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yunseok Min Feb 01. 2016

대체 가능함

미래에 대한 짧은 고민

회사에 들어설 때마다 불편한 한 장면, 나보다 어린 한 청년이 문 앞에서 밖을 보고 서 있는 모습. 한 건물의 입구를 지키는 경비원 혹은 다른 이름으로 불리는 문지기 같은 인물. 이 청년이 하는 일은 하루 종일 밖에 보고 서 있거나, 지나가는 직원들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하는 일. 보온도 냉방도 잘 안 되는 문 앞에서 하루 종일 별 다를 거 없는 장면을 멍하니 보는 직업. 다시 말해 힘들지만 견디기만 한다면 누구나 대체가능한 곳.. 거기에 나보다 젊고 건강한 한 청년이 발전함 없이 있는 모습이 난 불편하다.


대체 가능함. 여기에 효율성이란 단어를 더하면, 이들은 경쟁해야 한다. 가격을 시간을 정확성을 ... 그간 공장 노동자의 임금이 외국인 노동력의 임금과 경쟁하였듯이 대체 가능한 모든 인력들은 효율성이란 이름아래 누군가와 경쟁해야 한다. 이 경쟁은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나라안에서 나라밖으로 인간에서 기계로 그 경쟁 대상이 확장되어 갈 것이다. 난 공학을 하는 사람으로 그런 경쟁을 확장시켜 효율성이란 가치를 극대화 시키는데 그 목적의 한 축을 두고 있다.


1000명이 필요한 일들은 앞으로 100명만 필요해질 것이고, 900명은 필요가 없어진다. 900명이 없이도 1000명이 있을 때와 동일한 퍼포먼스가 나오는 회사에서 900명은 없어져야 할 인력이다. 옛날처럼 시대가 발전하고 더 많은 일자리가 창출될 때와는 상황이 다르다. 그 빈자리는 기계가 메꿀 수 있고, 새로 생긴 일자리는 기존 인력이 아닌 미래를 준비하고 배우거나 창의적인 다른 사람들일 거이기 때문이다.


이 문제가 소위 학벌이 필요없는 직군에서만 일어날 일이라고 생각치 않는다. 최근 연구소를 축소한 회사를 보면서도 많은 것을 느꼈다. 연구소... 기술 내제화.. 좋은 말이다. 그러나 과연 경쟁력이 있는가에는 의문이 든다. 대기업 연구원 한명당 2-3억의 예산이 들어간다고 계산하면 적당하다. 임금, 복지, 그리고 건물의 자리며 그외 소소한 것들까지... 1000명의 인력이 붙어서 세계 3등의 기술을 단기간에 만들었다고 치자. 남들 반도 안되는 기간에 엄청난 노력이 들어간 성공이라고 말하는 이들이 있을 것이다.  그냥 거기에 얼마를 더 얹어 세계 1등을 하는 기업을 사거나, 새로운 일을 해낸 기업을 해외에서 사버리면 끝이다. 그래서 나온 것이 삼성페이 아니던가? 삼성페이의 성공이 우연이라고 말하는 이들에게는 구글과 페이스북등에서 이루어지는 오픈 소스의 예를 들고 싶다. 인공지능 영상 인식 기술을 겨루는 ILSVRC 대회에서 1등을 한 구글과 MS은 구조와 소스를 공개했고, 페이스북도 자신의 기술들과 논문들을 공개했다. 내가 알기론 1년 이상의 대기업 한 팀이 공을 들여 한 분야에서 5위를 하였다. 20명의 팀이라고 치면, 60억여원을 들여 5위를 한거다. 그러나 5위를 한 다음날 1위 팀 논문은 공개되었다. 과연, 60억을 들여 키운 팀이 얼마나 가치가 있을까? 차라리 실력좋은 스타트업을 100억에 사들이는게 더 효율적이라고 말하고 싶다. 버클리, 스탠포드, 등 해외 유수의 대학 졸업생들의 졸업작품을 보면 차라리 그게 정답이라고 생각이 든다. 세계 최고의 인력이 시장에 나와있고, 그 실력과 경쟁해야 한다. 지금 새롭게 경쟁하고, 새로운 문제에 자기가 가진 지식을 쏟아넣지 않는다면, 창밖만 보고 있는 경비원 청년과 다를게 무엇이 있는가. 그러지 않으면 지식의 유통기한이 끝나버리면.. 그 젊은 경비원의 체력이 없어지듯 지식의 가치는 없어질거니 말이다.


