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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 질 녘 호숫가 옆 벤치에 앉아 있는 노부부이고 싶다

기댈 어깨도 있고, 잡을 손도 있는 노년을 보내려면

by BOM

마흔에서 한 칸 뒤에 있는 나에게 꿈이 뭐냐고 물으면 난 항상 이렇게 답한다.

'늘그막에 조용한 호숫가 옆 벤치에 남편과 둘이 앉아 떨어지는 노을을 보고 싶어.'

시시하네,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우선 '조용한 호숫가 옆 벤치'라는 것은 인근에 고즈넉한 호수가 하나 있는, 그러니까 공원이나 이런 인프라가 어느 정도 조성된 지역에 거주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려면 성공한 사업가까지는 아니어도 노후의 내 집 정도는 마련이 되어 있는 수준이어야 한다는 것.(파지를 줍는 일이 남의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음으로 '남편과 둘이 앉아' 이 부분이 어려운데, 단 둘이 그런 호수 공원에 앉아 한가하게 떨어지는 노을이나 구경하고 있으려면 남편과의 사이를 7~80세까지 돈독히 유지해야 가능한 일이다.

그러니까 저 별 거 아니어 보이는 한 문장은, 적당한 부와 원활한 가족 관계의 유지 여부에 따라 전혀 이루지 못할 꿈이 될 수도 있는 쉽지 않은 미래 계획인 것이다.


그래서 그 꿈을 향해 잘 가고 있는지 지금 내 모습을 돌아봤을 때,

완벽하다.


완벽하다는 것은 룰루 랄라 띵까띵까 놀고먹고 앉아 있다는 것이 아니라,

자녀와의 관계, 남편과의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그리고 돈을 버는데 돈이 없다는 사실에 얽매이지 않기 위해 아주 기민하게 줄타기하듯이 마인드를 고쳐 먹고, 돌아보고, 반성하고, 계획하고, 소통하고, 제일 중요한 '행동'하면서 부단히 노력하고 있고 그 노력으로 인해 하루, 하루 너무 행복하게 잘 살고 있다는 뜻이다.

고통과 슬픔이 없다고 해서 행복한 삶이 아니다. 고통과 슬픔과 괴로움과 좌절이 있지만 그것을 가족과 함께 견디고 이겨내며 한 단계, 한 단계 발전해 나갈 때 행복을 느끼는 것이다.


내가 행복하기 위해 집중하는 것은 크게 두 가지이다.

하나는 가족에 대한 것이다. 가족은 부모, 배우자, 아이들이 있지만 부모에게 해야 할 기본 도리에 대해서 우리는 너무 잘 알고 있으니 배우자와 아이들과의 문제에 대해 생각해 볼 때, 우선 육아라는 것은 그저 지치고 힘든 것이 아니라 나를 성장시키는 일이었다. 아이를 키우면서 나의 못난 모습과 멋진 모습을 발견했고 아픔을 치유했고 인생을 알아 갔다. 그리고 13년의 결혼 생활 동안 맹세코 아이들 앞에서 단 한 번도 '부부싸움'을 보인 적이 없다. 다만 '토론'하는 모습은 보여 주었다. 그렇게 '불화' 없는 가정을 유지 중이다.

두 번째는 돈에 대한 것이다. 나는 지금 좁아터진 서울 월세집에서 네 식구가 꾸역꾸역 살고 있지만, 불행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정신승리가 아니라, 나는 애초에 '돈'과 '행복'의 관계를 정비례하다고 보지 않는 것이다. 우리가 워낙 돈이 뿌리가 되는 사회에 살다 보니 마치 '돈'과 '행복'이 대단한 상관관계에 있는 것처럼 생각하는데 이것을 분리시킬 수 있을 때 진정한 '부'를 얻을 수 있고 '행복'할 수 있다. '부'를 얻는 것과 '행복'하게 산다는 것은 전혀 다른 공식으로 풀어내야 할 서로 다른 문제인 것이다.


너무 맛있는 식당을 가면 후기로 공유하듯이,

내가 지금 이렇게 행복할 수 있는 핵심적인 두 가지를 많은 사람들과 함께 공유하고 싶었는데,

2020년인가,

마침 '브런치'라는 플랫폼을 만나게 되었고 바로 가입을 해서 작가신청을 했다.

우선 육아에 대한 이야기부터 풀어 나가다가 최근에는 본업에 치여 글쓰기가 중단되었지만,

내가 나중에 남편과 함께 노을을 구경하고 집으로 돌아온 날에도 주저 없이 글을 쓸 수 있게,

나는 100세까지 사는 것이 목표인데, 그렇게 드문 드문 쓴 글들을 모아 99세 어느 여름에 책을 내게 되더라도, 그래도 어렵지 않게 내가 쓴 글을 모아서 책으로 발행할 수 있게,

이 브런치라는 플랫폼이 계속 함께해 주었으면 하는 것 또한,

내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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