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내에서 멈추는 스물다섯 걸음
대화가 필요하단 생각을 하였다.
중학생, 고등학생 시기는 나에게만 암흑기인 것이 아니었다. 무니는 종종 가출을 하곤 했다.
어느 날인가, 자신은 집에서 왕따인 것 같다고 말했다. 자신의 엄마 아빠는 모범적인 지니 언니만 좋아한다고.
하지만 나는 같은 얘기를 지니 언니에게 들은 적이 있다. 엄마 아빠는 무니만 신경 쓰고 늘 지니에게만 양보하라고 한다는.
대화가 필요하단 생각을 하였다.
하지만 대화가 답일지라도, 정작 그 소용돌이 안에 갇혀 있으면 답에 대한 확신이 없다.
나 역시 엄마, 아빠와의 갈등이 고조되기 시작하였다.
아빠는 내가 약았다고 생각했다. 나는 그게 아빠 탓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걸 뭐라 하는 아빠에게 화가 났다. 당신이 강압적이었기 때문에 내가 눈치 볼 수밖에 없었던 것을, 내가 처음부터 잔꾀를 쓰는 버릇없는 아이라고 생각하는 걸까? 부모를 비롯해 환경에 영향을 받지 않는 아이는 없는 건데, 내가 온전히 저 혼자 자아가 형성되었다고 생각하는 게 이상했다.
아빠는 나를 단정 짓고, 믿지 못했다. 확실히 제대로 된 대화도 없이 아이가 나쁜 길에 들었을지도 모른다는 착각을 하는 것은 위험하다. 물론 점점 더 무거워지는 아빠의 사업이 가족에 대한 무관심과 불안을 키우는 데 한 몫했다고 본다만, 그걸 그 시절 어린아이가 감내할 순 없는 것이다.
아이의 행동이 이상하다면 맥락부터 파악해야 한다. 하지만 내 눈에 비친 아빠는 그렇게 현명하지 않았다. 내가 그릇된 행동을 했다면 말을 해주길 바랐다. 나에 대해 느끼고 생각한 것을, 걱정스러운 것을 털어놔주길 바랐다. 하지만 내 눈에 비친 아빠는 그렇게 다정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