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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희연 Oct 06. 2021

90일 만에 독립출판 끝내기

첫 번째 책이 세상에 나오기까지


2021년 7월 7일, 처음 논의를 시작한 독립출판.

90일 되는 날인 오늘, 전체 발송을 마쳤다.

https://www.tumblbug.com/lettersfrommuseums


지난 3개월을 스스로 돌아보기 위해서,

또 비슷한 경험을 해보고 싶은 분들을 위해서

90일간 독립출판을 진행한 이야기를 나누어본다.


* Avant '51은 대학원에서 미술사를 공부하는

  6명이 독립출판을 위해 모인 프로젝트 그룹이다.

* 1명은 이전에 독립출판물을 제작한 경험이 있다.

* 3명은 대형 출판사와 함께 학회지 편집을 하며

  교정 업무를 6개월~2년가량 맡아본 경험이 있다.



2021년 7월 7일, 친구들과 첫 논의

: 얘들아 우리 모여보자!
  좋아, 근데 뭘 쓰지?


대학원 친구들과 함께 독립출판을 하자는 이야기가

처음 나온 것은 5월께의 일이다.


술한 것처럼 우리 멤버 중 한 명 이 군은

2년 동안 독립출판을 준비한 적이 있는데

5월쯤 결과물을 받아 보았다.

사실 나는 독립출판이라는 게 있는 줄도 몰랐다.

작년 상반기 연구실에서 이 군이 독립출판 위해

줌으로 화상회의를 하느라 양해를 구한 적이 있다.

나는 그때 비로소 독립출판이란 것을 알게 되었다.


이 군의 첫 번째 책, 『남겨진 것들』


이런 게 있다니, 나도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훌륭한 결과물을 받아보고는 그런 생각이 커져

다음에 나도 꼭 해보고 싶다는 의사를 전했다.

마침 이 군은 미술사와 관련한 내용으로 한 번 더

독립출판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처럼 호의적인 반응을 해주는 사람들이 있었고

부추김에 혹한 이 군은 다시 독립출판을 도전,

필진 중 하나로 나도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되었다.


부림에서 이 군, 송 군, 서 군과 '아방'결의


나처럼 적극적인 의사를 표현했던 대학원생

송 군, 서 군과 서울대입구역에서 저녁을 먹으며

독립출판의 운을 띄우고 공원에서 음료수를 마시며

구체적인 이야기로까지 조금 더 확장시켜 보았다.

물론 이때 우리가 이야기한 것과 최종 결과물은

꽤 다른 방향으로 이어지긴 했지만….


그래도 다음과 같은 큰 틀은 끝까지 유지되었다.

우선 모두 했던 생각인, 미술사를 공부한 사람

쓸 수 있는 글이면서도 대중이 읽을 만하게 쓸 것.

다음으로, 기획을 추진했던 이 군이 내건 테마인

'미술관에서 무슨 생각해?' 질문에 답할 것.

마지막으로, 7월 7일 모임에서 내가 제안한 내용인

직접 본 작품에 대한 생생한 감상을 공유할 것.


이후 이전부터 이야기가 되어있던 김 양,

그리고 새로 초빙한 멤버인 정 양까지,

총 여섯 명이 모여 독립출판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2021년 7월 16일 첫 번째 기획회의

: 작품을 직접 본 감동을 편지글로 전해보자!


아방이들의 역사적인 첫 번째 기획회의는

7월 16일 오후 6시 Zoom을 통해 이루어졌다.

방학 중 고향에 내려가는 인원도 있고 해서

독립출판 회의는 모두 온라인으로 이루어졌다.

코로나 19 사태 이후 대학에서는 Zoom으로

회의나 모임을 여는 게 자연스러워졌기 때문에

효율적으로 독립출판을 진행할 수 있었.


첫 회의는 다소 두서없이 진행되기는 했지만,

전체적으로는 우선 글의 방향성을 정하고

앞으로 할 일의 우선순위와 일정을 정한 후,

확정하지 못한 팀 이름은 카톡 투표로 진행했다.


글의 테마는 생각보다 쉽게 정해졌다.

책을 많이 읽어 아이디어 뱅크나 다름없는 정 양이

편지글의 형태로 글을 쓰면 어떻겠냐고 제안했고,

모두 좋은 반응을 보여 거의 만장일치로 확정.

팀 이름은 원래 투표대로라면 '관악산뻐꾸기'.

사실 이대로 정하려 했다면 다시 논의가 되었을 듯.

