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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UN Apr 25. 2020

일곱 마리 천사들

#08. 반려견을 위한 미국집

그의 집에 처음 초대받았을 때의 일이다.

'큰 강아지가 한 마리 있어서 집에 처음 들어오면 짖는 소리에 놀랄 수도 있는데 괜찮겠어?'라는 그. 크다는 얘기에 괜히 겁이 먼저 나서 얼마나 크냐 물었더니 셰퍼드(Shepherd)라는 견종을 혹시 아냐며 아직은 1년쯤밖에 안된 아기 강아지인데, 그래도 크다고 하며 사진을 보내왔다. 어? 이건 뉴욕 지하철에서 경찰들이 데리고 다니던 강아지 같은데...? 꽤 무서울 것 같..은데? 음... 하며 걱정이 일단 앞섰다.


그리고 당일. 집 현관문을 열기도 전, 집 앞에 차를 주차하는 그 순간부터 어디에선가 엄청난 강아지들의 소리가 들려왔다. 한 마리라고는 절대 생각할 수 없을 정도의 큰 소리. 셰퍼드가 뇌리에 콕 박혀 그가 이후 셰퍼드 말고도 강아지가 6마리 더 있다고 한 말은 기억도 안 났던 것이다. 현관문을 열었을 때 우리를 맞이해주는 그의 어머님 뒤 1층 거실 펜스 너머로 7마리 각기 다른 강아지들이 꼬리를 힘차게 흔들며 우리를 반기고 있었다.


헤일리(Hailey), 웁시(Woopsy), 도도(Dodo), 캐스퍼(Casper), 로지(Rosie), 띠아(Thea), 틱(Tig)

이름을 외우고 강아지마다 얼굴 익히는 데만 한 달은 넘게 걸렸던 것 같다. 헤일리가 웁시, 도도, 캐스퍼의 엄마고 4마리 모두 요크셔테리어였다. '헤일리는 귀가 쫑긋, 뾰족하게 서있고 캐스퍼는 발이 하얀 털로 덮여있어. 도도는 회갈색 털이고 웁시는 검은색 털인 걸로 구분해.'라는 그의 말에 끄덕이며 외운 듯한 시늉을 했지만 시간이 꽤 흐를 때까지 웁시와 도도는 구분이 잘 안됐다. (이제는 구분할 수 있다!)


반면, 로지와 띠아는 자매 사이였는데 둘 다 닥스훈트인데도 불구하고 띠아는 털이 짧고 로지는 털이 길었다. 짧은 다리로 뛰어다니는 뒷모습을 보면 너-무 귀여워서 내 최애 강아지 원, 투가 되기도 했다. 그중 로지는 앞이 안 보이는 강아지였는데 그래서인지 더 사람에게 의지하고 안겨있는 걸 좋아해서 오히려 가족들이 로지의 체온을 느끼며 힐링하는 그런 느낌이었다.


그리고 대망의 틱. 틱이 바로 내가 무서워한 셰퍼드 아기 강아지였다. 처음 그 집에 놀러 간 그날도 내 엉덩이를 두 번이나 물어서 눈물 찔끔하게 만든 강아지... 이후 간식을 과하다 할 정도로 챙겨주고 갖가지 장난감들로 놀아주며 친해지려 했지만 사실 아직까지도 틱이 앞발을 들어 애정표현을 할라치면 무서운 마음이 먼저 드는 건 어쩔 수 없는 사실이다.


이렇게 강아지들 소개는 마무리하고, 내가 그 집에서 크게 감명(?) 받았던 사실을 좀 말해보려 한다. 우리나라도 애견인구가 늘어나며 주변에서 반려견을 키우는 집들을 찾아보기가 참 쉬워졌는데, 아직 환경적인 면에서는 발전, 개선되어야 할 부분이 많겠다는 생각이 그의 집을 본 이후로 부쩍 더 많이 들었다.


먼저, 그의 집은 2층 집이었는데 1층 거실을 전부 강아지들에게 내어준 상태였다. 현관문 입구와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을 제외하고 거실 공간은 펜스로 막아두어 필요에 따라 펜스 문을 열고 닫는 구조. 2층 바닥이 모두 카펫으로 되어 있어 강아지들을 늘 풀어 두기에는 어려움이 있으니 그런 문을 설치한 것 같았다. 하지만, 1층 거실 한편에 마련된 작은 문을 통해서 강아지들이 자유롭게 뒷마당으로 나갈 수 있기 때문에 생활하고 노는 공간은 충분해 보였다. 대소변도 마당에서 보도록 훈련된 상태라 일주일에 한 번 그가 마당에 있는 대변을 치우기만 하면 된다고 했다. 뒷마당의 펜스는 모두 작은 나무들로 둘러져있어 강아지들이 늘 흙냄새를 맡고 수 있었고 여름엔 수영장에서 강아지들이 언제든 헤엄칠 수 있게 한다고 하니... 내가 생각한 강아지를 키울 수 있는 좋은 환경이 바로 이런 집이 아닐까 생각했다.


여름엔 수영장에서 가족들과 함께 물놀이를 즐기고, 가을엔 따스한 햇살이 잘 드는 마당 한편에 누워 일광욕을 즐기고, 늘 뒷마당 정원을 이리저리 킁킁대며 헤집고 다니는 행복해 보이는 그의 집 강아지들을 지켜보다 어느 날 나도 갑자기 반려견을 키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도 언젠가 마당 있는 집에 살게 되면 강아지 꼭 기르자'라고  툭 내뱉어봤는데 이미 강아지 7마리에게 많이 시달렸는지 그 얘기를 듣고는 학을 떼며 2마리 이상은 절대 안 된다는 그였지만, 아예 안된다는 얘기가 아니라 2마리까지만 된다는 대답이라니... 반려견에게 중독된 게 분명해 보였다. 내가 좋아하는 그의 따뜻한 모습 중 하나. 오늘도 마음이 몽글몽글하다- 그립다. 강아지들도 그 집도, 무엇보다 그가 가장.




간식주세요! 왼쪽부터 띠아, 캐스퍼, 도도, 웁시, 계단 앞 헤일리


간식 줄 누구 안오나요? 왼쪽부터 헤일리, 띠아, 도도, 틱


이불빨래 하기 전, 침대에서 같이 뒹굴. 맨 앞부터 시계방향으로 로지, 띠아, 웁시, 캐스퍼, 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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