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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mish Jul 12. 2020

그렇게 멀어졌다

시내에서 멈추는 스물네 걸음




그렇게 멀어졌다.



진학을 하면서, 이층 집은 학교를 다니기에 너무 멀었다. 

하지만 아빠가 손수 지은 이 집을 포기할 수가 없어, 결국 학교 근처에 아파트를 얻어 생활하였다. 이층 집과는 그렇게 멀어지기 시작했다. 


개인 휴대폰이 생기고, 몇 명의 친구들과 연락을 시작하면서 나는 외로움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이렇게 연락을 하고 지내기 전까지 나는 무엇을 했지? 기억이 나질 않는 것이다. 연락이 오지 않거나 멀어졌다고 느낄 땐 외로워졌다. 한참을 폰을 만지작 거리며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저마다 몰려다니는 친구들이 있는데 그런 건 어떻게 하는 건지.


보통 처음엔 초등학교 때 친구들과 반을 찾아다니며 이 낯선 분위기에 대해 호들갑을 떨곤 했다. 하지만 직전에 전학을 왔던 나는 친밀감이 제대로 형성이 되지 않았고, 갑자기 넓어진 세계에 대한 두려움이 더 큰 상태였다. 물막에서 전학 갔던 학교 친구들에 대한 이질감이 굉장히 컸기 때문에 나는 극도로 소심해졌다. 10대 시절은 암흑기 같았다. 


그럼에도 그땐 만화책을 접하면서 뿜어 나오는 창작욕구가 그런 감정들을 달래주었다. 

이층 집은 떠났지만 나는 스프링 노트에 온갖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본격적으로 그림을 그리고 싶다고 생각하였다. 


하지만 고등학생이 되고는 그마저도 거세되었다. 만화에 익숙해지면 그림 스타일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었다. 대학에 가는 스타일은 정해져 있었고, 만화라는 장르는 도움이 되지 않는 방해물이었다. 그래도 겨우겨우 발산했던 나의 이야기들을 마무리 하기는 했지만, 그 이상으로 새로 창작하는 것은 그만두었다.  


본격적으로 공부에 매진하기 시작하던 시기였다. 목표는 오로지 대학으로, 그 이후의 미래에 대해서는 생각하지도 못하는 환경이 되었다. 목표가 명확하니 이제 실력만 따라오면 되는데, 입시라는 것은 따분하고 강압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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