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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준서민서패밀리 May 20. 2024

#2. 인천 덕적도 백패킹

서포리 해변에서 1박


지난 소백산 국립공원에 이어 두 번째 백패킹 여행이다. 지난번 여행(링크 참고)은 따뜻하고 편하게 대피소에서 잤으니 이번에는 노지에 가서 2인 텐트 치고 자기로 했다. 어려서부터 오토캠핑을 자주 갔던 터라 아들은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눈치였다.


장소는 가까운 인천 덕적도로 정했다. 굴업도가 백패킹의 성지라고 하던데 배편 구하기가 워낙 어렵고 처음부터 배를 두 번이나 타고 들어가기가 부담스러워 이번에는 덕적도까지만 가기로 했다. 배편은 한국해운조합에서 운영하는 "가보고싶은섬" 사이트를 통해 예약하였다.


이번 백패킹에 대비하여 아이 배낭도 새로 샀다. 지난번 백패킹에 사용한 배낭이 너무 약한 듯하여 28리터짜리로 새로 구입했다. 아이 몸에 맞춰 28리터짜리를 샀지만, 침낭 하나 넣고 나니 더 넣을 공간이 없었다. 그래도 테이블과 등산스틱, 낚싯대를 옆에 끼우니 제법 모양이 그럴싸해졌다. 발포매트는 덤이다.


저번 소백산 여행은 짐이 많지 않았다. 일단 텐트가 빠졌고 테이블도 필요 없었다. 그리고 대피소 실내 취침이어서 침낭도 얇은 걸 가져갔다. 그런데 이번에는 노지 캠핑이어서 텐트와 테이블, 그리고 침낭과 옷가지가 더 필요했다. 그래서 짐을 싸고 풀고를 한참을 했다.



백패킹 준비하는 분들의 참고를 위해 준비물 체크리스트를 간략히 담아본다.


텐트, 침낭, 에어 베개,  발포매트, 경량체어, 테이블,  랜턴,  등산스틱,  장갑,  미니 방석,  낚싯대, 작은 호미(해루질), 버너,  이소가스,  바람막이,  코펠, 일회용 수저, 나무젓가락, 집게 및 가위,  일회용 접시,  비닐봉지,  물티슈, 휴지, 낚시 모자,  선글라스,  갈아입을 옷, 양말, 고프로 + 배터리,  아이패드, 보조 배터리, 휴대폰 충전기, 구급약, 모기약 + 기피제,  선크림, 이어폰,  현금,  라이터, 칫솔 + 치약,  수건,  핫팩,  비너, 물통,  햇반,  3분 짜장,  3분 미트볼,  참치캔,  라면, 모닝빵,  초코바


아이 배낭이 작다 보니 대부분 내 배낭에 넣느라 미처 들어가지 못한 품목도 있을 것이다. 서포리 해변 근처에는 편의점이 있어서 현지구매 가능한 것들은 마지막에 조금 덜어내었던 것 같다. 아이가 좀 더 커서 큰 배낭을 살 때가 되면 아마도 다 담아갈 수 있을 것 같다.


덕적도 가는 배는 인천연안여객터미널에서 출발했다. 8시 출항하는 배편이어서, 집에서 6시 즈음 출발했다. 1시간을 달려 터미널에 도착했고 주차하고 낚시점에서 크릴새우 생미끼를 사고 나니 7시 30분이 되었다. 낚시점 옆 분식점에서 3천 원짜리 김밥 두 줄을 사서 다시 터미널로 향했다.


주말을 맞아 배를 타는 사람들로 터미널은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아침 7:30 풍경인데 다들 참 부지런한 것 같다


발권 후 배에 탑승했다. 덕적도 가는 배는 크게 두 가지인데, 1시간 걸리는 쾌속선과 2시간 걸리는 보통배가 있다. 아이 데리고 2시간 배를 탈 자신이 없어 쾌속선으로 예약했다. 그리고 금세 덕적도에 닿았다.


배에서 내린 후 서포리 해변가는 버스를 타야 했다. 사전 조사에 따르면 이 버스 타는 게 가장 큰 난관이라고 했다. 배에 탄 수많은 백패커들의 목적지가 서포리 해변이기 때문이었다. 역시나 배에서 내릴 즈음 많은 사람들이 줄 지어 대기하고 있었다. 우리 역시 그렇게 했다.


