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영혼과 육체를 어떻게 치유해 왔는가?
아라비아 반도의 척박한 사막과 바위산에서 자라는 보스웰리아나무는 상처를 입으면 우윳빛 수액을 흘려보낸다. 공기에 닿아 굳어지면 황금빛 눈물방울처럼 변하는 이 수지를 인류는 수천 년 동안 프랑킨센스 혹은 유향이라 부르며 귀하게 여겼다. 이 향기는 고대 이집트의 태양신 라에게 바치는 아침의 공물이었고, 유대 광야의 성막을 채우는 거룩한 연기였으며, 아기 예수의 탄생을 축하하는 동방 박사의 예물이었다. 고대인들에게 유향은 단순한 향료가 아니라 신과 소통할 수 있는 유일한 매개체이자, 육체의 병을 고치는 만능 치료제로 인식되었다. 사막을 가로지르는 향료 길을 열게 하고 제국들의 흥망성쇠를 지켜본 유향은 인류 문명사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를 맺고 있다. 이번 글에서는 프랑킨센스라는 이름 속에 담긴 언어적 의미를 추적하고, 고대 문명에서 중세 수도원에 이르기까지 이 신성한 수지가 인류의 영혼과 육체를 어떻게 치유해 왔는지 그 역사를 상세히 알아본다.
프랑킨센스를 지칭하는 고대의 단어들은 이 수지의 색깔과 품질, 그리고 태울 때 피어오르는 연기의 특성을 묘사하고 있다. 히브리어와 프랑스어 등 다양한 언어에서 유래한 이름들은 이 향료가 지닌 종교적, 상업적 가치를 반영한다.
구약성서에 등장하는 유향의 히브리어 이름은 레보나이다. 이 단어는 하얗다라는 뜻을 가진 라반에서 파생된 것으로 보인다. 유향나무 껍질에 상처를 내면 솟아 나오는 수액이 마치 우유처럼 하얗고 불투명한 빛을 띠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또한 최상급 유향 수지가 굳으면서 밝고 투명한 유백색을 띠는 것을 묘사한 것이기도 하다. 고대인들에게 흰색은 순수함과 거룩함을 상징하는 색채였다. 따라서 레보나라는 이름은 이 향료가 신에게 바치기에 합당한, 흠 없고 깨끗한 물질임을 강조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 단어는 훗날 그리스어 리바노스와 라틴어 리바누스로 이어지며 유럽 언어에 흔적을 남겼다.
오늘날 널리 쓰이는 프랑킨센스라는 영어 이름은 중세 프랑스어 프랑 엔센스에서 유래했다. 여기서 프랑은 순수한, 고귀한, 혹은 자유로운이라는 뜻을, 엔센스는 타다라는 라틴어에서 유래한 향을 의미한다. 즉, 순수하고 질 좋은 향 또는 진실한 향이라는 뜻이다. 중세 시대에는 수많은 종류의 향료와 수지가 유통되었는데, 그중에서도 유향은 가장 품질이 뛰어나고 향기가 훌륭한 최고의 향으로 꼽혔다. 상인들과 사제들은 다른 저급한 수지와 구별하기 위해 유향에 진실한이라는 수식어를 붙여 불렀을 것이며, 이것이 고유명사로 정착된 것으로 보인다.
한자 문화권에서는 이 수지를 유향(乳香)이라 부른다. 젖 유 자와 향기 향 자를 쓴 이 이름은 히브리어 레보나와 마찬가지로 나무에서 흐르는 수액의 모양과 색깔을 직관적으로 묘사한 것이다. 나무의 상처에서 배어 나오는 끈적하고 하얀 액체가 마치 어머니의 젖과 같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동양 의학에서는 유향이 어혈을 풀고 통증을 멎게 하며 새살을 돋게 하는 효능이 있다고 보았는데, 이는 생명을 키우는 젖의 이미지와도 연결될 수 있다. 서양의 이름이 향기의 품질과 순수함에 초점을 맞췄다면, 동양의 이름은 식물의 생태적 특징과 치유의 이미지에 더 집중했다고 볼 수 있다.
고대 이집트인들에게 유향은 삶과 죽음, 그리고 신의 영역을 오가는 가장 중요한 물질이었다. 그들은 막대한 비용을 들여 푼트(오늘날의 소말리아 추정) 지역으로 원정대를 보내 유향을 수입해 왔다.
