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골이와 불면의 부부

결혼 후에도, 연애 때와 달라진 건 하나도 없었다. 딱 한 가지 빼고.

by 김현유

이제는 결혼을 했으니까 솔직하게 말하자면 이미 연애할 때부터 같이 살고 있어서, 결혼을 한다고 해도 크게 달라지는 부분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실제로도 달라진 건 하나도 없었다. 딱 한 가지 빼고. 코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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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그가 이렇게까지 코를 고는 줄 몰랐다. 진짜, 연애할 땐 이 정도가 아니었다. 결혼하기 전까지 나를 속이려고 무의식 속에서도 코골이를 억제한 걸까? 아니면 5년의 세월이 그의 호흡기에 쌓이기라도 한 걸까?


나는 원래 잠을 잘 못 자는 예민보스 중에서도 예민보스인데, 둘이 같이 자다 보면 남편이 코고는 소리에 깨서 어쩔 수 없이 나와서 작은 방에서 자야하는 경우가 거의 에블데이 에블나잇 매일매일 뚜레쥬르다. 그래도 놀다보면 스스륵 잠들어버려서 같이 잠들긴 같이 잠드는데 희한하게 꼭 새벽 2시 정도만 되면 콜록콜록, 기침 시그널과 함께 신랑의 코골이 데시벨은 쏘 하이해진다. 그럼 난 잠에서 깨고 신랑은 일부러 나를 괴롭히려고 저러나 싶을 정도로 큰 소리로 크르르르르를르 푸휘히이이하고 코를 곤다. 작은 방으로 들어가 누워도 그의 우렁찬 그로울은 온 집을 울리기 때문에 다시 잠들기 쉽지가 않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해가 뜨고...


그렇게 불면의 밤을 보내고 다음 날 하루종일 머리 아픈 채로 기사 쓰다 오타 나고 옆자리 교열 요정님께 지적을 받고 김주영 쓰앵님의 타XX놀 집어삼키고 그런 날들의 반복...

스크린샷 2019-03-12 오후 8.30.26.png 광고아님 ㅠㄹㅇ 타XX놀 씹어삼켜야 되는 수준의 피곤함

그런 주제에 그는 정말 엄살 덩어리다.


오늘은 남편이 새벽에 깼다. 새벽 6시쯤 깨서는 내 귀에 대고 ”여보. 너무 더워서 내가 보일러를 껐어”하면서 tmi 보고질을 했다. 난 자고 있는데!!! 그래서 알았다 하고 다시 꿀잠을 자려는데 자꾸 옆에서 혼자 꿍시렁대더니 ”나 작은 방 가서 자도 돼?”하고 굳이 또 허락을 요구해서 알았다고 하고 다시 잤다. 어제는 술을 좀 많이 마시고 자서인지 중간에 코골이 소리에도 깨지 않았는데... 근데 굳이 저렇게 날 깨웠다. 다행히 그 이후론 깨지 않고 잘 잤는데... 그랬는데...


뜬금없이 평소에 회사 가려고 일어나는 시간보다 훨씬 이른 아침에 남편이 날 깨웠다. 내 옆에서 조용히는 아니고 일부러 시끄럽게 한건지 하여간 FC앙투라지를 보고 있던 그는 내가 눈을 뜨자 ”여보 내가 새벽에 너무 더워서 보일러 껐는데 기억나? 여보가 더워하더라구. 내가 또 여보를 위해 바로 껐거든”하면서 있는대로 생색을 내댔다.

그러고는 세상 진지하게 나에게 ”근데 여보 나 아무래도 불면증 있는 것 같아. 왜 새벽에 깼지? 진짜 이상하네..”라고 해맑게 투덜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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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불면증...?


불면증이 뭔지 잘 모르나...?


″혹시 불면증 뜻을 잘 몰라?”


″알지. 아니 근데 나 자꾸 눈이 너무 일찍 떠져서... 아무래도 요즘 내가 스트레스를 너무 받는 것 같아. 큰일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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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그저 님이 어제 밤 9시 30분에 잠들었기 때문입니다만...?


그렇게 말해주자 남편은 머쓱한 듯 글자 그대로 ‘ㅋㅋㅋ’스러운 웃음을 터트렸다. 그리곤 ”아 여보 난 진짜 웃기다니까 정말” 하면서 상황을 무마하려 들었다. 지금 남편 카톡 상태 메시지는 “Insomnia...”다. 엄살인지 개그인지 이제는 그 경계가 너무나 불분명 하다. 그는 이걸 쓰고 있는 와중에도 ”아니 왜 그런 걸 주제로 삼아서 쓴다는 거야 다른 주제를 좀 찾아봐 그건 재미도 없잖아”라며 열심히 나에게 잔소리를 퍼붓더니 곧 코를 골며 낮잠에 빠져들었다.


‘Insomnia...’는 개뿔...


* 이 글은 허프포스트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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