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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여름 Aug 05. 2024

돈 벌고 싶은 자, 야근은 새벽1시부터!

사회초년생이 당한 취업사기 2화

20대 초반- 대학교 휴학을 하며 경력을 쌓기 위해 마케팅 회사를 알아볼 때였다. 채용사이트에 이력서를 업로드해놓았고, 한 회사로부터 입사 제의를 받았다. 그렇게 스물 한 두살 남짓되었을 때의 나는 아무 의심 없이 그 회사에 출근을 했다, 경기도의 한 펜션으로.


돈이 뭐길래,

건강을 포기하면서까지 집착했을까?


퇴근해서도 시도 때도 없이 오던 문의 문자와 전화.

평일엔 밤 11시에 퇴근하면 일찍이고, 새벽 1시정도에는 퇴근해야 야근이고.


영화관에서 영화를 볼 때도 중간에 나가서 받고, 지인과 만나는 중에도 양해를 구해 전화를 받고, 문의 문자가 왔는데 행여 못 본 게 있을까 수시로 문자함을 확인하고, 공개하기 싫지만 반강제로 공개한 카톡 아이디를 보고 무례하게 연락이 와도 혹시 고객일까, 강하게 대꾸하지도 못했다.

(이정도는 별거 아니라고 생각하는 분들에겐 할 말이 없지만요^^;)


나는 그때 왜 그리도 이 문의에 열심히 대답했을까? 내가 원했던 업무도 아니었고, 사기 당해서(!) 들어간 곳이라 나올 거였는데..


이런 회사에서 왜 당장 튀어나오지 않았냐고?


생각해보니 이때의 나는 무언가 어떤 세뇌를 당했던 것 같다.


어떤 이상한 단체들로부터 세뇌당해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사람들을 보고 대개 뭐라 말할까?


"나는 그런 세뇌 안 당해, 걔네한테 안 당해."


나 역시도 그런 생각을 가졌었다. 물론 지금도 경각심을 위해 그렇게 생각하기도 하고-.


그런데... 인간이 잘 안 변한다 싶은가?

다들 '사람 잘 안 변해'라고 말한다.

하지만 한순간에 완전히 다른 모습이 된 사람들도 있다.

그런 사람들의 경우 어떤 메시지를 일정 기간동안 압축해서 많이 듣는 경우엔 뇌가 그 메시지에 동화되어 변화하게 된다.

 

그래서 인간은 생각보다 더 쉽게 주변 환경에 동화되고,

내 주변이 세상의 전부라고 생각하고,

내가 보고 듣고 겪은 것이 진리라고 믿고.


결국 그 '진리'라고 믿는 주변환경에 맞춰 내가 변하게 된다.

생각보다 더 쉽게.


그렇게 내가 지금 몸담고 있는 '이 회사, 이 일'만이 내 유일한 밥줄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야, 너도 할 수 있어!'가 단지 용기를 불어넣어주는 말에 그치지 않고 세뇌, 즉 brainwashing을 시켜 정말 내 생각을 바꿔놓았다.


전사 아침조회는 매월 첫번째 월요일에 진행됐다.

그 달에 팀별로 매출이 가장 좋았던 사람들이 나와 소감발표를 했다(물론 나는 전사 아침조회를 한 번밖에 못 들었지만). 전사 직원 다같이 모여ㅡ나름 소속 직원은 꽤 있었다ㅡ 팀별 한 주 목표 설정, 어떤 식의 노력을 더 할 것인지 등 여러 인원이 앞으로 나와 마이크를 잡고 각자의 발표를 해댔다.


그들이 했던 말의 대부분은 '여러분도 할 수 있습니다. 매일 새벽부터 새벽까지, 열심히 일한 만큼 그대로 성과가 나오는 곳, 정직하고 성실하게 일한 사람에게 그만한 보상을 주는 곳! 젊은 나이에 누구보다 빨리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곳!' 이었다.  

  


팀별 아침 회의는 요일을 가리지 않고 거의 매일 아침마다 진행했다.

쓸데없는 회의 시간이었다. 그 시간 동안 부장과 주임들의 지루한 '선전(일종의 propaganda)'을 들었다. 내용인즉슨 우리 팀이 얼마나 열심히 영업을 해야 하는지, 주임들의 일별, 주별, 그리고 온갖 과거의 성과를 끌고오며 우리처럼 병아리 같은 신입도 얼마나 더 많은 돈을 모을 수 있는지 설명했다.


역시나 '하는 만큼 성과가 나오고, 그만큼 인센티브를 주고, 주임들의 나이가 20대 중후반밖에 안되지만 다른회사 또래보다 훨씬 돈을 더 많이 번다'라는 식의 말이었다.


돈이 무엇이기에?


그때 나는 정말 그들처럼, 그 회사의 상위 1%처럼 돈을 벌 수 있을 것 같다는 꽤나 큰 목표를 가지게 되었다.


그리고 내 인생 중 가장 많이 몸이 아팠고

높아진 염증수치가 내 온몸을 뒤덮었던 때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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