(그 외 후보로 방학중독립출판, 독립중방학출판,

연구실사람들, 석사의이중생활 등이 있었다.)


최종 이름 Avant '51은 저작권 문제를 논의하다가

(상업적 저작물의 경우 동의를 구하지 않으려면

저자가 70년 전에 사망해야 함, 현재 기준 1951년)

51년 이전 작품만 다루다는 말까지 나오며

저작권 관련 문제 곤욕을 톡톡히 치른 경험 덕분에

'51년 이전', 즉 Avant '51이란 이름이 탄생했다.



2021년 7월 24일 두 번째 기획회의

: 비용은 얼마쯤 될까? 디자이너는?
  저작권은 괜찮은 걸까?


우선 전체적인 예산을 대충 계산해 보았다.

인쇄비, 굿즈 제작비, 배송비 등의 계산.

지금 와서 돌아보면 전혀 택도 없는 금액지만,

일단 대충 그림을 그려 볼 필요는 분명 있다.


한편 이 군이 지난 제작 때 출판디자인 경험이 없는

디자인 전공의 친구와 작업을 하느라 고생했던지라

이번에는 전문 디자이너를 고용하기로 했다.

정 양이 건너서 아는 디자이너를 섭외해 주었다.

출판 경험도 상당히 있고, 인스타그램을 통해 본

디자이너의 포트폴리오가 전원의 마음에 들었다.

또 우리가 생각한 예산 범위와 어느 정도 맞아서

이 분과 함께 작업을 진행하기로 했다.


디자이너를 고용해도 고민이 끝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우리가 쓰는 비용을 극대화시키기 위해서는

우리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내부 합의를 하고

이를 디자이너에게 잘 전달해야 한다.

우리는 이런 경험이 없어서 이 과정이 꽤 지난했다.


레퍼런스로 공유한 북 디자인 이미지. 유어마인드 참조


우리가 찾은 레퍼런스가 현실성이 없을 때도 있고,

여러 가지 현실과 이상 사이의 조율을 거쳐

두 가지 디자인을 디자이너에게 전달했다

최종 선택은 디자이너가 오롯이 혼자 제작한 것.

허무하기도 했지만, 우리 레퍼런스와 글을 보고

전체 분위기나 우리 취향을 고려해서 제작해주셨...

(던 거 맞죠 웜돌님? 제발 그렇다고 해주세요...)


글은 테마만 함께 정하고 세부는 각자 알아서 했다.

다만 같은 작품이 겹치는 것은 피하기 위해

공유폴더를 만들고 구글 공유문서에서

각자 다룰 작품을 공유하는 정도의 협업은 있었다.

책 전체 크기와 분량을 대충 가늠한 후,

각자 몇 편을 쓸지, 편당 몇 페이지를 쓸지 정했다.

사실 나는 이 분량 계산을 조금 잘못해서

본래 4편을 썼는데 모두 같은 분량을 싣기로 해서

한 편은 결국 탈락시키고 브런치에만 올렸다.

(이 군도 비슷한 아픔을 겪었다는 후문 ㅎㅎ)

마감을 서로 쪼는 것도 함께 진행한 것이려나?


글의 작성과 관련해 함께 논의한 것은 저작권 문제.

저작권 아는 사람이 없어서 같이 찾기도 하고

일반대학원에서 저작권 전공 박사 중인

나의 지인에게 자문을 구하기도 했다.

'건축물은? 건축물 사진은? 케치를 하면?

작품 앞에서 나를 찍은 사진은?'

끊임없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들.

'아 혹시 이것도?'라는 의문이 들면

대부분 답은 '응 하지 마'였다.

그렇게 해서 나는 수많은 일본 작품들을 포기했고,

현대미술 전공자들은 더욱 슬픈 결정했다.

능력가 되어 이런 문제를 쉽게 해결하고 싶다.



2021년 8월 2일 세 번째 기획회의

: 디자인은 어떻게 하지?
  글은 언제까지? 우리는 누구?


이날은 마감을 앞두고 집필  힘든 점을 나누었다.


최종 마감일은 8월 9일 자정까지로 확정했다.

디자이너가 작업에 착수해야 할 일자가 있고

그전에 우리끼리 편집과 교정을 볼 예정이었기

스케줄을 함께 조율해서 마감을 결정했다.


이후 글과 디자인의 중간적 요소라고 할 수 있는

책에 수록될 저자 소개의 방향성을 논의해보았다.

