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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추현호 Feb 15. 2020

수학 때문에 미쳐버리겠어요

수학 때문에 꿈을 포기하는 아이들 

C의 꿈은 의과대학에 진학해서 슈바이처와 같은 의사가 되는 것이에요. 어린 시절 병마와 싸우고 있는 가족을 보면서 질병은 그 사람이 착하고 나쁘고를 따지지 않고 찾아간다는 것을 알게 되고 큰 충격을 받았다는 거죠. 원래 착한 사람들은 아프지 않아야 하는데 착한 사람, 나쁜 사람 따지지 않고 병이 들고 암, 뇌졸증등으로 사람이 고통받고 죽는 것을 보며 의사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거죠. 의사가 되어서 착한 사람들이 그리고 설령 나쁜 사람들이라 하더라도 고통스럽지 않게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는 거예요. 


청년 실업률이 높아서일까요? 의대 진학을 위해 N 수를 학생수가 부쩍 늘었습니다.


참 이쁘죠? 이 꿈 그리고 이 마음 말이에요.


중학생이 된 C는 누구보다 열심히 학교 공부를 했어요. 비록 집 형편이 여의치 않아 학교 외 다양한 수업을 들을 기회도 경험에 노출될 기회도 적었지만 충실히 학교 공부를 따라가고 열심히 예습 복습을 했어요. 공부 한 시간만으로 따져도 정말 어느 친구보다 뒤지지 않을 정도로 열심히 지속했지요. 그런 C에게 고등학생이 되고 큰 고민이 생긴 거죠. 전교 10등 안에 들던 본인의 성적이 고등학교 첫 내신고사를 치르고 난 뒤에 전교 60등 안팎으로까지 떨어진 것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어요. 


"어, 난 그대로 열심히 했는데.. 뭐가 문제지? 내 성적이 왜 이렇지?"


자꾸만 떨어지는 수학 성적 이유가 뭘까?


그중에서도 가장 어려운 과목이 수학이었어요. 수학 성적이 생각만큼 안 나오자 별의별 생각이 다 들기 시작했죠. 선행을 하지 않아서 수학 점수가 이런 걸까? 학원이라도 급히 다녀봐야 하나? 이런저런 친구들을 살펴보니 주변에 수학학원만큼은 안 다니는 친구가 없는 것 같고 내심 불안해져 이곳저곳을 기웃거려 보지만 수학 학원비도 만만치가 않네요. 선뜻 마음을 내기도 쉽지 않고 어영부영 5월이 지나고 기말고사가 다가와버렸습니다. 불안하고 초조한 마음에 쫓기듯 공부를 하다 보니 성적은 더욱 떨어졌고 기말고사에서는 등급이 조금 더 떨어져 전체 석차도 하락한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C가 저를 찾아온 것은 바로 고 1 기말고사를 치고 여름 방학을 앞둔 시기였습니다. 


보통 친구들에게 꿈이 뭐냐고 물어보면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1) 꿈이요? 잘 모르겠는데요. 하고 싶은 게 없어요. 딱히 생각해보질 않았어요.

2) 의대. 치대. 약대. 수의대에 진학하고 싶어요.


C는 2번의 경우였죠!


명확하게 있다면 보통 전문직으로 진출하는 전문대학원이고 보통 명확하지 않다면 잘 모르겠다는 답변을 듣게 되죠. 물론 아무것도 하고 싶은 게 없는 것보다 명확한 목표가 있는 것이 훨씬 좋습니다. 여러 면에서 그렇죠. 우선 학생부를 작성해나가기 위해서는 소위 말하는 스펙(여러 활동)이 필요한데 목표가 명확하게 정해져 있으면 고1 시기에 내신과 스펙 활동에 집중할 수 있지요. 학생부를 관통하는 특정한 진로와 연결된 활동을 이어나가면서 말이에요. 반면 진학하고자 하는 학과가 명확하지 않은 경우는 어떤 활동들을 대외적으로 해야 하고 학교 내에서는 어떤 자율활동, 동아리 활동, 진로활동을 해야 하며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에는 어떤 것을 드러내고 지속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방향을 잡기가 힘이 들어요. 


