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인의 휴일
하지를 지났군요. 이 무렵이면 어린시절 어머니께서 삶아주셨던 감자가 생각납니다. 마당에 가마솥 걸어두고 거기에 장작을 넣어 불을 붙이고... 감자 삶는 냄새가 온 마당에 퍼지고. 평상에 앉아 책을 보며 뜨겁고 포슬포슬한 감자를 먹었던 기억. 어머니에 관한 추억은 이렇게 음식과 함께 떠오르네요.
월요일 고정 휴무인지라 오늘 쉼을 누렸습니다. 시 암송하고 칼림바 연주하려 했는데 계획대로 되지는 않았습니다. 인생이 원래 그렇죠. 베란다 창가에서 자라는 바질트리가 모양새가 심각해 보였기에 전지가위를 들었네요. 처음 제게 오던 날의 어여쁜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잎이 들쭉날쭉 하길래 단장을 해주기로 결심을 하게 되었어요.
신문지 펼쳐 놓고 과감히 가위질을 하고나니 단정한 모습이 되더군요. 찬찬히 다시 보니 심겨진 화분이 작아 보였어요. 부지깽이도 심어놓으면 산다는 좋은 시기인지라, 빈 화분과 흙도 있길래 모종삽 들고 분갈이까지 했습니다. 물을 담뿍 부어주고나니 비로소 윤기가 도는 것처럼 보였어요.
집안에 화초를 심은 화분을 30개 가량 키웠던 적이 있었는데, 지금은 바질트리, 그리고 작은 수국 한 송이와 단촐하게 삽니다. 말이 없는 식물을 사랑하지만 그 아이들을 집안에 두는 게 자신의 욕심인것 같아 다 정리했죠. 식물들은 비 맞으며 사는 게 이치에 맞다는 생각이 들어서였죠.
굳이 내집에 들여놓지 않아도 어느 집 담장에 드리워진 능소화나 남의 밭에서 자라나는 상추도 예쁘거든요. 그것이 자신의 소유가 아니라도 말예요.
이른 저녁밥 먹고 산책 했거든요. 들판을 걷다가 문득 이런 무더운 날씨에 작물들은 키가 쑥쑥 자라고 튼실해진다는 사실에 생각이 미치더군요. 인생도 그렇겠구나!하는 생각을 했네요. 한여름의 숨막힐 듯한 더위와 겨울의 맹렬한 추위를 통과하고나서야 우리는 비로소 성장하고 단단해지잖아요.
폭풍우 몰아치는 것 같은 시간을 의연하게 지나온 우리는, 자신의 인생에 자부심을 가져도 좋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눈에 보이는 결과물을 내지 않더라도 이렇게 굳건히 뿌리내리고 서 있다는 것 자체가 모두들 대견하거든요. '홈런을 한 번도 쳐보지 못한' 인생이라 할지라도 박수 보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그런 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