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친구

<숨은 빛을 찾아서> 전시작 시리즈

by 박현경

“나는 길에서 태어나 길에서 죽었지만

참 행복한 시절을 누렸어요.

아저씨는 나를 ‘객이’라고 불렀지요.

아저씨네 난롯가는 낮잠 명당이었고요.

우린 함께 산책도 했어요.

앞서거니 뒤서거니 아저씨랑 거닐다가

신이 나서 쪼르르 나무를 타기도 했죠.

나는 길에서 살면서 천대(賤待)를 받았지만

나를 귀하게 대해 주는 한 사람이 있었어요.

고마워요, 아저씨. 잊지 않을게요.

나중에 우리 또 함께 산책해요.”


박영규‧박현경 2인전 <숨은 빛을 찾아서> (청주문화관, 2018. 10. 18.~2018. 10. 24.)에 전시된 박현경의 글과 그림입니다.


윗글과 아래 그림의 주인공 '객이'는 남편의 옛 친구입니다.

저도 객이를 만났던 기억이 있습니다. 제가 남편과 연인이 되기 전, 즉, 남편의 커피숍인 '까페 이상'의 '그냥 손님'이던 시절, 어느 늦가을 오후에 커피를 마시러 까페 이상에 갔더니 난롯가에서 객이가 곤히 자고 있었어요. 너무도 평온히 자고 있는 모습에 제 마음도 덩달아 평온해졌었지요.

몇 개월 후 다시 까페 이상에 가서 "지난 번 그 고양이는 어디 갔어요?"라고 묻자, 얼마 전 차에 치어 세상을 떠났다고 대답하던 남편의 슬픈 목소리가 기억납니다.

제가 더 이상 까페 이상의 ‘그냥 손님’이 아니라 ‘예비 안주인’이 되었을 때, 오래 전 남편이 객이와 함께 산책하면서 찍어 두었다는 사진을 바탕으로 이 그림을 그리고, 남편의 이야기를 더듬어 이 글을 썼습니다

<옛 친구>, 18.3x26.8cm, 종이에 혼합 재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