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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준서민서패밀리 Nov 16. 2017

사람들이 투표를 하도록 하려면



내년에는 지방선거가 있다. 내 지역 일꾼을 뽑는다는 의미에서 보면 가장 내 삶에 영향을 많이 끼치는 사람을 뽑는 선거이다. 하지만 주민들의 관심은 크지 않다. 국가의 원수인 대통령,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을 뽑는 선거에 비해 정작 주민의 대표인 지방자치단체장, 지방의원을 뽑는 데는 무관심하기 일쑤다.


이를 반영하듯 지방선거 투표율은 항상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2014년 56.8%, 2010년 54.5%, 2006년 51.6%였다. 지역 일꾼을 뽑는 선거 치고는 매우 낮은 수치이다. 그중 30~40% 표를 얻어 당선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보면 실제 전체 주민 대비 지지율은 15~20% 정도라고 보인다. 10명 중 1~2명 주민의 지지를 받은 대표가 진짜 대표일지 의문이 들기도 한다.


대표성을 높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간단히는 두 가지 정도 방법이 있을 것이다. 하나는 결선투표제이고, 다른 하나는 투표율 제고이다.


결선투표제는 프랑스 대통령 선거가 대표적이다. Runoff-voting 이라고 불리는 결선투표제는 선거에서 '일정 득표율 이상'이 당선 조건일 때(일반적으로 과반수), 이를 만족하는 후보가 없을 경우에 득표수 순으로 상위 후보 몇 명만을 대상으로(일반적으로 2명) 2차 투표를 실시하여 당선자를 결정하는 방식이다. 2회 투표제 two-round system 이라고도 불린다.


지난 대통령 궐위 선거에서 안철수, 심상정 후보가 도입을 주장하여 많은 국민들에게 알려지기도 하였다.(기사 참고) 하지만 이에 대해 대통령 선거에 도입할 경우 헌법에 위반된다는 의견과 선거법 개정으로 가능하다는 의견이 대립하여 도입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기사 참고) 하지만 지방선거의 경우 선거법 개정으로도 가능하므로 논의가 진전될 수 있으나 모든 정당의 이해관계가 다르다는 점에서 쉽지는 않을 전망이다. (국민의당은 추진 예정)


그렇다면 투표율 제고는 어떨까. 지방선거 투표율은 낮았지만 지난 대통령 궐위 선거(77.2%)에서 보듯 상승의 여지는 충분히 있는 것으로 보인다. (OECD '더 나은 삶의 지수'에서도 투표율은 37개국 중 11위에 해당) 하지만 단기간에 온 국민의 이목이 집중되는 대통령 선거만큼 투표율을 높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점진적인, 그러면서 근본적인 방법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해외 저널에서 나오는 방법들은 다음과 같다.


i. 기표방법을 편하게 만든다 : 한국의 경우 기호와 후보자의 이름이 적힌 투표용지에 도장을 찍어 기표를 하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지만 외국의 경우 후보자나 정당의 이름을 직접 투표용지에 쓰는 방법을 채택하고 있는 나라들도 있다. 일본과 미국 몇몇 주 등이 이에 해당한다. 한국과 일본만 비교한다면 한국의 기표방법이 더 편한 것 같지만 더 편한 나라도 있다. 바로 프랑스다. 프랑스는 일명 쇼핑식인데, 지지 후보 이름이 적힌 투표용지를 골라 투표함에 넣으면 된다. (기사 참고) 높은 문맹률을 가진 나라들, 가령 인도의 경우 문맹자를 위해 투표용지에 그림을 그리고 있다. (기사 참고(참고로, 한국의 지난 대통령 보궐선거 무효표는 13만5천733표였는데, 무효표가 많이 발생한 상위 10개 시군구의 65세 이상 고령 비율(평균 28.1%)이 하위 10개 지역(평균 15.2%) 보다 높았다. 따라서 고령자들의 기표방식에 대한 부담이 분명히 있을 것으로 보이며 이로 인한 투표 불참 가능성도 어느 정도는 존재할 것으로 보인다.)


ii. 선거인 등록제를 폐지한다 : 만 19세 이상의 국민이 신분증을 가지고 투표소에 가면 투표를 할 수 있다. 너무나 당연한 것 같지만 실제 많은 나라에서는 선거인 사전 등록제를 실시하고 있어서 사전에 선거인 등록을 하지 않으면 투표를 할 수 없다. 미국이 대표적이다. 한국의 경우 선거인명부는 선거가 있을 때마다 구·시·군의 장이 투표구 단위로 주민등록표에 의하여 전산으로 직권 작성하고 있어 별도의 등록절차가 없지만 미국은 사전에 등록하지 않을 경우에는 선거일에 투표를 할 수 없다. 따라서 미국의 경우에도 더 많은 사람들의 투표참여를 위해 등록제를 폐지할 것을 주장하기도 한다. (블로그 참고)


iii. 투표 편의를 높인다 : 장애인을 위해 1층에 투표소를 마련하고, 많은 사람들이 다니는 장소에 투표소를 설비하는 등의 방법이 있다. 한국의 경우 통합선거인명부를 활용하여 전국 어디서나 투표를 할 수 있는 사전투표시스템을 전 세계 최초로 실시하고 있으며, 시골 및 격오지의 경우 선관위에서 투표 지원 차량을 제공하여 투표소까지 편하게 갈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이외에도 투표 편의를 높이기 위해 다양한 방법들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 고 있다.