"고양이와 함께 우유마시는 망원동 산책가"

와 같이 사적이고 감성적인 스타일로 쓸 것인지,

"○○○를 공부하고자 하는 ○○○ 전공자"

와 같이 공적이고 드라이한 스타일로 쓸 것인지.

나는 후자를 절대 선호했고 다들 동의다.

 우리 책에 학교를 밝히고 싶지는 않았기에

구체적인 학력이나 기타 이력은 적지 않고

책과 관련 관심사와 공부 내용만을 적었다.


함께 집필해야 할 글인 서문의 집필방향 정했다.

팀 이름을 설명하고 이 책의 의도, 모이게 된 배경,

발간 과정을 소개하는 글을 작성하기로.


마지막으로 디자인 의뢰서를 작성하기 위해

다 같이 의견을 통일하는 시간을 가졌다.

마음에 드는 표지, 내지 레퍼런스를 각자 가져와서

어떤 점이 마음에 들었는지 소개하고 투표를 했다.

전체적으로 미니멀한 취향을 공유했지만

이 '미니멀'정의가 의외로 사람마다 달랐다.

사진이 들어간 디자인을 선호하는 사람이 많았는데

이런 취향이 최종 디자인에 반영된 것 같다.


우리가 작성한 디자인 의뢰서 중 일부


디자인 의뢰서는 생각보다 작성이 쉽지 않았다.

어찌어찌 양식에 비워진 칸을 다 채우긴 했는데

처음엔 책 사양, 내지 구성에 뭐라고 써야 할지

관련 용어를 하나도 몰라 골머리를 앓기도 했다.

다들 빨리 검색해서 찾아내는 편이기도 하고

얼마 전 출판한 경험이 있는 이 군이 있어서

그나마 어찌어찌 써내기는 했던 것 같다.



2021년 8월 11일 네 번째 기획회의

: 우리 글은 우리가 교정하기


이제 각자 글의 집필을 마친 후

멤버들끼리 서로의 글을 교정해 주기 시작했다.

간단히 교정 전 글과 관련된 세부 내용을 논의했다.

참고문헌과 관련해 각주를 넣을 것인지,

참고문헌 양식은 무엇을 따를지 등이었다.

아무래도 일반 독자가 많을 것으로 생각되므로

각주는 넣지 말되 참고문헌을 책 말미에 넣고

양식은 학과 발간 학회지 양식을 따랐다.


그 외에 글 관련 주요 문제로 배열 순서가 있는데

 글을 모두 파악한 후 가능한 작업이므로

교정을 마친 후 다 함께 글을 본 후 결정하기로.

다만 다 같이 글을 읽어보기 전 논의 효율을 위해

각자 글 배열과 관련된 아이디어를 제시하였다.

작가별로 글을 배열할지, 여러 작가를 섞을지 등.


이외에 텀블벅 등록을 위한 굿즈용 사진 결정 문제,

본문 이미지 수정, 내지 디자인 의견 취합 등

책과 관련된 여러 구체적인 논의를 진행했다.



2021년 8월 15일 다섯 번째 기획회의

: '나의 글'에서 '우리의 책'으로


이 날은 저녁에 모여 지금까지 쓴 글을 한 데 모아

처음부터 끝까지 한꺼번에 보기로 했다.

전체 글의 흐름을 확인하는 의미도 있을 뿐 아니라

디자이너에게 조판 작업을 맡기기 전

우리끼리 전체적으로 교정하는 의미도 있었다.


이날 정말 늦게까지 다 함께 엄청 고생을 했다.

해야 할 일이 너무도 많았기 때문이다.

글 18편의 순서를 정하고, 다 같이 읽어보고

틀린 게 있는지 수정하고, 표기법을 통일하고,

교정 작업이란 건 원래 끝이 없는 일이라.

비용을 주고 외주를 줄 수도 있었지만

비용이 아깝기도 하거니와 우리에겐 공부도 되

직접 하는 것이 더 좋다고 생각해 같이 고생했다.


편집 및 교정 논의


작업 효율을 위해 최대한 사전 논의를 진행했는데

사전 논의 내용만 봐도 얼마나 디테일하게

여러 가지를 고민했는지가 한눈에 드러난다.


배열 문제도 사전에 최대한 논의를 진행했다.

송 군이 구글 닥스에 여러 가지 가능성을 제시했고

를 바탕으로 내가 제안을 했는데

다행히 이 배열에 모두 찬성을 해주어 그대로 확정.

이 내용이 미리 정해지지 않았다면 이 날 회의는

새벽 3시가 아니라 새벽 6시에도 못 끝났을 거다.