배에서 내린 후 우리는 재빠르게 버스 타는 곳으로 이동했다. 그런데, 버스는 이미 만차였다. 다음 버스는 1시간 반 가까이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우리 포함 몇몇 사람들이 안타까워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데 거기 관리자로 보이는 분이 뒷 버스를 타라고 했다. 북리 가는 버스인데 돌아오는 길에 서포리 해변에 내려준다고 했다. 우리는 얼른 뒷 버스에 올라탔다.


다행히도 뒷 버스는 널널했다. 앉을자리는 없어도 서 있을 자리는 충분히 있었다. 아들과 나는 발 앞에 배낭을 내려두고 버스에 서서 탔다. 그러다 북리 즈음 가니 자리가 생겨 앉아 갈 수 있었다. 만차 덕분에 오히려 편하게 자리에 앉아 갈 수 있다니 인생은 참 알 수 없는 것 같다.


인생사 새옹지마라고 하더라


시골버스 탑승은 재밌었다. 북리 가는 버스는 지역주민들이 탑승자의 대부분이었는데 하차벨이 있었지만 그들은 그냥 말로 기사님과 소통했다.


“미장원 앞에 내려주세요”

“화물차 있는데 서주세요”


그러다 가끔 벨을 누르는 손님이 있으면 기사님이

“그냥 내리고 싶은 곳 있으면 말씀하세요 “

라고 하기도 했다.


주민들은 삼거리에서도 내리고, 빨간 지붕집 앞에서도 내렸다. 그냥 동네 자가용 느낌이었다.


도로 한가운데로 할아버지 지나가면 버스가 한참을 멈춰 기다려 주기도 하고, 동네 주민과 기사님이 반갑게 손인사 하기도 했다. 시골의 정감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버스였다.


 그러는 사이 버스는 서포리 해변에 도착했다. 우리 포함 몇몇 백패커를 태우기 위해 돌아서 버스를 운행해 주신 기사님에게 감사한 마음에 시원한 파워에이드 한 병을 선물로 드리고 내렸다. 기사님이 밝게 웃으시며 아들에게 “고마워“하는데 기분이 참 좋았다,


서포리 해변은 막 도착한 백패커들로 분주한 분위기였다. 우리 역시 솔밭 적정한 곳에 배낭을 내리고 텐트를 치기 시작했다. 더운 날씨였지만 그늘도 있고 바닷바람도 시원해서 편하게 사이트를 구성할 수 있었다.



사이트 구성 후에는 간단히 컵라면으로 점심을 먹었다. 그리고 근처 비조봉으로 등산을 하러 가기로 했다.



하지만 멧돼지 출몰로 입산통제(물론 그냥 무시하고 많은 사람들이 등산하고 있었지만)한다는 현수막이 붙어있어 등산로 초입에서 다시 되돌아왔다. 아들은 낚시를 가자고 했고 우리는 낚싯대와 미끼를 들고 방파제로 향했다. 때는 13시로 만조였다.



그런데 방파제 낚시는 조과가 좋지 않았다. 겨우 자그마한 꽃게 하나 낚은 게 전부였다. 우리는 자리를 옮겨 새로운 곳에서 낚시를 하기로 했다. 오는 길에 작은 물고기 무리가 헤엄치는 곳이었다.



그곳에서는 상당한 조과가 있었다. 아들이 작은 복어를 세 마리나 낚은 것이었다. 한 마리도 낚지 못한 나와 달리 챔질이 상당히 좋았다. 복어들은 잠시 망에 넣어두어 관찰하다가 다시 풀어줬다. 풀어주면서 엄마 데려오라고 말했지만 우리말을 듣지는 않았다.



2시간 30분 동안의 낚시를 마무리하고 텐트로 돌아왔다. 우리는 카드놀이(원카드)를 한참 했고 그 후로 1시간가량 낮잠을 잤다. 그러고 나니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기 시작했고 물이 많이 빠져있었다. 간조였다.



배고픈 아들을 위해 3분 햄버그를 햇반에 비벼서 줬다. 한 그릇 뚝딱 후에 간조가 되었으니 조개나 게를 주우러 가자고 했다. 그렇게 한 시간가량 갯벌을 걸으며 놀았다. 물때가 맞지 않아 조개는 주울 수 없었지만 대형 통발 그물에 걸린 물고기는 운 좋게 몇 마리 볼 수 있었다.



