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인의 일상

내 인생의 노래

by 크리스티나

누구나 마음속 깊이 들어와 결코 떠나지 않는 노래 한 곡 쯤은 있죠. 제게도 그런 노래가 있어요. 찬송가 442장 <저 장미꽃 위에 이슬>이라는 곡입니다. 영어 제목은 <In the garden>이예요.


어린 시절 아버지께 등 떠밀려 교회 출석하던 시기에 들었던 찬송가인데요. 신앙과는 무관하게 좋아했던 노래입니다. 가사가 서정적이고 멜로디가 어렵지 않아서 음악에 문외한인 저도 쉽게 기억하고 따라 부를 수 있었거든요.


작년 가을 다시 교회로 돌아갔을 때 유튜브 찾아서 듣기 시작했어요. 많이 알려진 곡인만큼 여러 가수분들이 부르는 다양한 영상이 있더군요. 부르는 이들마다 개성이 있고 저마다 아름다웠구요.


친구와 카톡 대화하며 칼림바로 그 곡을 연주하고 싶다 했거든요. 그랬더니 그녀가 선물로 보내 주었어요. 학창시절 음악 공부를 그다지 잘하지 못했었고 세월도 많이 흐른지라 악보를 빨리 못 보겠더군요. 그래서 찬송가책 펼쳐놓고 계이름을 빈 종이에 적었습니다. 지금 뚱땅거리며 칼림바 연주중이었구요.

계이름도 자주 틀리고 손동작도 능숙하지 못해도 재미가 있습니다.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 어떤 대상에 몰입할 수 있는 시간과 경험이 귀하네요.


가사 중에 '주님 나와 동행을 하면서 나를 친구 삼으셨네'라는 구절이 있어요. 영어 찬송가에는

'And He walks with me, and He talks with me

And He tells me I am His own' 이렇게 표현되어 있구요.

저는 이 부분은 한글 가사보다 영어 가사가 더 감동적으로 느껴집니다. 자신이 자신의 것인줄 알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저의 노력으로 살아왔다 자신했던 시기였죠. 그런데 그것이 진실이 아님을, 더 큰 존재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죠. 절대자라고 해야겠죠.


내가 나의 것이 아니고 절대자에게 속했음을 깊이 느꼈을 때 저의 앞에는 또다른 세계가 펼쳐졌습니다. 누구도 살아가면서 상처에서 자유로울 수 없잖아요. 삶이 주는 상처는 어떤 상황에서만 오는 것은 아닌 것 같거든요. 우리가 같은 조건 속에 놓여본 적이 없어도 다른 이들의 상처에 공감할 수 있는 것은 누구나 결핍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어서일거예요.


그런데 내가 절대자와 깊이 연결되어 있음을 깨달았을 때, 저는 해방되었음을 느꼈어요. 근본적인 치유인거죠. 현대인들이 느끼는 공허감의 근본원인은 절대자와의 단절때문이라 생각되거든요.


휴무를 맞아 오후의 햇빛이 넘실대는 서재에서 서툴게 칼림바 연주하며, 감내할 수 있고 감사할 수 있는 삶에, 경이로움을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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