이렇게 해서 지금과 같은 구성의 책이 탄생했다.


책 배열 논의


이후 이 배열대로 다 같이 교정된 글을 읽으며

놓친 것은 없는지, 더 검토할 것은 없는지 등을

최대한 꼼꼼히 보고자 최선을 다했.

그러나 오탈자는 바퀴벌레와도 같은 생명력이 있지



2021년 8월 21일 여섯 번째 기획회의

: 텀블벅 펀딩을 받자!


디자이너와 협의할 내용이 정해지고

조판 작업만 끝나면 남은 큰 산은 텀블벅뿐이었다.

아니, 적어도 그때는 그런 줄 알았지.


텀블벅 이전까지의 일정은 그래도 상상 가능했는데

텀블벅 펀딩은 해본 적이 없는 일이었기 때문에

다들 타임라인조차 그려지지 않아서 이날은

텀블벅 진행 절차와 관련된 향후 일정을 확인했다.


우선 디자이너에게 디자인된 책 이미지를 받아야

텀블벅 등록도 가능하기 때문에

9월 3일에 디자인이 완성된다는 전제 하에

9월 4일에 텀블벅 심사요청을 하기로 했다.

심사요청을 하면 바로 통과되기는 어렵기 때문에

며칠 정도 보정기간을 거친 후 14일의 펀딩을 받고

최대한 빨리 인쇄소에 책 인쇄를 맡기기로 했다.


우리 독립출판의 텀블벅 후원 페이지


텀블벅에 올라갈 글을 작성하는 것도 쉽지 않다.

다행히 경험자인 이 군이 모든 일을 도맡아 주기로.

이전에 진행했던 프로젝트 공백의 소개글을 참고해

유사한 형식으로 작성하는 데 모두가 동의했다.


2021년 9월 8일 일곱 번째 기획회의

: 우리의 책은 얼마?
  손해는 보지 않는 독립출판을 꿈꾼다


한동안 카톡으로만 간간히 대화가 진행되었다.

디자이너 일정상 9월 3일까지 작업 완성이 어려워

텀블벅 등록 계획보다 늦게 진행되었기 때문.


이렇게 미뤄질 때의 가장 큰 문제는 추석 연휴.

며칠 차이로 펀딩 기간에 추석 연휴가 포함되고

이후 책과 굿즈를 제작한 직후 발송하는 기간에도

10월 4일 대체휴일 등의 휴일이 끼게 되어버렸다.

보통이라면 미뤄지는 게 큰 문제가 되진 않을 텐데

우리는 나 빼고 모두 재학 중인 학생들이라

학업에 지장을 받게 되는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기획회의 전날 조판 작업이 완성되었고

처음으로 책 같은 모습의 원고를 받아보게 되었다.

이때 받은 결과물은 사실 실망스러웠는데

우리의 의도가 디자이너에게 다소 잘못 전해져

우리가 원하지 않았던 여백이 많이 발생했기 때문.


첫 조판 후 1차 교정 작업


교정이라면 이가 갈릴 정도로 많이 했던 내가

나름 신경 써서 열심히 교정을 보아

2교, 3교 반복할 일이 없게 하려고 노력했지만

사실 돌아보면 교정 요청을 가장 많이 한 것은 나...

그런데 어느 정도 어쩔 수가 없는 부분이 있다.

1교에서는 편집과 관련된 의뢰가 많았고

그러다 보니 오탈자 등 좀 더 기초적인 내용은

소홀히 될 수밖에 없었다. 인간의 한계 ㅠㅠ


마지막 교정이자 3번째 교정


2교에서는 그런 오탈자 위주로 의뢰를 했고

3교에서는 2교에서 놓친 것 중 치명적인 오탈자가

인쇄물로 볼 때 비로소 발견되어 최종 수정 의뢰.

이게 마지막 교정이었으니 나도 나름 노력함;


이후 회의는 주로 금전적 문제를 논의했다.

우리 책과 텀블벅 패키지의 가격 책정 문제.

150부 제작 기준으로 인쇄비를 대략 계산하고

우체국 택배 기준 배송비를 감안해 최종적으로

책의 가격과 굿즈 구성 및 패키지 가격을 책정했다.

우리에게 이익이 나는 가격은 솔직히 아니었다.

손해가 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시판되는 책의 가격대를 고려해 책정했다.



2021년 9월 9일 텀블벅 개시

: 2주 간의 펀딩, 그 결과는?


