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상대성이론 : 세상을 바라보는 두 개의 렌즈

by 소티


"남자는 원래 그렇지." "그 나이쯤 되면 다 그래." "요즘 젊은 애들은 원래 저래." "지방 출신들은 좀 다르지."

우리는 일상에서 이런 말들을 자주 듣습니다. 얼핏 평범해 보이는 이 표현들 속에는 하나의 공통된 시선이 깔려 있습니다. 바로 사람의 성향이나 행동은 그 사람의 출생, 성별, 나이, 지역 같은 고정된 요소로 '결정된다'는 생각입니다. 이것이 바로 결정론적 사고방식입니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요?

진정 우리는 태어난 순간 이미 규정된 존재일까요? 아니면 살아가는 매 순간, 만나는 사람들과 맺는 관계, 처하는 상황과 환경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하는 존재일까요?

오늘은 사람을 바라보는 두 가지 시선, 결정론과 관계론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이 두 관점은 단순한 이론이 아닌, 우리가 자신과 타인을 대하는 방식, 나아가 세상을 이해하는 근본적인 틀을 형성합니다.


1. 결정론 – 우리가 빠지기 쉬운 판단의 오류

"저 사람은 명문대 출신이니까 분명 똑똑할 거야." "그 동네에서 자랐으니 성격이 그럴 수밖에 없지."

결정론은 말 그대로 '사람의 본질은 미리 결정되어 있다'는 전제에서 출발합니다. 이는 마치 서랍장에 물건을 정리하듯, 사람도 특정 범주로 분류하고 규정할 수 있다는 사고방식입니다.

대기업 인사팀 김 과장은 입사 지원자의 이력서를 볼 때마다 출신 대학을 먼저 확인합니다. 그의 경험상 특정 대학 출신들이 '더 뛰어나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이는 결정론적 사고가 현실에서 작동하는 전형적인 예입니다.

결정론은 이해하기 쉽고 편리합니다. 복잡하게 고민하지 않고도, 몇 가지 정보만으로 타인을 평가하고 분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 사고방식은 사람을 고정된 존재로 제한하고, 무엇보다 타인에 대한 편견과 오해, 차별의 시작점이 되기도 합니다.


2. 관계론 – 나를 규정하는 것은 '맥락'이다

관계론은 결정론과는 정반대의 시각을 제시합니다.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모든 것이 결정된 고정된 존재가 아니라, 지금 어디에 서 있는가, 누구와 관계 맺고 있는가, 어떤 환경에 놓여 있는가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하는 역동적 존재라는 관점입니다.

이러한 관계론의 철학은 동양 고전인 『주역』의 괘(卦) 해석 방식, 즉 주역 독법 속에서도 그 지혜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주역은 단순한 점술서가 아니라 세상의 변화와 인간 관계의 원리를 담은 철학서이기도 합니다.

『주역』 독법에 담긴 관계론의 지혜

『주역』에서는 육효(六爻)로 이루어진 괘(卦)를 해석할 때 다음과 같은 네 가지 기준을 중요시합니다:

위(位) – 나는 지금 내 자리에 제대로 서 있는가? 똑같은 능력을 가진 사람도 적절한 위치에 있을 때 그 역량이 빛날 수 있습니다. 뛰어난 영업사원이 연구직으로 옮겼을 때 성과가 떨어지는 것처럼, 자리가 사람을 만듭니다.


비(比) – 나와 가까운 존재들과의 관계는 어떠한가? 가족, 친구, 직장 동료 등 가까운 관계가 우리의 정서와 행동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긍정적인 사람들과 함께할 때 우리도 긍정적으로 변화하는 경험을 누구나 한 번쯤 해보았을 것입니다.


응(應) – 사회적 타자와의 관계는 어떠한가? 나와 직접 관련이 없어 보이는 사람들과의 관계도 우리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우리는 전 세계 사람들과 연결되어 있음을 절실히 깨달았습니다.


중(中) – 가장 많은 관계가 교차하는 '가운데'에서 나는 균형을 이루고 있는가? 다양한 관계의 중심에서 균형을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직장과 가정, 자신과 타인, 일과 휴식 사이에서 균형을 잃을 때 우리는 위기를 맞습니다.


이 독법은 우리에게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사람은 타고난 성품이나 환경에 의해 고정되는 것이 아니라, 지금 어디에 서 있으며, 누구와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가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하고 성장한다."


3. 삶에 적용되는 관계론의 힘

이러한 관계론적 관점은 우리의 일상생활, 조직문화, 교육, 리더십에도 깊은 통찰을 제공합니다.

30대 초반의 직장인 정우는 이전 직장에서는 늘 소극적이고 자신감 없는 모습이었습니다. 상사의 지나친 간섭과 경직된 조직문화 속에서 그는 자신의 능력을 의심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새로운 회사로 이직한 후, 그는 놀라운 변화를 경험했습니다. 자율성을 존중하고 실험을 장려하는 문화 속에서 정우는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팀을 이끄는 리더로 성장했습니다. 정우의 '본질'이 바뀐 것이 아니라, 그를 둘러싼 환경과 관계가 변화했을 뿐입니다.

이처럼 관계론적 시각은 다양한 영역에서 우리에게 새로운 관점을 제시합니다:

인재를 평가할 때는 단순한 능력치보다 그 사람이 놓인 환경과의 조화를 살펴봐야 합니다. 뛰어난 인재도 잘못된 환경에서는 빛을 발하지 못합니다.


문제를 일으킨 사람을 단정짓기보다, 그 사람이 어떤 구조와 관계 속에서 그런 행동을 하게 되었는지를 이해해야 합니다. '나쁜 사람'이 아니라 '나쁜 상황'이 만들어낸 결과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나 자신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금 내가 지쳐 있거나 위축되어 있다면, 그것이 나의 본질이 아니라 지금 처한 자리나 관계가 나를 그렇게 만들었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합니다. 환경을 바꾸면 나도 변할 수 있습니다.


결론: 사람을 바라보는 방식이 세상을 바꿉니다

"히말라야 설산에 사는 토끼가 가장 조심해야 할 것은 동상(凍傷)이 아니라, 평지에 사는 코끼리보다 자신이 더 크다고 착각하지 않는 것이다."

이 비유는 우리에게 환경과 관계의 중요성을 일깨워줍니다. 우리는 자주 관계와 환경을 무시한 채 누군가를 판단하고, 자신을 과대평가하거나 혹은 과소평가하곤 합니다.

결정론적 시각은 편리하지만, 세상을 단순화하고 인간의 가능성을 제한합니다. 반면 관계론적 시각은 복잡하지만, 끊임없이 변화하고 성장하는 인간의 본질을 더 정확히 포착합니다.

하나의 사람을 볼 때 현재의 모습만을 보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이 살아온 역사, 연결된 주변 사람들, 처한 맥락을 함께 보는 시선을 갖게 될 때, 우리는 비로소 타인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통찰을 갖게 됩니다. 그리고 이러한 시선은 자기 자신을 바라볼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가 바라보는 방식이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고정된 틀로 사람을 재단하기보다, 서로의 가능성과 변화할 수 있는 힘을 믿을 때, 우리 사회는 더 포용적이고 성장하는 공동체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오늘, 당신은 어떤 렌즈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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