또한 최근 회사에서 벌어진 연구소 축소에 대해 연구소를 없애는게 말이 되는가라는 의문을 다는 사람이 있었다. 그러나 연구소에서 건너간 일부 나이 많은 학벌 좋은 연구원들을 평가하는 사업부 직원의 평가를 듣고 많은 것을 느끼게 되었다. 그들은 연구소에서 건너간 학벌 좋은 나이 많은 연구원들에 3가지로 표현했다. 1. 학벌은 말이 아니게 좋다. 2. 학벌 얘기만 한다. 3. 술을 잘 마신다. ... 쉬운 말로 표현하면, 학벌은 좋으나, 이미 그 학위받을 때의 기술은 그 유통기한이 끝나 학위문서에 나온 학벌 얘기밖에 할 얘기가 없으며, 술을 마시면서 정치밖에 하지 않는다란 평가를 내린다. 모든 것이 그렇듯, 기술에도 유통기한이 있다. 박사때 가지고 있던 기술의 유통 기한은 그리고 길지 않다. 이 유통기한이 끝나기 전에 그 기술을 바탕으로 새로운 기술을 공부하거나 그 경험을 토대로 새로운 인사이트를 발휘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 그러나 그것을 못하면 이 늙은 박사 연구원에게 살아남는 방법은 정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경쟁 시대에 회사에게 사람을 짜르지 말라고만 하는 건... 과연 그게 말처럼 쉬울까란 생각이 든다. 애플이 삼성보다 훨씬 더 적은 인력을 가지고 높은 퍼포먼스를 낼 때면 사람들은 삼성이 그것을 본 받아야 한다고 한다. 내가 보기에도 삼성은 국내 대기업 중 나은 편이지만 많은 비효율성이 있는 상태이다. 그러나 그 비효율을 지우면... 남는 인력은 어째야 할까란 고민을 하게 된다. 노동법등 사람을 짜르지 말라고 하는데, 비효율을 극복하고 기술을 길러 효율화를 시키면 조직에서 필요없어지는 사람들은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답을 내 놓고 짜르지 마라고 해야 한다. 1000명이 하던 일을 100명이 더 잘 하게 만들고 난 후, 900명은 어디로 어떻게 가야 하는지.. 옛날처럼 새로운 일자리가 마구마구 일어나 갈 곳이 많아질거란 순진한 생각이 안 드는 나는 지금 이 순간이 불편하다. 이에 대한 답이 아직 나에겐 없다.  많은 분들이 말한다. 일자리가 없어지는게 아니라 종류가 달라지는 거라고. 그렇다고 치더라도 그 새로운 일자리의 주인이 기존 일자리 사람이 아닐 것이다.  나보다 젊은 그 경비원 청년이 앞으로 나타날 새로운 일자리로 갈 준비가 되어 있는지에 대한 나의 대답은 아닐 것이다다. 대부분의 회사원들이 자신을 소모하고 있다. 지식을 새롭게 하고 새로운 지식을 받아들이지 못 하여 지식의 유통기한을 맞이하고, 아무 발전 없는 직책에 내몰려 새로운 일에 적응하지 못 하고 있다. 이 논리에 반론할 분들 있지만, 실력있는 프로그래머에서 어중간한 관리자로 그리고 어중간한 정치가로 가버린 수많은 선배들을 봐 왔다. 그 분들은 이미 프로그래머로써 유통기한이 끝나 있다. 이런 어중간한 사람들이 언제까지 버틸수 있고 버텨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이러한 상황이 과연 개인의 노력으로 변할 수 있을까? 아니면 기업이 그런 노력을 대신할 정도로 여유가 있을까? 나는 그렇게 버려지지 않을 인력인가? 많은 고민들이 드는 요즘이다. 경비원의 뒷모습 하나로 시작한 고민치곤 너무 커져버린 고민이지만... 곧 다가올 고민이라고 생각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