디자이너에게 파일을 받아 텀블벅을 신청,

예상보다 빨리 바로 승인을 받았다.

아무래도 이 군이 지난 신청 때 경험을 살려

텀블벅의 요구사항과 취향을 잘 반영한 덕인 듯.

(텀블벅은 굿즈가 포함된 다양한 옵션이 있는

패키지 구성을 선호하는 것으로 보인다.

배송을 하는 우리 입장에서는 너무 힘들었음.)


펀딩은 이 군 경험으로는 처음 며칠에

화력이 집중된다고 하여 기간을 2주로 잡았다.

멤버들 모두 주변에 최대한 홍보를 돌렸다.

(청첩장 돌리는 심정이 이런 기분일까 싶었다.)

나는 페이스북, 브런치, 블로그, 인스타 등

가입한 SNS를 총동원하는 추태를 보였는데

특히 페이스북은 개인 계정뿐 아니라

고등학교 동문 페이지까지 활용하는 바람에

이후 알 수 없는 분들의 친구 신청이 쏟아졌;


다양한 루트로 진행한 프로모션


그 외에도 인스타 게시물 및 스토리 광고도

태어나서 처음으로 시도해 보았다.

총 13만 원 정도의 지출이 있었는데 이를 보고

약 200여 명 이상이 텀블벅 페이지에 방문했다.

실제 구매로 이어진 인원수가 얼마인진 모르지만

후원자 240여 명 중 1/4인 60여 명은 필진 6인 중

그 누구의 지인도 아닌, 일반 독자에 해당된다.


물론 인스타 광고만이 전부는 아니었을 거다.

주변 지인들의 도움으로 인기 프로젝트에 올라

텀블벅 메인 페이지에도 7일가량 업로드되었고,

지인들이 독립출판, 문학, 미술사 등에

관심 많은 사람들이 모인 카페, 인스타 계정

등 다양한 곳 우리 책을 소개해주기도 했다.


여러 관심이 모여 14일간 240여 명의 후원으로

약 460만 원의 후원금을 받아 펀딩에 성공했다.

뿐만 아니라 인디펍에도 총 34부 입고되어

알라딘 인터넷 서점에서도 책이 판매될 예정,

독립서점 매대에서도 책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맨 처음 고려했던 출판 부수인 150권의 3배인

416권이 세상에 나올 수 있게 된 것이다.



2021년 9월 17일 첫 번째 오프라인 모임

: 인쇄소 첫 방문. 앞이 막막해!


성공적인 텀블벅 펀딩으로 단톡방은 축제 분위기.

그러나 인쇄소를 다녀오며 현실의 벽을 느꼈다.


이날은 종이 정하기 위해 인쇄소를 다녀왔다.


태산인디고 본사에서 종이 검토


우리가 방문한 업체는 태산디고.

이미 이 군이 지난 제작 때 이용한 업체였다.


후원금이 높아져 기분이 좋아진 우리는

발생한 금액을 우리가 받을 생각을 하기보다는

최대한 좋은 사양의 인쇄를 하여 후원자 분들께

돌려드리자고 결정을 하여 파주 인쇄소 등

유명 업체를 방문해 보았으나 이곳은 예산 초과.

우리 목표가 "이익은 안 나도 손해는 보지 말자"

(사실 우리 인건비는 빼고 계산한 거니 손해지만)

였는데 파주 대형업체들은 손해 정도가 아니라

자금의 2배쯤 들어가는 수준인지라 포기.


태산인디고는 독립출판을 한다면 최적 업체다.

1. 1권짜리 소량 인쇄도 옵션 제한 없이 가능

  (적어도 내가 선택해 본 옵션은 모두 가능했다.

  옵션에 따라 20권 이상만 제작하는 업체도 많음)

2. 대중적 인쇄소 중 현실적 옵션이 가장 다양함

3. 일반인이 많이 이용하는 업체라 안내를 잘해줌

  (불필요한 옵션 등에 대해 전화해줌)

4. 온라인으로 편하게 신청 가능

5. 빠른 완성 및 배송

6. 금액이 비교적 낮은 편


여러 업체에서 견적 또는 결과물을 받아본 후

태산인디고가 독립출판을 하는 개인에게는

최선의 선택이라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다음에도 인쇄를 한다면 태산에서 하고 싶다.

(실제 책 제작 후 편지지 제작도 태산에서 함)


그러나 이런 기분 좋은 후기를 올릴 수 있기까지

개인적으로는 꽤 많은 마음고생을 했다.

