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에서 경험한 인종차별
2024.3.10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로다주(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와 엠마왓슨이 수상하기 위해 나오는 장면을 보고 기분 나쁜 것은 나만이었을까..
로다주는 시상하러 나온 키 호이 콴이 주는 트로피를 노룩으로 받으며 눈도 마주 치지 않고 다른 배우들하고만 스킨쉽을 주고받는 장면을 보고 "어어" 했는데.. 다음에 콴이 다시 한번 인사하려 하자 다른 배우와만 인사하는 장면이었다. 콴이 정말 얼마나 뻘쭘했을까...
엠마스톤은 로다주만큼은 아니어도 웬지 모를 불편함이 있었다.
몇시간이 지나서 이곳저곳에서 인종차별 이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걸보니 나만 불쾌한 게 아니었나보다
나는 한편으로는 이렇게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반갑기도 했다.
이 아카데미 사건은 내가 스웨덴에서 겪은 인종차별과 거의 같은 상황이었다.
나 스스로도 이게 인종차별인지 아닌지 혼란스러웠는데 이렇게 인종차별이라고 명확히 얘기해주는 사람들이 많은 걸 보니 인종차별을 당한 내 상황이 조금 위로되는 기분이기도 했다.
인종차별인가 내가 예민한걸까
내가 당한 인종차별 상황을 말해 보고자 한다.
내가 다닌 학교는 스웨덴의 대학으로 학생수가 많지 않았다.
10명 내외의 학생들로 중국인들이 많을 때는 3명, 한국인은 나 1명, 나머지는 독일, 네덜란드, 스웨덴등 유럽 출신이었다.
인원이 많지 않아서 나는 10명 이내의 학생들이 금방 친해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 금요일에는 돌아가며 함께 간단한 간식과 커피를 마시는 티타임같은 Fika(피카) 문화도 있어서 나는 진정 그들과 친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나보다. 그러나 같은 자리에 있어도 그들(유럽 학생들)만의 대화가 주를 이루게 되었고 같이 있어도 불편한 상황은 계속되었다.
그래 내가 나이가 많아서일거야 .. 내가 영어가 부족해서일거야..
그럴때마다 내가 나이가 많고 영어가 부족해서 일거라고
그렇게 그 어울리지 못함을 내 스스로 탓으로 돌렸지만 다음 사건들이 연속되면서 이건 인종차별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점심시간은 보통 도시락을 싸오기 때문인데 일찍 식당에 도착하면 자연스럽게 합석하게 된다.
어느 날, 내가 한 중국인 친구 티아니와 먼저 자리를 잡고 앉아 있었는데 킴벌리와 아만다가 그 옆을 슬쩍 쳐다보곤 따로 자리를 앉았다. 다른 무리들은 자연스럽게 그들과 함께 앉고 나와 티아니가 둘이 밥을 먹게 되었다. 그 뒤로도 비슷한 일들이 계속되었다.
워크샵에 내 옆에 빈자리가 있어도 그들은 내 옆에 앚지 않았다.
그들은 자기들 무리에 아시아인이 끼는건 그러려니 하지만, 적어도 대놓고 싫은 티를 내진 않지만 아시아인들이 있는 자리에는 절대 먼저 끼지 않는다..
함께 있어도 불편한 기분은...
또 한번은 논문 학기 중 중간 발표가 끝나고 저녁을 같이 먹자고 한다. 그래도 모임이니까 함께 밥을 먹었는데 이런 저런 이야기가 오가는데 괜히 기분이 나쁘다. 나에게 뭐라고 한 것도 아닌데 나쁜 얘기를 한 것도 아닌데 그냥 기분이 나쁘다. 이 기분 나쁨은 다른 중국인 친구도 마찬가지였다. 대화 중에도 함께 어울리는 대화가 아닌 그들만의 대화가 주를 이루며 아시아인을 은근히 껴주지 않는 분위기였다.
마리라는 오스트리아인 친구가 있었다. 이 친구는 나보다 한 학년 아래였는데 절대 동양인 친구들하고는 팀을 하거나 밥을 먹으려 하지 않았다. 마리 동기 중에는 유독 아시아인이 많았는데 점심을 그들과 먹지 않고 꼭 다른 유럽 친구들하고만 먹었다. 팀 프로젝트는 팀을 배정받는데 마리가 중국인 2명의 친구와 배정받았다. 같은 팀인데도 점심은 절대 그들과 먹으려 하지 않았다. 마리는 그냥 아시아인이 불편한 거였을까...
만약 반대로 한국의 학교에 유학온 외국인 친구였다면 어떨까.. 내가 교환학생온 외국인 학생과 함께 학교를 다닌 경험은 없지만 스웨덴 친구가 있었다면 어땠을까..
잘 모르는 친구를 위해 도와주고 배려해 주지 않았을까..
마이크로 어그레션
인종차별이 눈을 찢고 칭챙총이라고 부르는것만이 아님을 이곳에 살면서 실감했다. 유럽 내에서 그나마 스웨덴이 인종차별이 적은 편이어서 대놓고 인종 차별 당하지 않은 것만으로도 다행인걸까...
내 경험들.. 아카데미 시상식 사건은 아시아인에 대한 그들의 저변에 깔린 무시와 차별을 보여준 것 같다. 찾아보니 이러한 차별아닌 차별들, 인종차별인지 아닌지 헷갈리는 일들이 빈번하고 이러한 차별을 마이크로 어그레션이라고 한다고 한다.
무뎌져야 하는 걸까.
이러한 상황은 따지기도 정말 애매하다. 왜 날 껴주지 않느냐고 말하는 것도 웃길 것 같고 왜 날 차별하냐고 해도 극 예민하다고 공격받을 것 같다.
만약 로다주한테 왜 콴에게 그랬냐고 묻는다면 당연히 일부러 한 행동이 아니라고 할 것이다. 그들은 단지 좀더 친한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일 뿐이라고 말할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이번 아카데키 시상식 사건이 이러한 차별을 공식화 시켜 준 것 같아서 반갑기도 하다. 무의식중의 행동이 차별로 비출 수 있음을 누군가에게는 상처가 될 수 있음을 알기를 바란다.
이런 차별이라고 알려줘야 했을까
내가 이러한 차별을 좀더 공론화 시킬 용기를 가졌다면 어땠을까. 나도 일을 크게 만들고 싶지 않아서 그냥 기분 나빠도 모른체 하고 넘어 갔는지도 모른다. 적어도 학교에서, 글로벌 학생들이 모인 것을 자랑으로 삼는 학교에서라면 이러한 일들을 해결하려고 조금은 노력했는지도 모른다.
또 새로운 아시아 학생들이 와서 그런일을 겪질 않길 바란다.
유독 내 학년이 그런 성향의 애들이 많았음을.. 내가 유독 동기 운이 없었을 거라고 생각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