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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현무 May 19. 2024

AI 라이프스타일 시장이 열리는 타이밍

아직 열리지 않은 새로운 시장 

과거서부터 새로운 시장이 열릴 때마다 항상 유리한 것은 20대였습니다. 새로운 시장에는 기존에 정의한 문제가 존재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창의성과 리스크 감수성이 빛을 발하기 때문입니다.

이점을 인지하고 있었던 저희는 라이프스타일 영역에서 수많은 인공지능 기반 서비스를 만들었습니다. 그림일기에서 시작해서 음성녹음 비서, 맥락저장 카메라, 소셜 팟캐스트, 커플 메신저 등 좋게 말하자면 있으면 좋을법한, 안좋게 말하자면 시장이 존재하지 않는 프로덕트를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모두 실패했습니다.

저는 인공지능이 만드는 콘텐츠가 많아질수록 사람 고유의 내러티브가 중요해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인공지능이 더 사람 같아질수록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인터랙션 또한 다채로워질 것이라 확신합니다. 그래서 저희가 만든 프로덕트가 비록 실패했지만, 여전히 틀렸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인공지능은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을 바꿀 것이고, 트렌드를 만들 수 있는 아이디어가 라이프스타일의 변화를 가속화시킬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희가 만든 프로덕트가 모두 실패한 이유는 타이밍을 간과했기 때문입니다. 인공지능은 이미 세상을 바꾸고 있으며, 새로운 시장은 계속 열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시장이 동시에 새롭게 열리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왜냐하면 아직 인공지능은 무료가 아니고, 호기심을 넘어 지속적으로 돈을 낼만큼 기술이 만족스럽지 않기 때문입니다. 여전히 인공지능한테 명령하는 것보다 직접 행동하는 것이 빠르고 효과적입니다. 여전히 사람과의 시간이 인공지능과의 시간보다 재밌습니다. 라이프스타일 영역의 경우 더욱 그렇습니다. 시장가능성을 검증하거나 좋은 서비스를 만들 때까지 무료로 운영할 수도 없습니다. 운좋게 관심을 끄는데 성공한다면, 역설적으로 회사는 고객이 돈을 낼만한 서비스를 만들 때까지 비용을 감당하지 못하고 문을 닫게 됩니다.

그래서 인공지능의 흐름에서 신규 플레이어는 아직 유리하지 않습니다. 과거의 인터넷과 모바일 흐름에서는 자유롭게 움직이면서 높은 리스크를 감당할 수 있는 신규 플레이어가 기존 플레이어보다 더 큰 기회를 잡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인공지능은 리스크를 감수하는 만큼 비용이 따르기 때문에 그렇지 않습니다. 오히려 현금을 확보하고 있는 기존 플레이어가 더 큰 리스크를 감수하면서 파격적인 시도를 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최근 주목받고 있는 인공지능 기업은 대부분 시장을 점유하고 있는 기존 서비스에 인공지능을 적용하여 날개를 달았거나, 처음부터 대규모 투자를 받아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인 창업자로서 지금 미래에 대한 비전으로 인공지능 제품을 만드는 것은 무모한 짓입니다. 비전을 실현할 수 있는 기술과 프로덕트가 마련될 때까지 버틸 수 없습니다. 기술발전의 흐름상 버텨야 하는 기간이 길지는 않겠지만, 그만큼 시장이 열렸을 때 먼저 비전을 가지고 있었던 기업이 아니라, 자본과 역량을 가지고 있는 기업이 시장을 독점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따라서 인공지능이 세상을 바꿀 것이라는 비전으로 창업을 하고 있다면, 아직 열리지 않은 시장에서 미래를 최대한 유사하게 흉내낼 것이 아니라, 이미 열린 시장의 최전선에서 인공지능 역량을 쌓고 자금을 확보하면서 타이밍을 기다려야합니다.

해당 전략으로 저희는 인공지능으로 창조가 아니라 대체하는 시장에 집중했습니다. 그리고 현재 인공지능 역량을 쌓으면서 지속가능한 자금을 확보할 수 있는 시장은 B2C에서는 교육, B2B에서는 외주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 외에도 분명 있겠지만, 교육과 외주만큼 규모가 큰 시장은 많지 않았습니다. 특히 교육의 경우 다양한 인터페이스를 활용하면서 인공지능 역량을 쌓을 수 있고, 고객의 구매단가가 높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외주의 경우, 기존 형태와 달리 인공지능을 활용하여 스케일업이 가능해졌고, 구독료를 받는 SaaS와 달리 맞춤제작과 유지보수비용을 명목으로 50배 넘는 매출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을 확인했습니다. 실제로 여러 기업이 B2B 인공지능 솔루션을 만들고 있는데, 이들의 비즈니스 모델의 본질은 SaaS가 아니라 외주에 가깝습니다.

현재 저희는 영어 앱을 만들고 있으며, 계속해서 인공지능 역량을 쌓고 자금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를 모색하고 있습니다. 지난 1년 반의 삽질 덕분에 만드는 것은 이제 어렵지 않습니다. 기발한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것은 언제나 쉬웠습니다. 이제 새로운 시장이 열릴 때까지 기존의 명확한 시장에서 기다리고 준비하면,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을 바꿀 수 있는 순간이 분명 올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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