이건 태산의 잘못이 전혀 아니고,

우리가 출판에 대해 노하우가 없었기 때문.


첫 샘플테스트의 심란한 결과물


종이를 직접 보면 결정을 잘 할 거라 믿고

추석 전 샘플을 받아보려고 태산까지 간 건데

(그리고 이날 샘플 보고 바로 주문할 수 있을 줄)

막상 받아본 첫 번째 샘플은 너무 기대 이하였기에

추석 내내 나는 사실 속앓이를 해야 했다.

텀블벅이 잘 된 것이 오히려 부담으로 작용했다.

특히 내 지인이 주문자 중 가장 많았기 때문에

이렇게 응원해준 지인들에게 부족한 책을 보내면

정말 괴로울 것 같아서 해결책을 모색했다.


우리의 첫 번째 선택은 미색모조 100g 내지였는데

 가장 문제였다. 얇고 인쇄 퀄도 떨어졌다.

컬러 인쇄는 적당한 광택이 선명도를 높여주는데

우리는 왠지 무광이 더 멋질 것이라고 생각을 했다.

미색모조 100g은 도저히 아니라는 생각에

우선 대안으로 뉴플러스지와 두꺼운 미색 모조를

새롭게 샘플 신청하고 추석 내내 고민하던 끝에

이윤이 0이 좋으니 책이 좋아야 한다고 부르짖던

송 군, 서 군과 비밀결사단을 급조직,

제본까지 PUR제본을 해보려고 했는데

이건 태산 아저씨의 간곡한(?) 만류로 관두고,

표지, 면지, 내지를 평량만 달리하

모두 랑데뷰지프로젝트를 가동하였다.


두 번째 샘플테스트 결과물


다행히 랑데뷰지는 누가 봐도 정말 멋졌다.

그렇게 해서 우리의 책은 랑데뷰화이트지

내지 105g, 면지 130g, 표지 190g 무광코팅

컬러 62페이지 흑백 118페이지 표지 날개있음

의 옵션으로 제작되었다(많이 써서 외워버).


랑데뷰지 보고 좋아죽는 이 군


랑데뷰지 주문을 연휴 중 넣고 목 빠지게 기다려

추석 끝나자마자 송 군과 함께 받으러 갔는데

나 마음에 들어서 감개가 무량했다는 후문.

Avant '51 사무소에 들고 갔을 때 이를 받아 본

김 양과 이 군도 마음에 들어 하여 바로 낙찰.



2021년 9월 23일 아홉 번째 기획회의

: 텀블벅 펀딩은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
  인쇄, 굿즈 제작, 발송까지. 갈 길이 멀다!


텀블벅은 성황리에 마쳤으나 갈 길은 멀었다.

이 회의를 할 때는 종이 사양도 못 정했으니

당연히 세네카 사이즈도 정하지 못한 상태.

그 외에도 첫 번째 샘플이 모종의 이유로

전체적으로 살짝 오른쪽으로 치우친 듯 인쇄되어

원인이 뭘까 모두가 멘붕 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24일 다른 샘플 테스트 북을 본 결과 이때 문제는

모조지가 너무 얇았기 때문인 것으로 판명됨.


이날의 회의에서는 아직 주문하지 않은 굿즈

사양 결정 후 수량이 정해지는 대로 주문을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추석 중, 아니 텀블벅 마감 후에도

생각보다 많은 추가 주문이 발생했을 뿐 아니라

인디펍 입고 결정도 텀블벅 종료 후에 진행되었고,

샘플이 망하지 않았다면 스노우지로 인쇄는

생각도 못 을 테니, 이게 우리 운명이지 싶다.

(는 흔한 자기 합리화, 정신 승리, 행복 회로)



편지지와 엽서는 미리 주문해 놓은 수량 외에도

추가 주문이 필요했는데 레드프린팅 이용했다.

처음 발주 넣은 곳이 느려서 한 번 바꾼 것인데

이 레드프린팅도 너무 처리 속도가 느렸다는 후문.

그래서 결국 편지지는 태산에서 인쇄하게 되었다.

다만 레드프린팅은 '인쇄물'이라기보다는

'굿즈'라는 개념으로 작업을 하고 있는 듯하다.

시간 여유를 확보할 수 있다면 레드프린팅을 추천.


이외에도 생각보다 책 인쇄비용이 높게 나오고,

택배비도 예상보다 높서 멘붕의 연속이었다.

책은 컬러 페이지가 늘어나서 발생한 문제였고,

택배는 4000원이 최저가인데 내가 착각한 게 문제.

