로 했다.

근처 분식점에 가서 참치마요 덮밥과

쫄면을 시켜 사이좋게 나눠 먹었다.


쫄면 안되여~~ 참지 마요


경찰서에서 부르면 언제든 대기했다가

달려가야 한다며 통역사도 졸았다.

믿었던 직원의 실수라 하기엔 너무 가혹하다.


우리는 그날 오후 타이빈으로 다시 길을

떠났다. 어디로든 가지 않으면 답답하고

무섭고 떨렸다.

불법체류가 웬 말이냐고 따지고 묻고 싶지만

그러기엔 여권 안에 붙어있는 비자가 웃는다.


한국에 꼭 가야할 일들을 뒤로 미루고 취소하니

허탈하고 어이없다.세상 밖은 위험하다고 ?

세상속엔 그래도 좋은사람들이 더 많고

그날 노을은 너무나 예뻤다.


다행인 건 벌금형으로 사인을 했고 16일

무사히 여권을 찾으면 내 나라 한국에 갈 수

있다는 확답을 받아낸 상황이다.

모든 일이 순풍에 돛 단 듯 잘 마무리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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