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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혁수 Jul 13. 2016

netflix and chill은 한참 멀었다

Netflix 서비스의 문제와 국내 OTT 시장의 성장이 얽히고설켰다

요란하게 한국에 진출한 Netflix는 생각만큼의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엄청난 콘텐츠,  마땅한 국내 경쟁업체의 부재 등이 호재로 작용해 무난히 국내 OTT(Over The Top) 시장을 지배하리란 예상과는 딴판이다. 무엇이 문제일까. Netflix가 고전하는 일차적 원인을 찾으려면 그들 내부로 가는 게 우선이다.


첫째, 국가별 Netflix 콘텐츠 개수를 제공하는 uNoGS에 따르면 7월 12일 현재 한국에 제공되는 총영상은 967개(영화:764, TV:203)로 미국의 5174개(영화:4032, TV:1142)의 1/5 수준에 불과하다. 빈약한 콘텐츠의 배경은 뭐니 뭐니 해도 자막이다. 가져오는 영상마다 자막을 입혀야 하니 업로드가 더뎌지는 탓이다. 그러나 늦어도 너무 늦다. 운영팀이 한 달에 한번 꼴로 신규 동영상을 추가하고는 있으나 미국과 비슷한 서비스를 기대했던 이용자의 입맛을 만족시키지는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둘째, 콘텐츠가 적으니 자연스레 맞춤 동영상 서비스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이용자의 성향을 파악해 동영상을 추천하는 서비스를 제대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추출될 동영상의 수가 많아야 한다. 그러나 스크롤을 세네 번만 내리면 갈 곳이 없어지는 화면에서 매번 마음에 드는 동영상을 찾을 수는 없는 법이다. 꿩 대신 닭이라고. 결국은 이야기의 연속성을 지닌 ‘미드’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러나 이마저도 불만족스럽기만 하다. 일례로 미국 드라마 ‘Suits’ 시즌5가 한국의 FOX TV에서 방영을 마치고 3개월이 지난 현재 Netflix에선 시즌4까지 서비스될 뿐이다. 디시인사이드 기타 미드 갤러리에서 자막을 얻어 토렌트로 다운로드한 영상에 씌우는 게 더 나아 보이는 이유다.


거짓으로 가득찬 사진, 저 중 8할은 서비스되지 않는다


세 번째는 이용자 편의상의 문제다.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수신하는 스트리밍 서비스의 특성상 Netflix에선 빨리 감기와 되감기 후 일정 시간 멈춤 현상이 생긴다. 하지만 미드나 영화를 다운로드하여 보는 것에 익숙한 이용자는(성격 급한 한국사람이라면 더욱) 영상이 다시 재생되기까지의 버퍼링을 참지 못한다. 더군다나 Netflix는 여타 동영상 플레이어처럼 방향키를 누른다고 해서 바로 영상이 재생되지 않는다. 다음 장면을 보길 원한다면 오른쪽 방향키를 누른 후 정지된 영상을 다시 재생하기 위해 스페이스바를 눌러야만 한다. 방향키를 누를 때마다 10초를 기다려야 하는 것은 시청자에게 엄청난 스트레스다. 이러한 현상이 반복되면 이용자는 차라리 다운로드를 택하기 마련이다. 그 습관이 자리 잡는 순간 Netflix는 토렌트 사이트에 없는 영상을 찾을 때만 이용하는 Sub-Channel로 전락하고 만다.


마지막은 POOQ의 선전이다. MBC와 SBS의 공동투자로 만들어진 POOQ는 60여 개의 채널과 방송 VOD를 제공하는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지난 4월에는 해외 드라마 VOD는 물론, CNN, BBC 등의 해외채널을 서비스하기로 결정하며 본격적인 Netflix의 대항마로 나섰다. 몇 년째 VOD 1위 자리를 지키는 무한도전 파워도 무시할 수 없다. VOD 집계에 포함되지 않는 토렌트를 제외하면 IPTV와 POOQ가 고스란히 무한도전의 수혜를 나눠가진다. 이처럼 POOQ은 국내 시청자에게 익숙한 콘텐츠를 제공하는데서 강점을 보인다.  국내 거대 방송사의 전략적 제휴로 만들어진 만큼 콘텐츠 개수도 엄청나다. 3월 말 기준 POOQ이 제공하는 콘텐츠 수량은 방송채널 54개, 방송 VOD 13만 편, 영화 약 4000편이다. 유료 가입자 수도 POOQ이 43만 명, Netflix가 5만 명으로 현저히 차이 난다.


지금까지 살펴본 Netflix의 고전 원인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닐슨의 '넷플릭스의 한국 진출과 국내 OTT 산업 현황' 허핑턴포스트의 '넷플릭스가 한국에서 성공하기 쉽지 않은 3가지 이유' 등에서 제기되는 문제도 심각하다. 더군다나 얼마 전에는 SK의 oksusu까지 OTT 시장에 뛰어들며 경쟁자가 하나 더 늘어났다. 복잡한 경쟁구도다. 그러나 한국을 전략적 거점으로 삼겠다던 Netflix라면 난관을 타개해야 하지 않겠나. 그렇게만 된다면 "Netflix and chill?"이 "라면 먹고 갈래?"의 아성에 도전하는 광경을 보게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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