텀블벅 수수료도 생각보다 꽤 비싸다(거의 10%).

당황한 내가 몇 번씩 회계를 다시 확인해 보았는데,

처음 목표대로 디자비를 포함해도 손해는 없다.

아마 최종적으로 이윤은 거의 없다시피 할 것이다.

굳이 이익을 본 부분을 경제적으로 산출해 본다면

각자 자기 책을 한 권 물리적으로 갖게 되었고

이를 주변에 선물할 수 있다는 점?

그것도 무려 전문가가 디자인해준 것으로다가.


책, 엽서, 편지지, 기타 굿즈 배송


이후 차곡차곡 굿즈가 배송되기 시작했다.

편지지, 엽서, 편지봉투, 택배 봉투 등.

그리고 대망의 책 416권까지.

다 함께 발송 작업을 할 수 있는 날은 10월 5일이라

4일에 모여 포장을 하고 5일에 발송하기로.

물건을 받은 후 이 기간까지 약 7일의 공백이 있어

동안 물건을 어떻게 보관할지가 관건이었는데

내가 본가에서 사실상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고

관악구의 방은 업무실 개념으로 사용하는지라

내 방을 사실상 우리 아지트로 쓰게 되었다.



2021년 10월 4일 세 번째 오프라인 모임

: 포장 그리고 배송


불행히도 나는 전원이 모인 유일한 날

화이자 2차 접종의 심각한 후유증으로 불했다.

결국 아직 우리 필진 6인이 모두 모인 날은 없는 셈.


나 혼자 진행했던 배송 작업 일부


이 사태를 걱정해 내가 지인들에게 편지를 쓰면서

미리 내 지인 분만 분류를 하고 포장을 는데

얼마나 도움이 되었는지는 사실 잘 모르겠다.

아직 이 날 상황에 대해 자세히 들은 바가 없어서.


배송은 3명씩 이틀에 걸쳐 반씩 나누기로 했는데

전체를 접수해 둔 탓에 배송도 한 번에 해야 했다.

그래서 예정보다 빨리 전체 배송을 완료했다.

내일은 작업에 참여하지 않았던 나와 서 군이

인디펍 발주 34권의 배송을 진행할 예정이다.



독립출판, 90일간을 돌아보며…


이렇게 해서 90일간 기획부터 배송까지 진행한

나의 첫 번째 독립출판이 가까스로 마무리되었다.

아무래도 여섯 명이나 함께 한 작업이었고

멤버 중 한 명은 독립출판 경험이 있기 때문에

90일이라는 시간 안에 결과물이 나왔지 싶다.


우리가 독립출판을 하며 잘했다고 느끼는 점,

유리하다고 느끼는 점은 다음과 같다.


1. 전문 디자이너에게 모든 디자인을 일임한 점.

인디자인을 스스로 배워서 직접 디자인해도 좋지만

1mm로 결과물이 달라지는 출판디자인 특성상

디자인 비용을 결과물 돋보인다.

특히 이번에 함께 한 디자이너 님과는 기회가 되면

다음에도 작업을 의뢰드리고 싶을 정도이다.


2. 독립출판, 텀블벅 후원 경험자가 있는 점.

무경험자는 예상키 어려운 요소가 많은 독립출판,

그리고 심사를 거쳐야 하는 텀블벅 특성상

경험자와 함께 작업한 것은 절대적으로 유리한 점.


3. 쓰고자 하는 글의 방향성이 뚜렷했던 점.

같은 공부를 하며 문제의식을 공유한 사람이 모여

빠른 시간 내에 글의 기획을 정해서 책을 내었다.

명한 방향성을 지닌 기획만이 살 길이다.


4. 주변 도움으로 많은 부수를 인쇄 점.

부끄럽게도 여러 곳에 연락을 돌려 도움을 청했다.

좋은 지인들 덕분에 감사히도 큰 후원을 받았다.

후원 인원이 많아진 덕분에 좀 더 좋은 사양으로

책을 제작하였다(퓨어스노우화이트 자부심).


다만 다음과 같은 내용은 다소 아쉽다.


1. 출판, 인쇄 노하우가 없었던 점.

종이, 제본 지식이 없었던 점은 못내 아쉬움.

물론 지금의 결과물에는 매우 만족하지

때까지의 시행착오를 생각하면 아찔하다.

이번 일을 이야기하다 보니 의외의 곳에

인쇄 경험이 풍부한 지인이 숨어있었다(!).