iv. 투표 인센티브를 준다 : 투표 확인증을 발급하여 투표한 자에게 공공시설물 이용료를 할인해주는 방식 등을 통해 인센티브를 주는 것을 의미한다. 2006년 미국 애리조나의 Mark Osterloh 박사는 투표를 한 사람에게 로또복권을 나누어주면 투표율이 올라갈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고, (기사 참고) 한국 역시 동일한 주장이 있었다. (기사 참고미국 포덤 Fordham 대학 Costas Panagopoulos 교수는 2010년 미국 북부 Lancaster 마을 주민들을 대상으로 금전 지급과 같은 인센티브가 투표율 제고에 기여하는지 여부에 대해 실험을 한 적이 있는데, 그 결과 2달러를 우편으로 받은 사람들은 15% 투표율이 올랐고, 10달러는 17.6%, 25달러는 19.2% 투표율이 올랐다고 한다. (기사 참고)


v. 의무투표제를 실시한다 : 투표율 제고의 끝판왕이다. 의무투표제 Compulsory voting 는 정당한 사유 없이 투표를 하지 않을 경우 벌금 등 법적 제재를 가하는 투표방식을 말한다. 벨기에, 호주 등의 국가에서 도입하고 있다. 당연히 투표율이 높을 수밖에 없다. 호주의 경우 2016년 총선 투표율이 95%였다. 한국의 경우에도 몇 차례 의무투표제 도입을 논의한 적이 있으나 투표를 포기할 권리를 침해한다는 반대 여론이 워낙 강하여 도입이 무산된 바 있다.



해외 저널을 보며 느낀 것은 한국이 상당히 많은 부분에서 투표율 제고를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는 점이었다. 그동안 선관위와 국회가 여러모로 많이 노력했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투표율은 낮다. 위의 아이디어 중 한국이 도입할만한 남은 카드 라야 투표인센티브와 의무투표제인데 과거에도 논란이 있었을 뿐만 아니라 여전히 현실성이 떨어진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나는 여섯 번째 방법으로 약간의 넛지를 할 것을 제안한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리처드 탈러 교수는 그의 <넛지 Nudge> 책에서 다음과 같이 쓰고 있다.


미네소타 주 관리들이 조세법 이행과 관련하여 실질적인 실험을 수행한 결과, 커다란 행동 변화가 발견되었다. 그들은 납세자들을 4개의 집단으로 나눴다.

첫 번째 집단에게는 시민들의 세금이 교육과 치안, 화재예방 등의 좋은 일에 쓰인다는 정보를 주었고,
두 번째 집단에게는 조세 정책에 순응하지 않을 경우 처벌을 받게 될 거라는 정보로 위협을 가했다.
세 번째 집단에게는 세금 용지 작성을 모르거나 헷갈릴 경우에 도움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네 번째 집단에게는 이미 미네소타 주민들의 90% 이상이 세법상의 의무를 이행했다는 정보만을 제공했다.

이 중 조세법 이행에 현저한 영향을 미친 것은 한 가지뿐이었는데 그것은 바로 마지막 네 번째 조치였다.
실질적인 세법 이행률이 높다는 정보가 주어지면 탈세율은 낮아진다. 이는 곧, 바람직한 행동이든 그렇지 못한 행동이든 다른 이들이 행하는 바에 주목하게 함으로써 적어도 어느 정도는 그 빈도수가 증가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투표율을 높이고 싶다면 많은 사람들이 선거를 하지 않았다고 불평해서는 안된다.


vi. 투표율이 올라가고 있다는 사실을 전달한다 : 사람들은 타인들의 행동에 놀랍도록 반응한다. (관련 링크)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이 투표를 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본인도 투표를 하지 않는다. 투표가 좋든 안 좋든, 내가 투표를 하지 않아 나쁜 대표가 뽑히든 말든 크게 개의치 않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내 주위의 모든 사람들이 투표를 한다고 가정하면 상황이 달라진다. 내가 만약 투표를 하지 않은 사실이 남에게 알려질 경우 나는 투표 기권의 해악을 저지른 사람으로 낙인찍히거나 그들과 더 이상 관계를 지속할 수 없게 될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투표율이 올라가고 있다는 사실을 많은 사람들에게 퍼뜨릴수록 투표에 더 참여하게 되는 것이다. (사람들에게 선거일 바로 전날에 투표할 의향이 있는지 물었을 경우에 투표율이 25%나 올라간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대의 민주주의는 대표자에 의한 간접 지배를 투표를 통해 정당화한다. 따라서 대의 민주주의에서 선거는 매우 중요하다. 또한 대표자의 정통성을 담보해주는 것은 투표권자의 많은 참여이므로 투표율을 제고해야 하는 것은 민주주의 국가의 지상과제이기도 하다. 여러 제도적, 법적 방법들이 있겠지만 마지막에 넛지를 가미한 심리적 요소도 고민할 필요도 있어 보인다. 어차피 투표는 사람이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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