그런데 여기서 발생하는 문제는 수학과 관련이 깊어요. 보통 의대-수의대 스펙트럼으로 아이들의 꿈이 바뀝니다. 처음에는 의대를 꿈꾸다가 의대가 안될 것 같으면 한 단계씩 내려가는 경향이 있습니다. 실제로 현장에서 아이들을 상담하다 보면 고1 때는 의대를 목표로 하다가 고2 때는 치대, 고3 때는 약대나 수의대로 점점 목표가 바뀌는 현상을 보게 됩니다. 아주 근소한 차이로 아이들의 이 대학들 진학이 바뀐다는 것을 고려하고 염두해 본다면 이과 계열에서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는 수학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다시금 이야기하지 않아도 좋을 듯합니다. 의대, 치대, 약대, 수의대 등의 대학교에 진학하려고 하면 아주 높은 성적을 유지해야 하는데 그중에서도 이과 공통상 수학에서는 절대적인 성적을 지속적으로 유지를 해야 합니다. 


 미국의 대학은 문이과 구분이 없습니다. 아이들이 고등학생 시절 다양한 과목들을 듣고 고민을 하고 학부에서도 그러한 고민을 이어가고 전문대학원에 들어가서 법, 의학, 경영 등을 더 세분화해나가죠. 문이과 구분이 없이 학생부 느낌으로 대학을 준비하다가 대학에 입학 후 자신의 진로를 명확히 하고 세부 전공을 선택해나갑니다. 미국의 리버럴 아트 스쿨로 유명한 힐러리가 졸업한 윌리엄스 대학교는 한국에서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미국에서는 가장 최상위권에 속하는 리버럴 아츠 칼리지입니다. 튜토리얼이라고 불리는 교육을 통해서 학생 2명과 교수 1명이 정규 수업을 함께 진행하고 학생들은 자신이 연구한 것을 교수 앞에서 발표하고 토론하며 동료 학생의 글쓰기 심사를 하는 것이 주된 과정입니다. 방학에는 과학연구수업을 대단위로 하고 전교생이 2000여 명 밖에 안 되는 최고의 교육기관이죠. 이렇듯 전 세계적으로 우수한 대학들은 문이과 개념보다는 사회과학과 자연과학의 통합적 사고능력과 문제해결력 그리고 의사소통능력을 강조하고 있어요. 


아직 자신의 적성과 진로를 탐색할 기회와 고민이 부족한 청소년들에게 좋아하는 게 뭔지 꿈이 뭔지를 묻는 것 자체가 때로는 큰 부담인 줄을 알면서도 그것이 입시에서도 절대적으로 중요하고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는 것이니 무시할 수가 없는 부분인 거죠.


청소년들이 자신의 진로를 결정하고 판단을 내리기에는 정보의 양도 부족하고 경험의 폭도 넓지 않으니 그 시기를 대학 입학 후로 늦추는 것도 좋아 보입니다. 이럴 경우를 위해서 각 대학에서는 자율전공학부라는 제도를 운영하기도 하고 전과, 복수전공 등의 길도 열어둔 것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등학교 학생들이 문이과 고민을 하기는 해야 하는 현재 상황상 학생들이 가장 많이 선택의 기준으로 두는 것이 "내가 수학을 잘하는가?" 수학을 잘하면 이과 못하면 문과 이렇게 선택을 내리는 상황인데요, 이게 과연 맞는지도 고민을 좀 해봐야 합니다. 


C가 저를 찾아왔을 때 제가 제일 먼저 한 것은 수학 파트에서 학습결손이 일어나는 영역이 있는지를 수학 계통도와 각 계통도 별 기본 문제로 점검한 부분이었습니다. 고1 때는 아이들이 수학(상)과 수학(하)을 공부하고 고2가 되면 문과계열은 수학 1, 수학 2, 확률과 통계를 선택 이과계열은 수학 1, 미적분, 확률과 통계를 다루게 됩니다. 물론 기하, 수학과제탐구, 경제 수학과 같이 수능에는 미 출제되나 진로선택 수학과목도 있습니다. 


수학 과연 어렵기만 한 걸까요?


