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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안나 Jul 24. 2024

경력단절의 단절기

마흔 살 다둥이 엄마 재취업기

 애는 누가... 로 시작 되는 질문을 스무 번 채우기 전, 최종 면접에 합격했다. 이례적으로 대표 면접까지 치르면서 얻은 결과다. 면접관님은 마지막까지 내 10개월 아이의 어린이집 적응을 안타깝다며 탄식하셨다. 마흔한 살의 생일날, 나는 회사에 첫 출근을 할 예정이다. 둘째 요한이는 11개월이 되는 날이다.


 2019년 코로나의 시작과 함께 만 3년을 재택으로 근무했다. 그 후 대외 활동을 지속하면서 임신과 출산, 그리고 육아와 갑작스러운 아빠의 장례 등으로 경력이 희미하게 이어졌다. 나는 몇 년 동안 자격증을 취득하고 프리랜서로 일하며 끊임없이 노력했지만 그렇다고 회사를 다닐 때처럼 나를 중심으로 살 수 없었다. 어느 날인가 사고 싶은 것을 장바구니에 담은 채 결제 창을 넘기지 못한 그 밤, 나를 위해 돈을 쓰지 못하는 나의 모습이 보였다. 돈이 가는 곳에 마음이 있는 데, 나를 위한 소비를 할 수 있는 마음이 내게 없었다.


 구직은 쉽지 않았다. 동종 업계에서는 내 이력과 같이 공여기관 또는 수혜기관 두 곳을 근무한 경우가 드물다. 경력과 자격증으로 어떻게든 면접까지는 갔지만 있는 아이를 없다고 할 수 도 없었고 돌도 지나지 않은 아이의 귀여움에 서로가 경탄하였지만 결과는 탈락이었다. 반년 넘는 시간 동안 취업을 할지 말지 조차 결정하지 못한 나는 매 달 성실히 실업급여를 타며 그 조건을 충족시키고 면접 보는 날을 (아이를 맡기고) 콧바람 쐬는 날로 삼았다. 아이 낳고 치마 입을 일이 별로 없어서 꽃무늬 치마를 입고 면접에 참석했다.


 조리원 동기들과 이야기를 나눌 때, 약사인 동기도, 누구나 아는 회사를 나온 그녀도 아이를 기르며 회사를 다니는 어려움에 대하여 모두 한 목소리가 될 수밖에 없었다. 역시 심의 위원이나 면접 심사를 참석하면 시간당 받는 수당이 내 일일 급여보다 많은 사람이라 해도 나는 경력 단절을 향해 가고 있었다.


 어느덧 7월이 되었고 나의 두 아이는 그 어느 때보다 찬란하게 웃었다. 한 여름 밤새 비가 온 다음 날의 옥수수 같이 한 뼘은 자라났다. 아이들을 보고 있으면 나의 세상은 조금 무너져도 괜찮다 큰 위로가 되었다. 하지만 위안을 감정의 밥으로 삼아 삼키고 싶지는 않았다. 남편과 함께 연구 용역을 받아하게 된다면 일 년에 몇 건을 해야 할까 하며 계산을 해 보기 시작했다. 넉넉하진 않아도 용역과 지금 하고 있는 대외 활동을 지속한다면 연봉정도는 벌 수 있겠다 싶기도 했다. 하지만 좋은 사람들과 함께 일하는 것, 그리고 조직에 속하는 것이 내게는 중요한 가치 중의 하나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전보다는 더 건강한 조직에 소속이 되고 싶었다. 물론 직장은 출근해 봐야 알 수 있기에 지금도 두렵고 기대되는 마음이 혼재돼 있다.


 쉬이 잠들지 못하던 나날들의 밤이 되면 두 아이를 재워놓고 경력단절을 검색했다. 마트 캐셔와 설거지, 쿠팡... 소싯적에 다 해봤던 일들이라 내게 낯설지는 않았다. 아르바이트를 동시에 네 개쯤 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런데 아이를 돌보며 할 수는 없어 보였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건강한 조직에서 한 사람으로 내가 가진 경력을 쓰고 싶었다. 그래서 이번 회사의 면접을 한 번, 두 번, 세 번 참석해서 취업이 되었다. 그렇게 다시 직장에 소속될 예정이다.


 잘할 수 있을까, 둘째는 누나와 함께 어린이집에 잘 지내게 될까 수도 없는 생각들로 밤을 새우는 나날이다. 취업을 하고 나니 접수해 둔 자격증 공부도 되지 않는 날들이 이어진다. 나는 참 나약하다. 체력은 바닥이고 인성은 아직도 성숙하지 못했는데 이런 내가 잘할 수 있을까, 끝없는 물음표가 연달아 머릿속을 채운다.


 그래도 해내고 싶다. 적어도 우리 한나가 취업할 때는 아이가 있는지, 그 애는 누가 보는지 묻지 않도록 세상을 조금 더 나은 곳으로 변화시키고 싶다. (물론 이런 질문을 아직도 하느냐 궁금해하는 사람이 있겠지만... 난 안 들은 적이 없다.) 건강하게 퇴직할 때까지 조직과 사회에서 좋은 자원으로 살고 싶다. 자격증 따서 뭐 할 건지 계속 묻는 우리 엄마한테 자격증 쓰는 모습도 보여주고 싶다. 무엇보다 요한이와 한나, 남편에게 나의 세상을 보여주고 공감받는 날이 오기를 소원한다. 경력단절을 단절한 이야기는 심심하고 단조롭지만 이렇게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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