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동생 없이 저랑 둘이 여행 가요!
10월 1일이 임시공휴일로 지정됐다. 중학생인 큰 아이가 대뜸 제안했다. 엄마만 휴가를 내실 수 있다면, 함께 떠나고 싶단다. 요즘 바쁜 엄마를 흔들다니, 역시 내 아들이 맞는구나 싶어 웃었다. 그래, 어떻게든 가보자. 방법이 있겠지 마음먹으니 의외로 과감해졌다.
아이가 세 살 때부터 우리는 늘 함께 다녔다. 유모차를 태우고, 나 홀로 아이와 떠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니까. 그때는 나도 젊었고, 에너지가 넘쳤다. 혼자서 유모차와 아이 둘을 짊어지고 다녀도 힘든 줄 몰랐다. 그러던 우리 두 사람은 어느덧 40대 중반과 10대 중반이 되었다. 동생 없이 엄마와 둘이 떠나는 여행. 열다섯 살 아이에게는 아직 매력적인가 보다.
그렇다면, 어디로 떠나볼까. 엄마 입장에서는 국내로 정했으면 싶었다. 요즘 체력이 떨어지기도 했고, 비행기를 길게 타는 것도 고단했다. (이건 엄마의 문제다.) 하지만 아이는 최대한 멀리 떠나고 싶어 했다. 친구들이 해외에 다녀오면 아이가 부러워했다. 멀리 다녀온 친구 이야기를 종종 들려주기도 했다.
잠시 아이와 상의를 했지만, 5분 만에 합의를 보았다. 결국 우리 두 사람이 여행 목적지를 정하는 법은 간단하다. 아래 3가지 조건을 동시에 충족시켜야 한다.
- 3시간 이내 비행시간. 그 이상의 긴 비행시간을 견디지 못하는 엄마 때문임.
- 아이가 좋아하는 도시적 특성 (맛집, 쇼핑, 편의시설 등)과 엄마가 좋아하는 자연 (숲, 호수, 바다, 적어도 공원) 접근성이 좋은 곳
- (의외로) 소심한 엄마와 안전에 철저한 아이를 위함.
그래서, 이번 여행지는 일본 후쿠오카로 정했다. 위 3가지 조건을 동시에 만족시킨다. 일정은 4박 5일. 우리 둘은 각각 학교와 회사에 3일 결석과 휴가를 신청했다. 아이의 학교 시험 기간과 사전 준비기간을 피하고, 나도 회사 상황을 고려해 정했다. 목적지와 여행 기간을 정하기만 하면 그때부터는 일사천리로 진행된다.
6년 전, 아이가 초등 저학년일 때 후쿠오카에 온 적이 있다. 아이는 여행 기억을 업데이트하고 싶어 했다. 그때의 아이는 엄마 손을 잡고 따라다녔다. 이번에는 다르다. 여행지를 정하고 아이의 행보가 바빠졌다. 엄마는 지켜보고, 도움을 주고, 여행경비를 마련해 두면 된다.
6년 만에 다시 떠나는 후쿠오카는 어떤 시간들로 채워질지 궁금하고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