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인의 일상

마음이 들끓는 날에는 책방에 갑니다.

by 크리스티나

살다보면 자신도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마음이 들끓는 날이 있잖아요. 제게는 2022년 어머니를 여의었을 때 그런 날이었어요.


어머니께서 지내시던 요양병원이 코호트 격리가 된 상황이어서, 위독하시다는 연락 후 다시 전화를 받았을 때는 이미 임종하신 후였어요. 제 힘으로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힘겹게 마지막 호흡을 하셨을 순간에 손 한 번 잡아드리지 못했다는 사실이 내내 마음에 남거든요.


슬퍼할 겨를도 없이 남겨진 사람들은 치뤄야 될 많은 일들이 있잖아요. 급히 목사님을 모시고 가족만 모인 가운데 장례식을 했고 이어서 화장, 선산에 모시기까지 지금 돌이켜보면 무슨 정신으로 그 일들을 해냈었나 싶거든요.


모였던 가족들은 뿔뿔히 흩어져 각자의 일상으로 돌아갔지만 마음에 생긴 구멍은 시간이 흘러도 채워지지 않더군요. 몇일을 잠을 못 이루다가 읍내 책방으로 갔습니다. (지금 그 책방은 다른 지역으로 이전했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익숙한 얼굴의 사장님이 반가이 맞아주시더군요. 서로 안부 묻는 시간이 지나자 책방주인장은 저만 홀로 두고 뒷뜰의 나무들 잔가지 치러 나가버리셨어요. 서가에 꽂힌 책의 제목을 눈으로 훑으며 책냄새를 깊이 들이마셨어요. 사람 없는 책방은 제게 성소였고 서가를 거니는 의식은 그렇게, 기도였어요. 그런 시간을 한차례 보내고나면 영혼의 닭고기 수프를 먹은 것처럼 다시 힘을 얻곤해요.


서점인으로 살고 있는 요즘도 쉬는 날이면 독립서점으로 나들이 갈 때가 있어요. 독립서점은 서점지기의 개성이 뚜렷한 책들을 구비하고 있어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거든요. 어떤 책방은 사상서 위주로 어느 서점은 문학, 그림책을 중심으로 하는 책방도 있구요. 밤하늘의 별들처럼 책방은 저마다의 빛을 내며 반짝거려요.


어머니 떠나신후 해를 더해가고 있지만 육친을 상실한다는 경험은 세월이 흘러도 익숙해지지 않더군요. 한번 놀란 가슴은 때때로 찾아드는 새로운 슬픔으로 미어지고 아무렇지 않은 순간에도 눈물이 흐를 때가 있어요. 왜 그렇지 않겠어요? 저를 세상에 내보내주셨고 살아오는 동안 내내 가장 강하게 연결되어 있었던 어머니라는 존재를 잃었는데.


오늘 저는 휴무를 즐기고 있습니다. 미용실에서 순번 기다리며 이 글 쓰고 있어요. 머리 짧게 자르고 염색도 하고 오늘은 어느 책방으로 가볼까? 즐거운 고민중입니다.


마음이 소란스러운 날에 여러분들은 무엇을 하시는지요? 그곳에 가면 기운을 회복할 수 있는 그런 공간이 있는가요? 만약 있으시다면 여러분들의 인생은 충분히 괜찮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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