이집트 신전에서는 하루 세 번 향을 피웠는데, 아침 해가 떠오를 때 태양신 라를 맞이하기 위해 태운 것이 바로 유향이었다. 사제들은 유향을 태워 그 하얀 연기가 하늘로 올라가는 것을 보며 태양신의 부활과 세상의 질서를 기원했다. 유향의 맑고 깨끗한 향기는 밤새 웅크리고 있던 영혼을 깨우고, 어둠을 몰아내는 태양의 기운을 지상으로 불러오는 역할을 했다. 이집트인들은 유향의 연기가 신의 땀방울이 굳어서 된 것이라고 믿었으며, 이를 통해 인간의 기도를 신에게 전달할 수 있다고 여겼다. 유향은 신성한 하루를 시작하는 필수적인 도구였다.
영생을 믿었던 이집트인들에게 시신의 보존은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였다. 유향은 미라를 제작하는 과정에서 방부제로 사용되었다. 시신의 뇌와 내장을 제거한 후, 복강을 깨끗이 씻어내고 으깬 유향과 몰약, 계피 등을 채워 넣었다. 유향에 함유된 강력한 항균 및 항진균 성분은 시신이 부패하는 것을 막고 냄새를 덮어주었다. 또한, 유향 오일이나 수지를 녹인 액체를 붕대에 발라 시신을 감싸기도 했다. 이집트인들은 썩지 않는 유향의 성질이 죽은 자의 육체를 영원히 지켜주어 영혼이 다시 돌아올 수 있게 한다고 믿었다.
이집트 제18왕조의 여성 파라오 하트셉수트는 유향을 얻기 위해 전설적인 푼트 땅으로 대규모 원정대를 보냈다. 델 옐 바흐리 장제전의 벽화에는 이 원정대가 유향나무를 뿌리째 캐서 배에 싣고 오는 장면이 생생하게 묘사되어 있다. 그녀는 이집트 본토에 유향나무를 심어 신에게 바치는 향료를 직접 생산하고자 했다. 이는 유향이 당시 이집트 사회에서 얼마나 중요한 자원이었는지를 보여주는 역사적 증거이다. 하트셉수트 여왕은 자신이 신의 딸임을 과시하고 통치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신성한 유향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성서 시대의 이스라엘 민족에게 유향은 여호와 하나님을 예배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거룩한 향료였다. 성막과 성전에서 피어오르는 유향의 연기는 신의 임재와 기도의 상징이었다.
구약성서 출애굽기에는 성막 안에서 사용할 거룩한 향을 만드는 법이 상세히 기록되어 있다. 유향은 소합향, 나감향, 풍자향과 함께 섞어 지성소 앞 분향단에서 아침저녁으로 태워졌다. 이 향은 오직 하나님을 위해서만 사용되어야 했으며, 일반인이 사적인 목적으로 이 향을 제조하거나 냄새를 맡는 것은 엄격히 금지되었다. 유향의 하얀 연기는 인간의 죄를 가리고 신의 자비를 구하는 중보의 의미를 지녔다. 대제사장이 일 년에 한 번 지성소에 들어갈 때도 유향을 피워 그 연기 속에서 신을 대면했다.
유향은 곡식을 빻아 바치는 제사인 소제물 위에도 놓였다. 레위기에는 고운 밀가루에 기름을 붓고 그 위에 유향을 놓아 기념물로 불사르라는 규정이 있다. 이는 제물을 향기롭게 하여 신이 기쁘게 받으시도록 하는 역할을 했다. 또한 성전 안에 진설하는 떡상 위에도 유향을 두어 영원한 언약을 상기시켰다. 유향은 썩지 않고 변하지 않는 성질 때문에 변치 않는 신실함과 거룩함을 상징하는 물질로 여겨졌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유향을 통해 신과의 약속을 기억하고 정결함을 유지하고자 했다.
신약성서 마태복음에서 동방 박사들이 아기 예수를 찾아와 바친 세 가지 예물 중 하나가 유향이었다. 전통적인 해석에 따르면 황금은 왕권을, 몰약은 죽음과 희생을 상징하며, 유향은 신성과 사제직을 상징한다. 즉, 아기 예수가 인간의 몸을 입고 왔지만 본질적으로는 하나님이며, 인간과 신을 연결하는 대제사장임을 나타내는 것이다. 당시 유향은 왕족이나 신에게만 바쳐지는 값비싼 물건이었으므로, 이를 예물로 드린 것은 아기 예수에 대한 최고의 존경과 경배의 표현이었다.
그리스와 로마 시대로 넘어오면서 유향은 종교적 의식을 넘어 실생활과 의학의 영역으로 깊숙이 들어왔다. 로마인들은 유향을 수입하기 위해 막대한 금을 지출했다.
