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에서 필요 불가결한 요소를 가려내는 것은
단순히 소유를 줄이거나 좋아하지만 실용적이지 못한 물건을 버리는 게 아니다.
소유를 얼마나 줄일 수 있는지 고민하기 보다,
없으면 못 사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보는 지혜가 필요하다
KINFORK Vol.16
현대사회는 기술발전 덕분에 인간의 선택권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습니다. 고대, 중세 사회와 비교하면 지금 우리는 전례없는 '자유'를 누리고, 원하는 '선택'을 하며 살아갈 수 있습니다. 덕분에 인간의 다양하고 특이한 취향과 니즈를 만족하는 여러 비즈니스도 많이 생겼으며 자유롭게 일할 수 있는 '디지털 노마드'와 같은 일의 형태도 생겨났습니다. 그런데, 선택권이 많아진 것이 좋은 것만은 아니었습니다. 선택지가 많아지자 불행해진 인간도 많아졌기 때문입니다. 선택지가 많아지자 사람들은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지 혼란스러워졌습니다.
사람들에게 자유가 생겼음에도 불행해진 이유는 그동안 정답이 정해져 있는 교육을 받아왔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정답이 없는 교육을 받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무엇이 내게 중요한가?' 에 선뜻 답을 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남들이 좋다는 건 모두 해야 하는 상황에 까지 이르렀습니다. 그래서 인스타 맛집에 가고, 요즘 유행하는 브랜드 옷을 소비하는 등의 행위를 합니다.
때문에 한국사회에서도 한 때 미니멀리즘의 열풍이 불었던 적이 있습니다. '최소한의 것만 남겨둔다'는 슬로건 아래 필요없는 것은 모두 쓰레기통으로 보내버리는 것이었습니다. 한 미니멀리즘리스트는 큰 백팩에 담을 수 있는 최소한의 물건만 남긴채, 집도 없이 여러 곳을 유랑하며 살아가기도 합니다. 불필요한 것은 모두 버린다는 점에서 에센셜리즘은 미니멀리즘과 비슷해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에센셜리즘이 되기 위해선 '내게 없으면 안되는 것이 무엇인가?'에 스스로 답할 수 있어야 합니다. 내게 없으면 안되는 50벌이 넘는 셔츠를 옷장에 보관할 수 있고, 천장에 50개가 넘는 화분을 키울 수도 있습니다. 심지어 없으면 불행해질 99켤레의 신발도 가질 수 있습니다. 내게 꼭 필요한 것만 1개만 남긴채 모두 버려야 하는 '미니멀리즘'이 아닌 '내게 없으면 안되는 것' 만 남기는 상태가 에센셜리즘입니다.
없으면 안되는 것은 개인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일과 같습니다. 파란색 안경만 고집하는 것, 꼭 파타고니아 티셔츠만 입는 것, 대머리를 유지할 것 같은 일 말입니다. 남들에게는 중요하지 않지만, 나라는 사람의 정체성과 깊이 연관되어 있는 것 말입니다.
때문에 에센셜리즘이 되기 위해선 스스로에 대해 깊이 탐구해야만 합니다. 가볍게 말하면 '취향'을 알아야 하고, 무겁게 말하면 '정체성'을 알아야 합니다. 스스로에 대한 탐구가 있어야 우선순위가 생기고, 우선순위가 생겨야 나를 위한 '선택'을 할 수 있습니다. 에센셜리스트가 된다는 것은 '진정한 나'로 회귀하면서도 '더 나은 나'로 진화하는 일과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