샐러드는 싫지만 비건입니다.
이하니, 이효리, 이슬아, 김겨울 이름만 들어도 멋짐이 뿜뿜 뿜어져 나오는 이 언니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 그녀들은 아름답다. 빙고!
- 그녀들은 날씬하다. 빙고!
- 그녀들은 트렌드를 이끄는 시대의 아이콘이다. 빙고!
- 그녀들은 모두 비건이다. 빙고!
외모로만 평가하기에는 부족할 정도로 매력 넘치는 그녀들은 그렇다. 모두 비건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처음 비건식을 시작하게 된 데에는 거창한 이유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이전 직장에서 동료들과 도시락 모임을 만들어 샐러드, 고구마, 과일 같은 것들을 점심으로 먹기 시작했더니 의외로 활력이 넘치고 가뿐한 하루가 펼쳐져 채식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던 것이 계기라면 계기일 것이다. 그러던 것이 환경오염으로 인한 기후 위기가 가속화되며 비건이 되는 것이 내게 내려진 지상명령인 것만 같은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러나 비건이 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나 혼자만의 비건 식생활을 유지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일 것인데 논비건 가족들의 식사를 준비하는 동시에 비건식을 먹어야 하는 것은 고난과도 같은 일이었다. 김이 모락모락 나도록 고기를 구우며 잔인하게 도살당하는 소의 모습이나 생매장되는 돼지의 겁먹은 눈동자를 떠올려도 보았지만 부족한 상상력은 생생한 후각 앞에 무릎을 꿇었다. 그렇게 나는 무한 비건 3일 체제에 들어서게 되었다. 무한 비건 3일 체제란 ‘결심하고-실패하고-후회하고’의 과정을 여러 차례 반복하며 만족할 수 없는 식생활을 계속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내가 비건지향식을 지속하게 된 비결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반.찬.가.게였다. 요린이인 내가 힘겹게 준비한 논비건 식사를 앞에 두고 다시 한번 나를 위한 비건식을 준비하여 가족들 옆에 앉는 것은 너무나도 힘든 일이지만 퇴근길 집 앞 반찬가게에 들러 매운 콩나물 무침이나 두부조림이나 도토리묵 같은 내가 좋아하는 비건 반찬을 골라 3000원(고기가 들어있지 않은 반찬은 가격도 저렴하다.)짜리 반찬을 구입하기만 하면 멋진 비건식이 눈앞에 펼쳐졌다. 색색깔깔 먹음직스러운 샐러드나 트렌디한 비건 식재료를 먹지는 않지만 아껴 두었던 예쁜 접시에 좋아하는 반찬을 가득 담아 맛있는 한 끼를 먹는 것은 쉽고도 충만한 일이었다.
최근 축산업계는 환경오염에 축산업이 미치는 영향력이 과도하게 보도되고 있다는 다양한 증거를 제시하며 자신들에게 씌워진 불명예를 벗으려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비건이 되는 것을 결정함에 있어 중요한 것은 비건식이 개인이 기후 위기 시대 환경에 이바지할 수 있는 가장 영향력 있는 실천 방안이라는 것을 인식하는 것이다. 더군다나 이때까지 ‘계란은 안 돼요. 우유도 안 되죠. 조개도 고통을 느끼니 그런 음식들을 먹는다면 진정한 비건이라 할 수 없죠.’라며 선을 긋던 세련되고 아름다워 따라 하고 싶지만 까칠하고 도도해 가까이 가기 힘들었던 비건 언니들이, ‘괜찮아요. 잘하고 있어요. 하루에 한 끼라도 채식을 먹는다면 당신도 비건이죠.’하며 친절한 옆집 아줌마처럼 우리의 손을 덥석 잡아준다. 나는 짝사랑하던 상대의 열렬한 사랑을 받는 행복한 마음으로 기꺼이 그녀들이 열어준 길을 행복하게 걸어간다.
엄격한 기준에 따라 판별하자면 반찬가게의 음식들은 완벽한 비건식이 아닐지도 모른다. 동물성 육수를 사용하거나 소스에 동물성 재료가 포함되어 있을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이런 길을 통해서 비건 3일 체제에서 5일, 30일 체제로 나아가는 나를 발견한다. 인류를 위한 큰 한 걸음을 위해서는 내가 할 수 있는 미미한 한 걸음이 반드시 필요하다. 퇴근길 반찬가게에 들어서는 나의 발걸음이 보람으로 가득 찬 것은 그것이 내가 지금, 이 시간에 스스로의 선택으로 더 나은 세계를 위한 한 걸음의 일원이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