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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아래 Jul 26. 2021

2019년 8월 11일의 일기

반성문 쓰는 삶

아래 일기는 2019년 8월 11일의 반성일기

이 때만 해도 이 일기가 푸념 넋두리성 반성 일기의 마지막이 되길 바랐던 것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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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일기로든 간간히 띄엄띄엄 쓰는 웹 일기로든

십 년 전의 아니 그 이전의 내 모습들은

변함이 없다

무엇보다 불안함

왜 도대체 왜 불안을 이렇게나 안고 사는 것일까

돈을 벌고 조금 나아지고 있다는 걸 체감하는 순간

이어서 벌이고 마는 다음의 일정들.

자연스러운 흐름이야 아무리 마인드 컨트롤하고

이성적으로 받아들이고 싶어도

내면의 불안이 긍정적 사고를 덮어버리고 마는구나


아 잠깐 2019년 8월 10일 토요일 오늘의 나는

어떤 하루를 보냈지?

아무 담백하게 시간별 일정 정리로 명상의 시간…

다른 생각은 버리고

복잡한 설명은 생략하고 

3시의 나부터 시작해 보자

3시의 나는 편의점 2+1 즉석죽을 사다가 하나를 뚝딱 먹고 나서

조금이라도 속을 편안하게 하려고 했다

살짝살짝 바쁜 오래비 가게 서빙 일들을 도와주고

고양이랑 놀고 설거지도 돌리고

평화롭게 보냈다

D가 와서 제주도 다녀온 이야기를 들으면서 살짝 평정심이 깨졌는데

1. 아직도 어색한 둘의 대화를 잘 못 견뎌서

2. 내가 같이 일정 보낼 수 있었다면 더 재미있었을텐데..하는 너무나도 아쉬움

3. 제주에 가서 무념무상하고 싶다는 욕구를 누를 수가 없어서

등의 많은 이유가 있었다. 단순하게 그냥 편한 순간을 나는 또 백만 가지 이유로 불편해했구나

이후에 J가 왔을 때엔 더더더욱. 그 평정심이 …

1. 아무렇지 않고 나는 평안하다. 노력하고 있다아~ 라는 모습을 보여주려는 의지

2. 내 집에선 내가 자고 J커플은 다른 방에서 재우며 놀구싶다는 또 그런 무위도식에 대한 열망

그리고 속이 쓰리고 부대껴서 밥 먹기 싫은 사람 치고는 맛있게 뚝딱 한 그릇 먹어버린 

새우튀김우동과 튀김 만두는 어불성설이지 암요

정리하고 돌아오는 길은 다행히 졸음운전 없이 잘 왔다

음악이 또 좋았고 맑은 공기와 불빛이 참 좋았다.

지금 창으로 들어오는 태풍의 영향을 받은 세찬 바람이 또 참 좋다

밤이면 잠들고 싶지 않고

나를 돌아보고 앞날의 일정들을 정리하고

이 사랑스러운 순간을 오롯이 즐기고 싶다

매일매일 그런 바람을 반복되는 일기의 시작 그때부터 십수 년간 바람으로만 가지고 살아가다니.

도대체 나는 왜 이러는 것일까

후회도 아니고 뭣도 아니고 그냥 내가 참 답답하다

그래서 또한 그 어느 때에 수도 없이 해온 담백하게 비워보자는 다짐을 또 해보는 것이다

10년 후에 아이구 요때도 또 이렇게 구구절절하게 걱정병을 걱정하고 있었구나 하고 웃어버리려나..

내일이라고 극적으로 바뀐 내 모습을 기대하는 건 뭐 말도 안 되는 일이고

적어도 한 가지라도 스스로 약속해보고 싶은 것은

일요일이니까 일요일처럼 보내보기

해가지고 밤이 와도 불안해하지 말고

속을 든든히 하면서 담백하게 흘러가듯 좋은 하루를 보내보는 것

오늘처럼 구구절절한 반성의 일기를 반복하지 않도록

좋은 하루를 보내보자꾸나

매거진의 이전글 반성문보다 좀 더 의미 있는 글을 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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