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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여름 Aug 18. 2024

여왕벌 대리님의 편애, 수혜자가 나?

사회초년생이 당한 취업사기 5화

여러 명의 사람이 모이기 시작하면 이상한 사람이 꼭 한명씩 껴있기 마련이다. 그리고 이때, 그 집단에서 이상한 사람이 안 보인다면?


’그 사람이 혹시 나인가…?’


고민해봐야 한다는 우스갯소리도 있을 정도로 그 집단에 이상한 사람은 최소 한 명씩 있다고 한다.


물론 여러 명의 사람들이 모일수록 의견도, 성향도, 성격도, 생각도 다르니 다수의 사람들과 의견 차이가 있을 확률이 높고, 그 차이를 느끼면 서로 멀어지게 되는 거고. 그래서 의견이 유독 다른 사람은 종종 무리에서 떨어지니 ‘이상한 사람’으로 오인되기도 한다(사바사).


하지만 이 회사에서 이상한 사람은..

너무 많았다(이미 앞전 회차에서 여러명 등장했다).


이 회사에서 만났던 대리님 한 명은 한마디로 ‘남미새 여왕벌 대리님’이었다. 3년차 이상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정확히 기억은 안 난다.


내가 입사할 시기에 나 포함 여자 3명, 남자 3명이 함께 입사했었다(이런 회사 특징이, 많이 입사해서 얼마 지나지 않아 많이 퇴사한다). 그런데 그 대리님은 남자직원 3명에게 티나게 살갑게 대해줬고, 나를 포함한 나머지 여자 3명에게는 그냥저냥 대해줬다.

물론 잘해줄 의무는 없지만, 그녀가 남직원들에게만 친절하게 대하는 걸 우리가 모를 리 만무하다. 하물며 그당시 남직원들도 이를 알고 있었다.


그러다가 신입 여직원 한 명이 신입 남직원과 친해진다 싶으면 큰소리로 ‘남자랑 친해질 시간에 영업 한번 더 나가야 되지 않아?’라는 식으로 꼽주기 일쑤였다.


이뿐만 아니라 여직원 중에서도 본인의 비위를 맞춰주는 직원에게만 애정을 듬뿍 담아 대해준다. 여왕벌 대리님이니, 당연히 본인에게 ‘대리님이 가장 예쁘고, 능력있고, 귀엽고, 동안이고(당시 그분이 20대 후반이었음에도) 어쩌고 저쩌고..’ 온갖 아부를 잘하는 사람이 맘에 들었겠지.


모두가 있는 데서 티나게 팔짱끼고 쏙 빼가서 그 사람만 디저트 사주기, 애정하는 직원에겐 ‘귀여워’ 남발하지만 그렇지 않은 직원에겐 대놓고 ‘안 귀여우니까 귀척 하지 마’ 라고 정색하기, 눈치 없는 직원에게 ‘그러니까 친구가 없지’ 상처뿐인 팩폭 날리기, 편애하는 직원에겐 종종 퇴근길 카풀을 해주고, 싫은 직원에겐 그냥 곱게 거절하지 않고 꼭 ’내가 다 태워줄 순 없잖아, 알아서 가요‘를 비꼬는 말투로 시전하기…


자신과 잘 맞는 사람에게 잘해주고 싶고, 잘해줄 수밖에 없는 게 사람 마음. 그러니 그녀의 편애가 나쁘다고 볼 수는 없다.


하지만 그렇다 해서 안좋아하는 직원에게 막말할 권리가 주어지는 건 아니다. 또한,저렇게까지 대놓고 티내며 편애하는 건 사회생활을 잘하는 성인이라고 볼 수도 없다(내가 볼 땐). 그녀가 다른 직원을 면박 줄 땐 항상 ‘갑분싸’가 됐고, 반대로 곧장 칭찬받은 편애받는 직원은 오히려 더 부담스러워 하게 되고.


사실 이때 나는 비위를 꽤나 잘 맞췄고…


어쩌다 내가 그녀에게 ‘모델 같으세요!’라고 했던 게 꽤나 맘에 들었나 본지…


초반과 달리, 그녀는 나를 점점 티나게 편애했다.

(맹세컨대 잘 보이고 싶어 억지로 말한 것이 아니라 나는 본디 예쁜 모습을 보면 예쁘다 솔직하게 칭찬해주고, 다소 예쁘지 않은 모습에서도 장점을 찾아 칭찬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다.)


그러니 저 사연 속 편애 받았던 직원은 나였다. 수혜를 받으니 꽤나 편하기도 했다. 따돌림 당하지도 않았고, 실수해도 용인해주고, 집도 데려다주고..(!)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당사자 입장에서 오히려 티나게 편애받는 게 더 불편했다.


그리고 나도, 너도, 우리 모두 알았다.


오늘은 그녀가 디저트를 나에게만 사줬지만, 내일은 내가 버림받고 다른 직원에게 디저트를 사줄 수 있다는 것.


여왕님의 눈 밖에 나지 않기 위해 사바사바를 잘해야 한다는 것.


그러니 하루하루 그녀의 기분을 파악해가며 기분 맞춰주고 아부하는 게 우리 일과의 필수!


이상한 사람은 어딜 가나 많지만,

여긴 많아도 너무 많았었다.

어릴 때 멋모르고 당했던 취업사기는 별의별 인간군상을 만나게 해줬다. 정말 내가 만나본 적도 없고, 앞으로도 만날 일 없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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