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인의 책읽기
읽는 것을 사랑했습니다. 초등학교에 입학하고서 처음 책을 만져보았어요. 그때 제가 만난 책은 교과서였지만 아무 선입견이나 편견없이 '책' 속으로 빠져들어갔어요. 교실 뒤쪽편에 놓인 책꽂이에 높은 학년에 해당하는 교과서들도 꽂혀 있었는데 가리지 않고 읽어나갔어요. 달큼한 책읽기의 경험이었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독서는 장르를 가리지 않고 확장되고 깊어지더군요. 만화책, 탐정물, 문학... 철학서까지. 아무튼 종이 위에 활자가 인쇄된 것이라면 그것이 무슨 내용이든 상관없이 읽으려고 했거든요.
흔히들 '좋은책'을 읽어야 한다고 하죠. 그래서 필독서 목록들도 정해지는거구요. 그런데 저는 땡기는 대로 닥치는 대로 읽으라고 권합니다. 그렇게 스스로 선택하고 실패해보고 성공도 맛보아야 비로소 책을 보는 힘이 생긴다고 말합니다. 아마도 실망을 거듭 경험하게 되겠지만, 시간이 쌓이면 더 나은 실패를 하게 되는거죠. 그리고 그 실패의 경험들이 소중한 자산이 되는 시기가 반드시! 올테고 말입니다. 중요한 것은 두려움없이 읽어나가려는 마음 아닐까요.
서점에, 특히 아이들 손잡고 오시는 분들이 좋은 책을 추천해주기를 부탁하시는 경우가 많은데요. 사실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아이들이 무턱대고 고르는 책을 사주시길 바랍니다. 그것이 바로 혼자 독서할 수 있는 출발이 될테니까요. 인생을 결국은, 혼자 살아야 하듯이 책읽기도 그렇게 홀로 가야 하는 길이니까요. 독서는 스스로 책을 선택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이니까요.
아이가 나이가 들어가는데도 만화책만 보려한다고 걱정하시는 분들이 많은데요. 저는 세상에 나쁘기만 한 책은 없다고 보거든요. 악하기만 한 사람이 없듯이 말예요. 적절한 시기에 내 인생의 무대에 등장해 나름의 역할을 하고 떠나간 인연들이 있기에.. 그게 사람이든 책이든.. 지금의 자신이 이렇게! 존재하는 거잖아요.
아이들이 책을 읽는 경우에도 자꾸만 독후활동에 집착하시는 경우도 많이 보는데요. 저는 그냥 좋아하도록 내버려두라고 말하고 싶어요. 책이 즐기고 가지고 노는 대상이 되도록 말예요.
저는 마흔의 나이에 이르러 그림책을 보기 시작했어요. 주변에서는 오십이 훌쩍 넘은 나이에도 그림책을 애정하는 저를 약간 의외라는 반응을 보입니다. 평소에 진지한 책들을 보기에 더 그렇겠죠.
그때 집에서 오분 거리에 작은 규모의 도서관이 있었는데요. 어느 날 1층 아동 열람실에 갔었죠. 그리고 느긋하게 그림책을 펼쳐 보았는데... 아름다웠어요. 글을 떠나 그림 자체만으로도 독자에게 말을 걸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 느꼈고 그것이 그림에 관한 관심으로 연결되었구요.
그림 그리기는 다시 사진으로.. 그리고 쓰는 행위로 이어졌습니다. 당시에는 하나의 선분과도 같았던 경험들이 사실은 이어져서 곡선과도 같은 길을 스스로 만들어나간 것이었어요.
진정 좋은 책은 우리에게 질문을 던져주는 책이라 생각해요. 그리고 그 질문들은 스스로 답을 찾아가거든요. 완성도 높은 책도 훌륭하다는 사실에 동의하지만 표현방식이 서툴더라도 좋은 질문이 들어있는 책을 사랑합니다. 그 질문의 씨앗은 때가 되어 바람 보여주고 햇빛과 물을 주면.. 저마다의 꽃을 피우고 자기만의 열매를 맺게 될테니까요. 자신의 계절에 말입니다.
책이 있는 풍경은 늘 처음처럼 눈을 반짝거리게 만듭니다. 오늘은 어떤 책을 읽을까? 행복한 고민을 하며 선물같은 시간속으로 걸어들어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