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 빛을 찾아서> 전시작 시리즈
박영규‧박현경 2인전 <숨은 빛을 찾아서> (청주문화관, 2018. 10. 18.~2018. 10. 24.)에 전시된 박현경의 글과 그림을 연재합니다.
늘 쾌활해서 웬만해선 울지 않는 그 곱슬머리 소년은 여름이면 누나들이랑 왕숙천에서 물놀이를 했다. 한번은 물에 빠졌다가 어떤 아저씨 손에 구조된 적이 있는데, 그때도 소년은 울지 않았다. 거센 물살 속에서 콘크리트 구조물에 매달리던 그 순간보다도 더 막막한 곤경을 몇 차례 겪어 내면서 소년은 어른이 되었다. 그는 여전히 쾌활했고 웬만해선 슬픈 티를 내지 않았지만, 딱 한 사람, 그가 사랑하는 그녀 앞에서만큼은 슬플 때 마음껏 슬퍼해도 좋았다.
그가 그녀를 왕숙천에 데려가 어린 시절 물에 빠졌던 이야기를 들려주던 날, 그녀는 그를 품에 꼭 안았다. 꼬마 시절부터 그날에 이르기까지 그가 지나온 모든 날들도 그녀의 품에 꼭 안기어 왔다.
그날 봄 햇살 아래 왕숙천은 눈부시게 빛났고, 그 반짝이는 물결을 두 사람은 오래 바라보았다.
<왕숙천>, 20x14.8cm, 종이에 혼합 재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