유향의 주산지인 아라비아반도 남부는 유향 무역을 통해 엄청난 부를 축적했다. 로마인들은 이곳을 행복한 아라비아(Arabia Felix)라고 불렀다. 사막을 가로질러 지중해 항구로 이어지는 향료 길(Incense Road)은 고대의 가장 중요한 무역로 중 하나였다. 대상들은 낙타 등에 유향을 싣고 수천 킬로미터를 이동했으며, 이 길을 따라 도시들이 번성하고 쇠퇴했다. 로마 제국은 유향 수급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이 무역로를 장악하려 했으며, 유향은 당시 국제 경제를 움직이는 핵심 상품이었다.
1세기 그리스 의사 디오스코리데스는 그의 저서 『약물지』에서 유향의 효능을 상세히 다루었다. 그는 유향이 지혈 작용을 하고, 궤양을 치료하며, 상처가 났을 때 새살을 돋게 한다고 기록했다. 또한, 유향을 씹거나 물에 타서 마시면 이질이나 출혈을 멈추게 하고, 가슴 통증을 완화한다고 보았다. 안과 질환이나 치통 치료제, 심지어는 대머리를 치료하는 연고의 재료로도 유향을 언급했다. 이는 고대 서양 의학에서 유향이 항염 및 진통 효과를 가진 중요한 약재로 광범위하게 사용되었음을 보여준다.
로마인들은 유향을 종교 의식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사치스럽게 소비했다. 귀족들은 목욕 후 유향 오일을 몸에 바르거나, 연회장에서 유향을 태워 손님을 맞이했다. 황제의 행차나 개선식 때에는 거리에 유향을 피워 그 향기가 도시를 가득 채우게 했다. 전설에 따르면 네로 황제는 아내 포파이아의 장례식 때 아라비아에서 일 년 동안 생산되는 양보다 더 많은 유향을 태워 애도했다고 한다. 로마에서 유향은 부와 권력, 그리고 국가의 위엄을 과시하는 수단이었다.
로마 제국 멸망 후, 유향의 사용은 기독교 교회를 중심으로 계승되었다. 중세 유럽에서 유향은 교회의 권위를 세우고 영혼과 육체를 치유하는 성스러운 향기였다.
중세 가톨릭교회는 유향을 미사 전례의 필수 요소로 받아들였다. 사제가 향로를 흔들며 제단과 복음서, 그리고 신자들을 향해 유향 연기를 피우는 분향 의식은 시각적이고 후각적인 거룩함을 연출했다. 시편의 구절처럼 나의 기도가 주 앞에 분향함과 같이 되며라는 의미를 담아, 연기가 하늘로 올라가듯 성도들의 기도가 하나님께 상달됨을 상징했다. 웅장한 대성당 안을 가득 채우는 유향의 냄새는 신자들에게 천국의 신비를 감각적으로 체험하게 하는 장치였다.
십자군 전쟁을 통해 동방으로 간 유럽의 기사들과 상인들은 아랍 세계의 발달한 향료 문화를 접하고 유향을 비롯한 다양한 향료를 유럽으로 가져왔다. 이는 유럽 내에서 유향의 수요를 다시 한번 폭발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유향은 단순한 종교 용품을 넘어 귀족들의 사치품이자 만병통치약으로 거래되었다. 중세의 약제상들은 유향을 금값에 버금가는 가격으로 팔았으며, 이는 베네치아와 제노바 같은 이탈리아 도시 국가들의 부를 살찌우는 원동력이 되었다.
중세 수도원의 의사들은 고대의 의학 지식을 계승하여 유향을 다양한 질병 치료에 활용했다. 그들은 유향이 기억력을 좋게 하고 정신을 맑게 한다고 믿었다. 특히 흑사병과 같은 전염병이 돌 때, 유향은 공기를 정화하고 병마를 막아주는 강력한 방패로 여겨졌다. 유향을 태운 연기를 쐬거나, 유향이 든 약주를 마시는 것은 당시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방역이자 치료법 중 하나였다. 이슬람의 의학자 이븐 시나 역시 유향이 종양이나 궤양, 구토 등을 치료하는 데 효과적이라고 기록했는데, 이러한 지식은 중세 유럽 의학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사막의 눈물에서 시작된 프랑킨센스의 역사는 고대 신전의 제단을 거쳐 중세 대성당의 향로에 이르기까지 인류의 영적 여정과 함께해 왔다. 진실한 향이라는 이름처럼, 이 수지는 거짓 없는 순수함으로 신에게 다가가려는 인간의 열망을 대변했다. 고대인들에게는 태양신의 현현이자 영생의 도구였고, 중세인들에게는 기도의 날개이자 질병을 막는 방패였다. 오늘날 우리가 아로마테라피를 통해 맡는 프랑킨센스의 깊고 그윽한 향기 속에는, 수천 년의 시간 동안 인류가 간구했던 치유와 구원, 그리고 신성함을 향한 경외심이 고스란히 응축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