수학 때문에 자신의 진로를 포기하고 수학 때문에 적성은 이과가 맞는데 문과로 넘어가는 많은 친구들을 현장에서 만나게 되면서 저는 수학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아이들의 머릿속에 개념 정리와 문제풀이 사이의 간극이 크다는 것을 발견했어요. 예를 들어 이차방정식이 왜 이차함수 앞에 나오고 이차방정식의 활용에 어려움을 겪으면 왜 이차함수의 활용이 어렵게 느껴지는지 아이들은 생각하지 않고 각 단원을 분리해서 보죠. 그리고 수학은 사실 수학 문제를 풀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이 세상의 거의 모든 현상들이 숫자로 표현될 수 있는데 그러한 현상을 과학적이고 논리적으로 분석하기 위해 현상을 분석한 수학을 본질적 개념과 왜에 대한 고민 없이 풀어내기 바쁘다 보니 근원적 실력이 쌓이지 않는 거죠. 


저는 카이스트 경영대학원에서 MBA 과정을 공부를 했는데요 기업가들이 현장에서 경영 결정을 내리기 위한 통계 수업을 들었던 적이 있어요. 중고등학교 때 배웠던 통계의 수준과는 차원이 다른 깊이가 있었고 쉽지는 않았지만 그 과정에서 느꼈던 것은 수학을 바라보는 새로운 프레임이었어요. 수학이 입시만을 위해 필요로 하는 게 아니라 인생을 살아가면서 우리는 매 순간 숫자와 더불어 살아가는 구나라는 걸 느꼈죠. 


수학적 사고와 능력이 입시에만 필요한 것이 아닌 살아가며 매 순간 요구되는 능력이에요


C에게 저는 수학 문제를 바라보는 프레임을 바꾸고 수학 개념 사이의 유관성을 파고 들어가고 문제를 읽자마자 푸는 것이 아니라 문제 속에서 문제 출제자가 드러내고자 하는 개념과 요구하는 문제 풀이 응용력에 대한 계획을 문제 앞에서 구상하고 문제풀이에 들어가는 접근법을 코칭했습니다.  실제로 현장에서 살아가며 우리가 겪는 대부분의 문제 상황에서 우리는 문제에 바로 반응하지 않고 문제를 어떻게 풀고 접근할 것인가를 고민할 때 더 좋은 해결책을 낼 수 있잖아요? 수학을 풀어가는 과정에서 우리는 그런 것을 배우게 되죠. 


입시에 관한 팁을 좀 더 말씀드리자면 고등학교 1학년 때는 사실 수학 선행에 목을 매는 것은 조금 어리석은 선택일 수 있어요. 중학교 때까지 수학을 잘하던 아이도 고등학교에 올라오면 수학 성적이 떨어지는데 그 이유를 우리가 잘 생각해봐야 해요. 내신등급도 상대평가이기 때문에 내가 기존의 방식으로 열심히 한다고 해도 옆의 친구들이 함께 열심히 하면 절대점수는 변동이 없어도 등급은 떨어지게 되는 거죠. 상대적으로 성적이 떨어지니 불안해지고 기존의 방법에 대한 문제점이 더욱 두드러지게 되는 거예요. 


고1 때는 수학 과목의 경우 학교 진도를 잘 따라가면서 수학 상과 수학 하를 완벽히 습득할 정도로 반복하는 것이 좋습니다. 서둘러 선행을 하면서 미리 당겨 들어도 앞 단계가 누적이 되지 않으면 이해가 되지 않거나 학습결손이 발생해 지금 완벽히 익혀야 할 개념마저도 불완전해지거든요. 그러면 본격적인 수능 준비에 들어가야 할 고2 여름방학 때 다시 지난 시간 학습과목에 발생한 결손에 대해서 메워야 하는 지난한 과정이 반복될 수 있어요. 


아이들이 수학 때문에 꿈을 포기하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과도하게 사교육에 수학을 의존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수학은 자신이 푸는 것이지 선생님이 풀어주는 게 아니거든요. 정확한 개념 습득과 기본 문제풀이를 통해 개념을 다시금 확인하고 나아가 모르는 문제들만을 주도적으로 질문하고 과정상에 어떤 것들이 잘못되었는지 피드백을 받아나간다면 흔들리지 않는 수학 실력을 갖출 수 있어요. 그리고 물론 그 과정에서 수학에 대해 지레 먹은 겁과 포기하고픈 마음을 바꿀 계기도 필요하죠. 


성적에 자신의 꿈을 맞추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꿈에 자신의 성적을 맞추세요. 우리 아이들의 꿈이 무엇이든 그 꿈이 이뤄질 수 있도록 돕는 수단인 공부, 공부에 끌려다니지 않고 공부를 끌고 갈 수 있도록 우리가 함께 고민하고 지지해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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