그분은 감리도 경험했기에 감리 이야기도 들었는데

딴 세상. 감리도 알았다면 좋았을 텐데.

우리는 그림이 많이 포함된 책을 낸 만큼

출판 전반에 관한 지식이 더욱 필수적.


2. 디자이너 협업 경험이 없었던 점.

디자이너를 써도 디자이너를 쓸 줄 모르

지출한 비용이 극대화되지 않는 느낌이 있다.

다행히 우리 디자이너는 이런 점을 고려해서

친절하고 세심하게 업무를 진행해 주었다.

우리가 좀 더 경험이 많았다면 주문도 디테일하게,

업무 일정 조율도 좀 더 빠르게,

효율적으로 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든다.

(주말 업무 등으로 디자이너에게 미안함)


3. 지인 독자가 대다수를 차지한다는 점.

처음 하는 독립출판의 한계인 동시에

독립출판의 영원한 한계점이 아닐까 한다.

이번은 처음이라 그래도 많은 도움을 받았지만

다시 독립출판을 면 이런 도움은 못 받겠지.

 타개하고자 인디펍 입고를 추진해 성공했다.

겨울방학 중 가능하면 예스 24, 교보문고 등의

인터넷 서점 MD와의 미팅도 추진할 계획.


4. 마케팅 지식이 없었던 점.

마케팅 지식이 없었기에 비용은 거의 지 않았다.

사비로 진행한 인스타 광고가 전부, 13만 원.

극히 적은 금액이자 예산에서도 적은 비중이다.

기왕 마케팅을 여기저기에 했다면 이런 판촉이

느 정도 구매로 이어졌는지 확인을 하는건

애초에 마케팅 계획 없이 텀블벅을 오픈했기

구매자들에게 '저희를 어떻게 알고 오셨나요?'라는

질문을 해볼 생각도 미처 하질 못했다.

느 경로로 일반 독자가 가장 많이 오게 되었는지,

60명이 넘는데 전혀 경로를 모른다는 게 아쉽다.



독립출판에 다시 도전한다면


독립출판은 글 쓰는 사람에게 매우 매력적다.

한계점도 많지만 빨리 결과물이 나온다는 점,

 취향대로 진행할 수 있다는 점은 큰 장점이다.


독립출판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기획이다.

또 미술사 전공자들과 협업고 싶은 마음도 있고,

외국의 미술사 전공자와 작업하면 어떨까도 싶다.

또는 나 혼자 이상한 글을 써보려는 생각도 있다.

다른 전공자 융합적 글을 쓰는 건 어떨까?

법과 미술(ㅋ)라든가,

역사와 미술(미술사와는 다르다 미술사와는!),

특히 나의 오랜 꿈인 음식과 미술…

(현재 스코어는 법대 교수 및 요리사 섭외 실패 중)


혼자 하기 업무량이 많다는 생각도 든다.

만약 혼자 또는 소수의 인원으로 진행하게 된다면

주변에 구글 폼으로만 결과물을 소개하거나

실물 인쇄본보다는 전자책으로 제작하는 것,

또 결과물을 출판사 각종 인터넷 서점 MD

등에 입고 제의하면 어떨까 싶다.

내가 안  걸 권하긴 민망하긴 한데,

정확히 말하면 추천이라기보다는

내가 향후 이렇게 하리라는 청사진.


독립출판을 부업처럼 도전하려는 분도 많던데

정말 멀리 미래를 보고 장기적으로 보면 몰라도

돈을 보고 하기엔 남는 게 거의 없다고 본다.

인건비를 계산면 최저임금의 1%도  된다.


경제적인 부분보다는 책에 대한 로망이 있는 분,

혼자 또는 친구들과 특별한 추억을 만들고 싶은 분,

특정 분야 덕질을 글/책의 형태로 내고자 하는 분,

향후 작가가 되기 위한 꿈을 가지고 있는 분,

유학이나 취업 등을 위해 이력을 만들고 싶은 분 등

나 자신의 꿈 내지 계발을 위한다는 측면에서라면

독립출판을 감히 적극 추천하고 싶다.




부록; 지출 내역 중 항목별 비중


- 수수료 항목에 세금 관련 지출 내역 포함

- 굿즈비에 배송용 포장봉투 구입비 포함

- 인쇄비에 책 샘플 테스트 비용 포함

- 디자인에 디자이너 선물 비용 포함

- 계산은 반올림하여 대략적 상황만 반영됨

지출 항목별 비중 그래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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