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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una Kim Aug 08. 2022

해야 할 집안일은 끝이 없고, 나의 체력은 점점...

아기 나이 만 11개월을 앞둔 시점에서 나의 상태 체크

해야 할 집안일은 끝이 없고, 나의 체력은 점점 달리는 것을 느낀다.

땀 흘리며 운동해본지가 도대체 언제인지 기억도 나지 않고, (그나마 여름이라 시간 되는대로 열심히 단지 내 수영장을 애용중이다)

출산 전에는 '출산 후에도 열심히 운동해서 체력도 기르고 근육도 기르고 나를 잘 관리해야지!' 생각했지만

이제 그럴 의욕도 시간도 마음의 여유도 없는 상태.

어디서부터 어떻게 가닥을 잡고 다시 힘을 내야 할지 잘 모르겠다.

아기가 울면 손목이 아파도 허리가 아파도 참고 다시 안아줄 수 있는데,

육아-집안일의 한바탕 전투가 끝나고 나면 그 어떤 의욕도 상실해 버려서 스스로를 다시 일으켜 세울 힘이 없다.


집안 살림도 깔끔스럽게 해내고 싶고, 육아일기도 잘 쓰고 싶고, 당면한 육아 과제도 (규칙적인 낮잠 패턴과 하루 일과 만들어주기, 이유식 양 늘리고 분유 양 줄여주기, 빨대컵과 일반컵 더 연습 많이 시켜주기, 사인 랭귀지로 의사소통 할 수 있도록 반복 훈련 시켜주기) 더 잘 해내고 싶고, 그 와중에 나의 정체성을 찾는 활동 (독서라든가 도예같이, 스스로를 '엄마'와 '주부'에만 매몰시키지 않는 활동들)까지도 다 해내고 싶은 것은 나의 과욕인걸까.

여기다가 일주일에 40시간 이상은 회사일에 매진하고 있고, 회사에서 나를 인정해주고 더 많은 역할을 주려고 할수록 내 집중력과 주의력에서 회사일이 차지하는 비중은 점점 높아지고 있어서, 앞서 열거한 여러가지 일들은 자연스럽게 후순위로 밀려나버리고 만다. 

아침에 눈 떠서 아기랑 조금 놀아주다가 회사 일 시작하면 (아침 9시-9시 반) 눈 깜짝 할 사이에 점심 시간, 노트북 보면서 점심 먹으면서 일하고 또 미팅하고 어쩌고 하면 금새 퇴근 시간(저녁 5시 이후)이 되고, 그러고 나면 어른 저녁 식사와 아기 저녁 루틴 (저녁 이유식, 저녁 분유, 양치질과 목욕, 재우기)을 챙겨야 하고, '재우기'가 최종 보스인 우리 아기 특성상 아기가 자고 나면 (또는 남편이 아기를 재우러 방에 들어가고 나면) 모든 전투력을 상실한다. 그나마 좀 힘이 남아있고 컨디션이 괜찮으면 저녁 먹은 것들 뒷정리... 어른 설거지, 아기가 바닥에 내동댕이친 각종 음식들 닦기, 아기 하이체어 닦기, 등등... 까지 하고 나면 진짜 모든 에너지가 방전된다. 하고 싶은 것, 해야 할 것들이 잔뜩 있지만, 그냥 쇼파나 침대에 누워서 (침대 시트 갈아야 하는데 라고 생각하면서) 넋 놓고 휴대폰을 보다가 밤 11시 12시가 되면 아, 내일을 생각해야지, 후다닥 정신을 차리고 잠자리에 드는 루틴...

이렇게 적어서 보니 정말 정신없는 하루다.

내가 일과를 진두지휘 하는게 아니라 일과가 내 멱살을 잡고 질질 끌고 가는 느낌... 

사실 나는 하고싶은 일을 다 못해서 슬픈게 아니라, 시간에 끌려가는 이 느낌이 너무 싫은거다.


재택근무를 하고 있으니 출퇴근 이동시간이 필요없고,

낮에 회사일을 하는 동안에는 거의 풀타임으로 베이비시터가 와서 아기를 돌봐주고 아기 빨래나 아기 설거지를 맡아준다.

어른 식사는 거의 대부분 남편이 준비하고, 아기 재우는 것도 남편이 더 많이 담당하기 때문에 나는 주로 남편이 아기를 재우러 방에 들어간 후 설거지와 요리 뒷정리를 담당하는데,

최근에는 여동생이 와있어서 그나마도 많이 도와주고 있다.

(대신 문제는 그것들이 끝나고 나면 둘이서 같이 방전된 채로 누워 있거나 식탁 의자에 앉아서 맥주를 마시고 있다)

아기의 짜증 소리와 울음 소리는 어른이 몇 명이든 상관없이 모든 사람의 에너지를 소진시키는 마력이 있다.

하.. 아기가 잠만 좀 쉽게 잘 자줘도 훨씬 수월할텐데. 인생이 그렇게 마음대로 될리는 없겠지.


컴퓨터 메모장으로라도 하루일과를 차곡차곡 정리하는 일을 더 성실하게 해봐야겠다.

소소하지만 투 두 리스트 같은 것들도 좀 만들어보고.

시간을 허투루 보내지 않고 야무지게 단단하게 다지고 싶은 마음.

일단 그러려면 내 책상과 방 정리부터 해야 할 것 같은데.. 그러려면 저 거대한 빨래 건조대를 치워야 하고.. 그러려면 빨래 건조기부터 사야한다.

빨래 건조기 사는 일을 만 1년+ 째 미루고 있는 1인.

쉽지 않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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