저녁은 근처 CU편의점에서 햄버거와 편육고기, 과자 조금을 사서 해결했다. 햄버거를 먹은 아들은 텐트에 들어가 넷플릭스 만화를 봤고 나는 파도 소리를 들으며 인천 소성주를 편육과 함께 즐겼다.


9시가 되어 우리는 근처 화장실에 가서 이를 닦은 후 텐트에 들어가 잠을 청했다. 밤에는 살짝 쌀쌀했지만 핫팩을 침낭 안에 몇 개 투척하여 따뜻하게 잘 수 있었다. 덕분에 푹 잘 잤다.



나름 늦잠을 자고 8시쯤 일어났더니 양 옆 텐트는 벌써 가고 없었다. 아마도 아침배를 타고 인천으로 나간 듯했다. 덕분에 우리는 옆 텐트 자리에서 고즈넉하게 아침밥을 먹을 수 있었다. 짜파게티 컵라면에 햇반이었다. 만약 아내가 우리 둘이 이틀 동안 먹은 식단과 간식을 알게 된다면 몇 날 며칠을 혼낼 것이다.


우리는 아침밥을 다 먹은 후 텐트를 정리했다. 인천행 배는 오후 4:30이었지만 다 정리한 후 낚시를 하다가 버스를 탑승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볕 잘 드는 곳에 텐트를 뒤집어 말리고 배낭을 다시 정리했다. 모든 준비를 마치니 밀물이 슬슬 들어오기 시작했다. 우리는 낚싯대와 남은 미끼를 가지고 어제의 낚시터로 다시 향했다.



어제와 마찬가지로 2시간 30분 동안 낚시를 했다. 조과는 어제보다 좋지 않았지만 그래도 작은 게 한 마리와 조금 큰 복어 한 마리를 잡았다. 조금 더 하고 싶었지만 오후 2시 버스(진리 선착장행)를 타야 했기에 아쉬움을 뒤로하고 낚시를 마무리했다. 다음에 또 올게.



버스에 타기 전 CU편의점에 들러 간단히 요기를 하려 했으나 점심시간 휴식으로 문이 닫혀있었다. 어쩔 수 없이 그 옆 건물에 있는 무인카페(시골섬에 이런 최신식 시스템이라니)에 들러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청포도 에이드를 테이크 아웃해서 버스정류장에서 마셨다. 버스정류장에는 2시 버스를 타려는 백패커들로 장사진을 이루고 있었다. 우리는 일찍 줄을 선 덕에 좌석에 앉아서 항구로 이동할 수 있었다.



항구에 도착해서 점심식사를 위해 식당으로 이동했다. 근처 뻘식당의 평이 좋아서 그리로 향했다. 물회와 물냉면을 시켰다. 날씨가 더운 탓에 시원한 게 당겼다. 음식은 훌륭했고 둘은 남김없이 그릇을 비웠다.



시간이 남아 하나로마트에 가서 아이스크림과 과자를 샀다. 남은 시간 바다를 보며 맛있게 먹었다. 그렇게 시간이 꽤 흐르고 우리가 타고 갈 배가 도착했다. 덕적도 1박 2일 백패킹을 마무리할 시간이었다.


섬에 온 이틀 동안, 느리고 힘들고 불편한 일상이었다. 버스는 느렸고 텐트 치고 밥 먹기는 힘들었고 씻고 화장실 가기는 불편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배를 타고 섬에 들어와 백패킹을 한다고 생각한다. 도심에서 편히 쉬는 것도 좋지만, 섬에서 힘든 생활을 겪으면서 다시 도시로 돌아갈 용기를 얻는 것, 역설적이지만 힘듦을 통해 삶을 리프레쉬하기에는 어쩌면 안성맞춤인 것이 섬 백패킹인 듯하다. 물론 나나 아들처럼 이러한 것들이 재미로 다가온다면 더더욱 즐거운 일일 것이다. 뭍으로 오는 배에서 언제 다른 섬에 또 가볼까를 고민했던 우리는 조만간 세 번째 백패킹을 떠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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