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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perlocal Feb 15. 2024

차별 사회를 뛰어넘어 건강한 사회 만들기

실시간 이야기 - 2024년 2월 14일

한국은 여러 개의 글로벌 브랜드 기업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미래에 인구가 줄어들고 이민법이 더 개방되면 세계 우수한 인재들이 많이 몰려올 대기업과 IT기업이 많이 존재하고 있다는 얘기죠. 



여러분은 이민온 인재들과 동등하게 경쟁하는 세상을 상상해 본 적이 있나요? 

내가 살고 있는 시카고의 한 동네에는 '외국인'들이 많이 살고 있습니다. 우리처럼 미국에 일하러 온 싱글패밀리입니다. 미국인도 많이 거주하고 있지만, 인도/파키스탄/방글라데시인과 같은 서남아시아인과 중국인/베트남인 등 동남아시아인들이 많이 살고 있습니다. 


우리 동네가 위험한 동네냐고요? 그 위험하다는 시카고에서 안전점수가 100점이 나오는 흔치 않은 동네입니다.


동네 산책을 할 때마다 머리에 스쳐가는 생각이 있습니다. 여기서 마주치는 다양한 사람들이 미국이 아닌 한국을 선택했다면 그들의 운명은 어떻게 바뀌었을까. 


많은 사람들이 꿈과 기회를 찾아 타국으로 이주를 합니다. 점점 한국에도 많이 찾아오죠. 한국의 정치역사를 배우려고 오는 엘리트 학생도 있고 기술을 배우러 오는 엔지니어들도 있습니다. 또 공장에서 일하려고 오는 단순직 노동자도 많고, 결혼 이주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저도 광화문 직장을 다닐 때 LG에서 일하는 많은 인도계 직원들을 자주 봤습니다.  


그런데 한국에서 일하는 외국인들이 한국인들과 건강한 경쟁구도를 가지고 동등한 입장에서 경쟁하는 것 같진 않습니다. 


어떻게 이주하게 되었건 간에 이주자들이 겪어야 하는 차별은 어디에서나 발생합니다. 고된 일이나 빡빡한 이민정책보다 사회적 압박을 못 견뎌하는 사람들도 많죠. 특히, 한국은 오랫동안 단일민족의 나라라는 교육을 받았고 또 단층적 사회구조를 가지고 있기에 우리와 다르게 생긴 사람들이나 다른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에 대한 편견도 많고 거부감도 심합니다.  


분명 차별은 과거에 비해 줄어들었습니다. 그렇지만 아직도 어느 인종으로 어디에서 어느 시대에 살아가느냐 하는 것은 인생의 방향이 바뀔 수도 있는 매우 중요한 문제로 보입니다. 미국의 흑인 역사만 보더라도 감이 옵니다. 만약 1940년에 30살이 되는 한 흑인 미국인은 은퇴할 때까지 인생 대부분의 시간 동안은 차별을 받아왔을 겁니다. 현재를 사는 흑인 미국인들과는 상대적으로 완전 다른 삶을 살았겠죠. 


시간이 지나도 인간은 본인의 인종과 태어난 시대를 스스로 선택할 수는 없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남에 따라 차별의 시대가 점점 막을 내리고 다양성을 존중하는 사회로 변모하면서, 노력에 따라 차별을 덜 당하도록 그리고 더 풍성한 삶을 살 수 있도록 장소를 바꿀 수는 있습니다. 그러니 똑같이 뛰어난 사람이 있다면, 어느 장소에 있느냐에 따라 충분히 인생을 바꿀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한 사회가 풍성하지 않다면 능력 있는 이주자는 그 사회를 선택하지 않을 것입니다.  


알게 모르게 우리는 인종차별주의자입니다.

정도의 차이일 뿐, 아직도 세계 어딜 가건 차별은 존재합니다.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에서도 스스로 알아채지도 못하는 차별이 저변에 깔려 있습니다. '흑형'과 같은 단어가 보통 단어로 쓰이는 것처럼요.  


한국에서 있었던 경험담을 몇 개 써보려 합니다:


저와 남편도 다문화가족입니다. 한국 통계청에서는 매년 다문화가족의 동의 하에 월별 소득과 지출 목록을 1년 간 제출하도록 하는 사업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이 사업에 참여하면 매달 7만 원 상당의 상품권을 준다길래 저도 1년간 지원했죠. 첫 달에는 다문화가족 배경조사도 참여했습니다. 그런데 많은 질문에서 차별적 요소가 많이 느껴졌습니다. 질문 중에는 아예 다문화가족이라면 한국보다 소득이 낮은 국가 여성과 국제결혼하는 가족을 기준으로 하는 질문이 많았습니다. 이런 이유에선지 실제로 설문지 내용 때문에 우리를 무시하냐며 화를 내고 조사원을 문전박대하는 다문화 가족도 많다고 들었습니다. 설문조사의 질문도 조사원을 문전박대하는 사람들도 모두 차별적 시선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일어나는 일입니다.   


한 번은 제가 다니던 직장에서 직원들끼리 인도 레스토랑에서 점심식사를 했던 적이 있습니다. 음식이 나오고 난으로 카레를 집어서 먹는 순간, 한 직원이 말합니다. '난으로 카레를 집어먹는 걸 볼 때마다 갈색 손으로 갈색 음식을 집어먹는 장면이 생각나 트라우마로 남았다'고요. 인도 레스토랑에서 들었던 이 말을 전 평생 잊지 못할 겁니다.


