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 문화부장관 이어령
88 서울올림픽 개회식을 총괄한 이어령 교수가 굴렁쇠 퍼포먼스에 대한 질문에 답한 내용입니다.
“우리는 지금 목청이 큰 사람들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살고 있잖아. 소음이나 폭탄 터지는 소리보다는 정적의 힘이 얼마나 강한 것인지 세계인들에게 보여주려 했지.
생각해 봐요. 굴렁쇠 퍼포먼스 바로 직전, 우리를 에워싸고 있는 이념의 벽, 빈부의 벽, 분단의 벽들을 부수는 태권도 공연 장면이 펼쳐지고 그 담들이 모두 무너진 자리에서 새싹이 나요. 그 틈 사이에 잠시 필름이 끊긴 영사 막의 공백처럼 텅 빈 공간이 나타나지. 초록색 잔디 위로는 햇빛이 꽂히고 정적이 흐르지. 거기에 하얀 러닝셔츠와 반바지를 입은 어린아이 하나가 굴렁쇠를 굴리며 대각선으로 가로질러요.
군중이 아니지. 주먹 쥔 어른들의 시위가 아니지. 그건 지구의 모든 사람의 기억과 잃어버린 시간 속에 나타난 생명이에요. 더 이상 설명하면 정적은 깨지고 굴렁쇠는 그냥 자전거 바퀴에 불과해. 너무 눈부셔 잠시 환각에 빠져 있는 것 같은 순간으로 그 정적을 재현한 것뿐이에요. “
https://youtu.be/WrJBN7PqTe4?si=lVQshCKvykwnYVR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