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로 물드는 스물아홉 걸음
우리 가족들은 다시 모이기 시작했다.
얼마 전에는 미국에서 살던 아빠의 형도 이 곳으로 와 정착하였다. 여러 사연이 있었지만, 거두절미하고 다락방 집은 이제 큰아빠의 숙소가 되었다. 그리고 곧 그 집도 큰아빠의 취향에 맞게 개조되었다.
우리는 아빠의 형까지 모여사는 대가족이 되었고, 아빠는 그게 마냥 좋은 것 같았다. 가족들의 생일을 핑계로 고기 파티를 열었고, 보통 1차는 이층 집의 넓은 잔디밭에서, 2차는 큰아빠가 개조한 다락방 집의 뒤뜰에서 열렸다.
나와 지니 언니, 무니는 상경했지만, 가족들은 궁마을에 여전히 남아있었다.
이층 집을 방문하는 데 어색할 건 없었다. 다만 연례행사처럼 고모나 아빠의 생일을 맞이하여 고기 파티가 열릴 때나 방문하였다. 이유를 가지고 여길 온다는 것이 묘하긴 했지만, 거슬릴 정도는 아니었다.
커버린 내가 다시 밟은 그 이층 계단이 너무 낮아서 놀랐다. 다락방 집으로 들어갈 때마다 보았던 고모부의 앞마당도 굉장히 작게 느껴졌다. 어릴 땐 이층 집의 아래층에서 위층으로 올라갈 때마다, 높은 계단 때문에 숨이 차 쉬어가던 중간 지점에서 털썩 주저앉아 바깥 풍경을 보곤 했었는데.
“다나! 무니! 고기 먹으러 나오래!”
지니 언니가 우리를 불렀다. 무니의 방에서 무니의 연애사를 듣고 있던 나는 단숨에 내려가 밖으로 나갔다.
이층 집의 바깥문을 열면,
앙증맞게 보이는 앞마당, 문 양 옆으로 든든하게 지켜주는 커다란 크리스마스 나무 두 그루.
더 이상 라일락 꽃나무들이 내뿜는 향긋한 꽃향기가 나를 감싸진 않지만, 아직 남아있는 울퉁불퉁한 바위들과 새롭게 심어진 작은 나무들이 잔디밭까지 나를 안내한다.
세 네 걸음이면 도착하는 잔디밭은 더 이상 광활한 운동장처럼 느껴지진 않지만, 온 가족이 둘러앉아 정겹게 식사하기엔 충분히 여유 있는 장소. 햇빛을 머금은 듯 따뜻해 보이는 잔디와, 드문드문 어디선가 날아온 꽃을 피워내는 민들레 꽃들이 시야에 가득하다. 지니의 어린아이들을 위해 고모부가 준비한 조그마한 수영장이 잔디밭 한가운데를 차지하고, 그 위로 더운 햇빛을 막아줄 나무 지지대와 놓치지 않고 그 지지대를 타고 올라가는 포도 넝쿨.
블루투스 스피커를 통해 울려 퍼지는 올드 팝송, 쌓여가는 빈 술병들, 적당히 살랑거리는 바람의 감촉이 좋다. 지니 언니의 아이들의 재롱과 다소 취한 어른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가족의 집이라 할 지라도, 이제 아빠는 손님의 입장으로 이 곳에 온다. 하지만 아빠가 느끼는 행복에 비하면 그것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가족들은 언제든 모여 다 함께 식사를 하였다.
여전히 원두막 앞에서 고기를 굽고 가족들의 만찬을 준비하는 아빠와 엄마, 고모와 고모부, 그리고 우리 다니, 무니, 지니와 지니의 아이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