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
이 글을 쓰는 지금, 나는 한 해의 끝자락에 서 있다.
끝이라는 단어 앞에서는 언제나 마음이 조심스러워진다. 무엇인가를 잘 마쳤는지, 혹은 제대로 보내지 못했는지 스스로에게 묻게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2025년의 끝을 The end라 부르지 않으려 한다. 이 시간은 마침표가 아니라 쉼표에 가깝고, 혹은 조용히 이어지는 and에 더 닮아 있다.
올해를 돌아보면, 나는 여전히 서툴렀고 완벽하지 못했다. 때로는 부끄러웠고, 때로는 이유 없이 마음이 무너졌다. 말로 꺼내기엔 너무 깊은 상처들이 있었고, 혼자라는 감각이 유난히 크게 느껴지던 날도 있었다. 우리는 모두 크고 작은 상처를 안고 살아간다. 어떤 상처는 시간이 지나며 흐릿해지지만, 어떤 것은 이름조차 붙이기 어려운 채 마음 한편에 남아 오래 머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믿게 되었다.
서툴러도 괜찮고,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것을.
우리는 각자의 자리에서 묵묵히 하루를 살아내며, 생각보다 더 단단하게 버텨왔다는 사실을.
우리는 타인의 삶에는 쉽게 연민을 보내면서도, 정작 자신에게는 너무 가혹하다. 실패한 하루, 부족했던 선택, 감정에 휘둘린 순간들을 죄처럼 기록해 둔다. 그러나 사람은 원래 흔들리는 존재다. 완결된 상태가 아니라 끊임없이 ‘되어가는 존재’인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불완전함은 결함이 아니라 과정일지도 모른다.
2025년은 나에게 그런 질문을 남겼다.
“너는 너 자신에게 얼마나 다정했는가.”
글을 쓰며 나는 알게 되었다. 처음에는 어색하고 서툴렀던 마음들이 조금씩 문장이 되면서, 내 안에 담겨 있던 작은 위로들이 누군가에게 전해졌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창한 위로나 대단한 깨달음이 아니라, 그저 “너는 혼자가 아니다”라는 작은 진실 하나. 때로는 말없이 곁에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작은 미소 한 번으로도, 따뜻한 한마디로도 우리는 서로를 지켜줄 수 있다는 사실을.
이 깨달음은 나를 다시 일으켜 세웠다.
힘든 날이 오면 잠시 쉬어가도 좋고, 슬플 때는 마음껏 울어도 괜찮다는 용기. 그리고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믿음. 우리는 모두 서로 다르지만, 외로움과 두려움 앞에서는 닮아 있다. 그 다름을 이해하고, 아픔을 감싸 안을 때 세상은 아주 조금 더 따뜻해진다. 아주 조금이면 충분하다. 세상은 늘 작은 변화로부터 달라지니까.
이제 2026년의 문 앞에 선다.
나는 여전히 부족할 것이고, 앞으로도 계속 서툴 것이다. 하지만 그런 나 자신조차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살아가고 싶다. 더 잘하려 애쓰기보다, 덜 미워하는 연습을 하고 싶다. 남들보다 앞서기보다, 어제의 나보다 조금 덜 아픈 사람이 되고 싶다.
새해를 맞이한다는 것은 결국 새 사람이 되겠다는 선언이 아니라, 지금의 나로 계속 살아가겠다는 약속일지도 모른다. 끝내지 못한 문장들, 미뤄둔 마음들, 다 하지 못한 말들까지도 모두 안은 채로 다음 페이지를 넘기는 일. 그래서 나는 이 시간을 The end가 아닌 and라 부른다.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 멈춤이 아니라, 이어짐.
그리고 이 글을 읽고 있는 모두에게도 말해주고 싶다.
부디 스스로에게 조금 더 다정해지기를.
힘들면 쉬어가고, 아프면 솔직해져도 괜찮다. 우리는 혼자가 아니고, 완벽할 필요도 없다. 각자의 자리에서 오늘을 살아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존중받아야 한다.
2025년의 끝에서, 2026년의 시작으로.
나는 오늘도 조용히 이렇게 말해본다.
“잘 버텼고, 이제 다시 걸어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