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를 무어라 정의하려면
처음을 마주하는 일은 어렵다.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 게 옳은지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아 내가 맞는지 의문이 들기도 한다.
새벽 일찍 아르바이트를 가는 길,
줄 서 있는 전봇대를 보다 누군가의 처음이 문득 떠올랐다.
역사를 떠올리면 화가 나고 속이 상하다가 그 안에서도 결국은 살아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정의할 수 없는 여러 감정이 한 데 뒤섞인다.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학부를 지내면서 마을에서 가장 많이, 그리고 생생하게 들었던 역사의 한 켠이 아닌가 싶다.
큰 소용돌이에서도 결국엔 사람이 사는 공간에서는 학교도 마을 행사도 집안일도 멈춰지지 않았다.
다만, 채워질 내용이 달랐을 뿐.
매번 이런저런 경험을 말해주는 제보자들 이야기를 듣다 보면, 어느 순간 귀가 훈련되어 익숙해지기 마련이다.
아마 그 이야기를 들었던 때가 익숙해져 버린 어느 시점쯤이었다. 일제강점기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드디어 그 긴 암흑에서 벗어난 날.
1945.8.15.
우리가 나라를 되찾은 날이지만, 그때만 해도 시골에서 소식을 접하는 일은 하루 이틀은 뒤쳐지기 마련이었다. 그러니 8.15 광복의 기쁨을 전국에서 동시에 느끼는 일이 어려웠을 테다.
모두가 동시에 느낄 수는 없었겠지만, 내 나라를 찾은 일은 세상이 뒤집히는 기쁨이었다.
마을에선 너 나할 것 없이 잔치를 벌이고, 자유라는 낯선 기쁨을 누렸다.
자유.
그 낯선 기쁨.
마을이 온통 잔칫날이었겠다는 내 바보 같은 질문에 당연하다는 듯 대답하며, 나무 전봇대도 흔들어대곤 했다는 말을 덧붙여 자유에 대한 기억 한 켠을 보여주었다.
지금은 우스꽝스러운 일이지만, 어린 나이에 느낀 자유라는 건 그만큼 어려운 처음이었다.
"자유가 뭔지 모르니, 전봇대를 흔들어 이게 자윤가했지"
처음 귀로 들은 자유는 어려움 그 자체였다. 전봇대를 흔들면 자유가 떨어지나 싶었던 그 우스꽝스러운 행동이 자유를 들으면 가장 먼저 내 머릿속에 떠오른다.
고개만 돌리면 보이는 전봇대에 자유를 찾아 흔들었다는 나이 든 할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린다.
더 이상 자유를 찾아 전봇대를 흔들지 않는 지금, 그럼에도 나에게 자유를 묻는다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는 어려운 숙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