이런 일은 비일비재합니다. 저는 직장에서 다른 국제기구와 많은 교류를 했습니다. 그중 인천 송도에 위치한 UN 기구들과 가깝게 지냈는데요. 인도인들이 많이 일하고 있는 곳입니다. 회의를 하고 나올 때마다 제 동료들은 매번 이런 소리를 하고 했습니다. '억양이 너무 강해 인도사람 영어는 하나도 못 알아듣겠다'고요. 사실 저도 알아듣기 힘듭니다. 그렇지만 아마 그들도 한국인의 영어 억양을 알아듣지 못할 겁니다. 미국과 영국의 '백인 발음'은 괜찮고 공식 영어 중 하나로 분류가 되지만 백인식 발음이 아닌 발음은 괜찮지 않다는 인식에서 비롯한 생각일 겁니다. 



'외국인'이 많이 사는 우리 동네


통계가 들려주는 사실

미국에서는 한국인도 중국인도 인도인도 베트남인도 모두 이민온 소수자입니다. 이번에는 미국의 통계를 보겠습니다. 바로 2022년 미국인의 인종별 가구당 연소득 중간값 통계입니다.:


1위. 아시아인 - 108,700$

2위. 백인 - 81,060$

3위. 히스패닉 - 62,800$

4위. 흑인 - 52,860$

[모든 인종을 포함하는 소득 중간값 - 74,580$]


시카고 내에서의 통계도 보겠습니다. 인종별 가구당 연소득 중간값 (2021년)입니다:


1위. 아시아인 - 87,469$

2위. 백인 - 79,865$

3위. 히스패닉 - 52,730$

4위. 흑인 - 37,258$


아시아인의 가구당 소득이 압도적으로 높습니다. 그러면 미국 전체에 살고 있는 아시아인 (Asian American) 중에서 어떤 사람들이 가장 소득이 높을까요? 중간값 (2021년)입니다:


1위. 인도인 - 141,906$

2위. 대만인 - 119,022$

3위. 필리핀인 - 101,157$

4위. 파키스탄인 - 100,730$

5위. 스리랑카인 - 96,790$

6위. 중국인 - 93,007$

7위. 인도네이사인 - 87,789$

8위. 한국인 - 82,946$

9위. 몽인 - 80,702$

10위. 태국인 - 78,616$


우리가 한국에서 알게 모르게 차별하는 인종들이 미국에서는 한국인보다 소득면에서 월등히 우세합니다. 미국에서 마주치는 인도인의 2명 중 1명의 연봉이 141,906$ (1:1,350원 환율로 현재 약 1억 9천만 원) 이상이라니요.

 


함께 생각해 볼까요?

물론 이렇게 반론할 수도 있겠네요. 가난하다는 이유로만 사람을 차별하는 것은 아니라고요. 미국과 같은 다층적인 사회구조를 가지고 있는 곳에서의 인종차별은 한국사회와 비교해 훨씬 복잡한 문제이기도 하므로 한국과 미국을 비교하기 힘들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 차별은 대부분 나보다 못 산다는 생각이 저변에 깔려 있기 때문에 발생한다고 나는 생각합니다. 많은 사람들은 어두운 피부색을 차별합니다. 또 무슬림을 차별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만수르는 인기가 너무 많습니다. 만수르 인스타도 팔로우하고 만수르가 한국에 올 때마다 뉴스거리가 됩니다. 만수르는 아랍인이기 때문에 어두운 피부를 가지고 있고 무슬림인데도 말이죠. 


'나'보다 못 산다는 생각에서 비롯된 차별은 '우리 또는 우리나라'보다 못 산다는 생각에서 비롯된 차별로 연장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즉, 가난한 나라 사람들을 모두 차별하는 겁니다. 


미국에서 인도, 필리핀, 파키스탄인들의 임금이 높은 이유는 그 나라의 엘리트들이 좀 더 나은 환경에서 일할 수 있는 곳을 찾아왔기 때문입니다. 사실, 한국인이 미국에서 연소득이 인도인보다 낮은 이유는 엘리트 한국인이 굳이 미국에서 살 이유가 없기 때문이기도 하겠죠. 경제여건과 환경이 선진화되면서 실제로 많은 한국인들은 미국과 비슷한 환경을 제공할 수 있는 조국에서 사는 게 편하다란 생각을 하기 때문이죠. 즉, 한국인들은 같은 조건에서 미국보다 한국을 택하는 것이 차별을 덜 받고 더 풍족하게 살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고, 인도인들은 같은 조건에서 개발도상국인 인도에 돌아가는 것보다는 미국을 택하는 것이 차별을 덜 받고 더 풍족하게 살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한국이 최고라는 생각이 외부의 정보와 진실도 잘라내 버리는 좁은 세계에 갇힌 편협함으로 이어져서는 안 되겠죠. 요점은 연소득 상위에 위치하고 있는 인도인, 필리핀인, 파키스탄인, 스리랑카인 등은 장소만 바꾸었을 뿐인데, 자신의 꿈을 펼치면서 높은 소득을 벌어들이고 여유 있는 삶을 살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바로 이 사실이 우리가 겉모습만 보고 아무나 차별하고 우습게 보면 안 되는 이유입니다. 


사회에서 나와 동등하게 경쟁하는 외국인을 차별 없이 받아들이는 사회가 조성된다면, 사회비용 없이 힘 하나 안 들이고 좀 더 수준 높은 외국인들이 한국을 찾을 것입니다. 이는 질 좋고 포괄적인 사회를 만들어갈 수 있는 중요한 요소가 될 것입니다.



[참고자료]

https://en.wikipedia.org/wiki/List_of_ethnic_groups_in_the_United_States_by_household_income

https://www.pgpf.org/blog/2023/02/income-and-wealth-in-the-united-states-an-overview-of-recent-data

https://www.pgpf.org/blog/2023/11/income-and-wealth-in-the-united-states-an-overview-of-recent-da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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